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히 미쳤군

다시 선녀놀이

by 미친 선녀


목감기 몸살로 선녀생활 병가 3일 차.


최저기온이 0도라 날은 포근할 듯도 하지만

병원에 다녀와 약을 먹는 중이고 일정도 아침부터 꽉 차 있어서

수련생활을 하기로 결정하고 등산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오전 8시쯤 나서니 회색빛 아침이야.

잎들이 떨어진 나무들이 흑갈색으로 가득 채워진 산.

살짝 젖어있는 나뭇잎들이 촉촉할 거 같아.

산속으로 들어가니 계속 신발을 벗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안돼, 지금은 약을 먹고 있잖아,

한번 땅의 기온을 느껴보고 다시 신발을 신을까?

먼저 손가락으로 땅을 만져본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얼지 않았고 물기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신발을 넣을 가방도 있겠다, 더 주저할 수 없다.



우선 멈추어서 낙엽 가득한 땅에 철퍼덕 앉아서 롱 스패츠를 풀고 등산화와 양발을 벗는다.

가방에 비닐봉지가 몇 개 있어서 흙이 묻은 등산화를 넣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등산화를 넣은 가방은 나에게는 꽤 무겁지만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이 근육생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질병해방”이라는 책에서 알게 되어 가방에 넣고 계속 가기로 했다.

어깨 근육이 더 생기겠지 라는 믿음으로 ㅎㅎ


신발을 벗고 발이 땅에 닿는다.

와!!! 가볍다. 발가락의 자유~

이틀 수련생활을 했는데 다시 선녀가 되었다!!!

하늘로 날아가는 거 아냐?

신난다!

브라보!


고작 이틀 병가 내었는데 이런 기분이 들다니!

어디까지 갈지는 정해졌다.

두 개의 철탑이다.

두 개의 철탑으로 가는 산길에는 눈들이 많이 녹아서 선녀 놀이 하기 괜찮을 거야.

산 입구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름 철탑까지의 상태를 예상해 본다.

예상이 맞을 때로 있고 틀릴 때도 있지만,

변수는 늘 존재하지만

"도전! 선녀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촉촉하고 차가운,

낙엽들이 살짝 마른 곳은 조금은 미지근하고,

두더지가 지나간 흙길은 살짝 볼록 튀어나와 있어 부드러워.

그 길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두더지야 고마워 인사하면서 그 부드러운 흙길에 발자국을 남긴다.

밟으면 두더지 흔적길이 딱딱해져서

두더지들에게 방해되면 어쩌지 살짝 걱정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길을 밟아도 다시 두더지들이 활동하는 흔적이 보여서 안심했다.


두더지들은 겨울에도 활동을 한다.

실제로 두더지를 본 적이 몇 번 있는데

겨울이었고 움직이지 않았던 상태인 두더지였다.

움직이지 않았던 친구들, 으악!!!

시체잖아!!!

작은 쥐 같은 모습…. 두더지???

이름이 이게 맞나?

며칠 뒤에는 그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어디로 갔을까?

바람이 데려갔을까?

밤의 짐승들이 데려갔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보이지 않아서 내심 다행이기도 하다.

렇게 두더지 흔적길의 부드러움도 느껴보면서 즐겁고 가벼운 선녀가 된다.

여기가 천국이다!!!

살짝 젖은 낙엽 가득한 촉촉한 향이 바람에 실려온다.

우와!!!

오늘 급여는 아주 환상적인데!!!

구름이 가득해서 나무들의 모습은 더 진한 회갈색으로 다가와.


두 개의 철탑.

이 철탑을 지나면 산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 나오는데 그곳은 신기하게 눈이 그대로 있다.

두 개의 철탑을 기점으로 산의 기온차가 있다.

그래서 몸의 상태, 발의 상태에 따라

겨울에는 두 개의 철탑까지만 가는 것이 선녀놀이에 안전할 수 있다.

더 깊게 들어가고 싶은 마음 굴뚝이지만 거기서 멈추어야 한다.

더 들어갈 수는 있다. 들어가면 갈수록 조용하고 고요한,

신비하고 가깝게 나무들과 이야기할 수 있고 또 다른 세상이 있다.


두 개의 철탑을 지나면서 만나는 산길은

무의식적으로 내가 산에 흡수되는 것 같아.

산과 하나가 되는 과정인가?


어디까지 걸어야 하지?

더 가도 되는 걸까?

체력에 어디까지 써야 할까?

어느 정도 체력을 아침에 쓰는 것이 현명하고 지혜로울까?

자주 고민하는데

두 개의 철탑을 지나가면

이 생각은 어디로 사라지고 자석처럼 빨려 들어간다.


그래서 작정하고,

그래 작정하고 가 맞는 표현이야~

여기서 멈춰!

그대로 멈춰라!!!


이렇게 말을 하고 되돌아 선다.

안녕, 안녕, 바위샘아,

오늘은 거기까지 못 가….

기다려 줄래?

안녕 안녕 안녕…..


해님이 따스하면 낙엽 가득한 곳에 누워 놀기도 한다.

해님이 없어도 따뜻한 날이면

철퍼덕 누워 하늘과 무한대의 나무를 만난다.



아이의 말을 빌리자면 나, 선녀는

“ 단단히 미쳤군”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집에서 가끔 음악과 함께 막춤을 추기도 하는데

그때 아이가 나를 보더니

"단단히 미쳤군"

이라는 말을 했다.


그 말투 하며 내용이 정말 나랑 딱 맞아~~~

알고 보니 아이가 보는 유투버에서 나온 문장이다.

그래서 아이는 나의 필명이 "미친 선녀"여야 한다고, 그게 딱이라고 한다.


조금은 미쳐야지 이 세상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어떤 시구가 기억난다.

살짝 미치면서 살아간다. 술에 취해서 미치는 경우도 드물? 게는 있는데,

평소엔 자신의 어떤 흥에 취해서 미치는 경우가 더 많다.

흥에 취해서 미치면 또 빨리 깨고 머리 아픈 뒤끝이 없다는 것이 장점.


선녀 놀이도 일종의 “단단히 미쳤군” 놀이에 더 가까운 걸까?

예상하지 못한 빠른 선녀로 복귀다.

두 개의 철탑에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면서 천국을 누린다.


살짝 미쳤다가

다시 인간세계로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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