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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Nov 22. 2019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
더 넓은 세상을 만나는 능력

영화 '겨울왕국 2'(2019) 리뷰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지만 인간에게 있는 것 중 하나가 '실체가 없는 것을 믿는 능력'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겨울왕국 2>(2019) 같은 이야기를 만나면서 생각하게 되는 게 바로 그런 일들이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고 그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과 삶의 이야기는 무한해질 수 있다. 생명력을 부여하는(Animate) 것과 마법을 믿는 것은 그리 다른 것 같지 않다. 그 마법이란 것도 휘황찬란한 일들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모든 '믿기 어려운' 것들도 포함하겠다. 멀리 있지만 거리를 초월하여 통하는 마음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들.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그럴 수 있는 게 되는 일을 마법이라는 단어만큼 잘 표현할 수가 있을까. 그런 일이 세상에는 마치 자연처럼,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있다.


물론 그것이 누구에게나 보이고 누구에게든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일이, 바로 영화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다. <겨울왕국 2>가 전작에 비해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는 가치는 바로 '함께'와 '조화'다. 전작에 이어 '엘사'와 '안나'는 유년의 질문을 다시 꺼내어 거기 뛰어들고, 이미 하고 있던 사랑을 더 잘하게 된다. 한쪽은 지난 이야기가 현재의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으로부터 자신과 공동체(들)의 관계와 서로의 조화를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생각하는 동안 또 다른 이로부터 그 사랑에 응답하기를 요구받는다.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 이야기는 한 세계와 다른 세계 사이의 안갯속으로 들어가 둘을 끝끝내 연결해낸다.


영화 <겨울왕국 2> 스틸컷
영화 <겨울왕국 2> 스틸컷


뮤지컬은 그 특성상 서사 자체가 전부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러 단서를 담거나 감정의 결들을 이끄는 경우가 많은데, <겨울왕국 2>도 예외는 아니다. 요정(Fairy, 곧 정령)들이 나오는 이야기(Tale)는 오직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능한데 그 상상의 세계를 이끌어주고 구체화하는 게 여기서의 뮤지컬 넘버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야말로 동화(Fairy Tale)가 가장 잘하는 종류의 것이 아닐까. '엘사'가 떨어져 있는 '안나'를 생각하고, '안나'도 멀리 있는 '엘사'를 생각하는 순간 어떤 일이 펼쳐진다. 개인적 성장과 각성에 가까웠던 <겨울왕국>(2013)을 보면서 평범하고 무난하다고 느낀 것들이 <겨울왕국 2>에서는 그래서 경이로 바뀌었다. 예컨대 뮤지컬 넘버도 특정한 몇 곡이 강조되는 게 아니라 전체가 알맞은 조화를 이루는 모습, 그리고 이야기의 범위를 확장하면서도 지난 시간과 현재를 연결하는 모습들 때문에.


이 이야기의 꼬리(Tail)에는 짝지어진 것들이 많다.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 위협적이었던 것과 도움을 주는 쪽인 것, 감춰져 있던 것과 진실로 드러나는 것. 어떤 장면에서 '올라프'는 "더 자라면 '변화'의 의미를 알게 될까"라고 노래하면서도 동시에 "그것(변화)이 뭔지는 모르지만 무엇인가가 바뀐다는 건 알겠어"라고 노래한다. 캐릭터들을 상상의 세계 속에서도 노래하고, 현실의 세계에서 상상을 위해 노래하기도 한다. 최근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지향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종류인 것 같다. 서사적 의미를 강화하면서도 이야기의 공백들을 애써 채우려고만 하지 않는 것. 도약할 줄도 알고 비약할 줄도 아는 것. 마치 작중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어린 '엘사'와 '안나'가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보인 반응처럼. 엔터테인먼트의 역할 중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만으로 믿을 수 있게 하는 일이 아닐까 싶어 지는 게 그래서다.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메리 올리버, 『휘파람 부는 사람』)이라는 문장을 문득 떠올리면서.



영화 <겨울왕국 2> 포스터

<겨울왕국 2>(Frozen 2, 2019), 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

2019년 11월 21일 (국내) 개봉, 103분, 전체 관람가.


(목소리) 출연: 이디나 멘젤, 크리스틴 벨, 조시 게드, 조나단 그로프, 스털링 K. 브라운, 알프레드 몰리나 등.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8/10점.)


*<겨울왕국 2> 예고편: (링크)



*신세계아카데미 겨울학기 영화 글쓰기 강의: (링크)
*원데이 영화 글쓰기 수업 '오늘 시작하는 영화리뷰' 모집: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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