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작가의 완간 소회

by COSMO

안녕하세요. 작가 코스모입니다.


지난 주말,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에피소드 발행 버튼을 눌렀습니다. 총 22편의 글이 무사히 세상에 나왔습니다. 흩어져 있던 글들을 모아 <비교리즘 2.0>이라는 하나의 브런치북으로 예쁘게 묶어두고 나니 이제야 진짜 끝났다는 실감이 납니다.


완간의 기쁨을 나누기에 앞서, 오늘은 각 잡힌 에세이스트의 가면을 살짝 벗고 조금 부끄러운 고해성사를 하나 할까 합니다.



사실 이 연재를 진행하는 몇 달간, 저는 지독한 언행불일치의 삶을 살았습니다.


분명 에피소드 곳곳에서 타인의 속도와 비교하지 말자, 숫자에 휘둘리지 말자고 호기롭게 외쳤죠. 그래 놓고 정작 저는 글을 발행하고 나면 틈만 날 때마다 브런치 앱을 켜서 새로고침을 눌러댔습니다. 명함도, 출퇴근할 사무실도 없는 전업 작가이다 보니 모니터에 찍히는 조회수와 하트 숫자가 제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성적표처럼 느껴졌거든요.


숫자가 오르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헤벌쭉 웃고, 반응이 미지근하면 내 문장이 썩었나 하며 천장만 노려봤습니다. 메인 화면에 걸린 다른 작가님들의 멋진 글을 보면서 질투심에 남몰래 배가 아팠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완벽을 미루고 완성을 채우라고 독자님들의 등을 떠밀어 놓고는, 정작 제 글이 완벽하지 않은 것 같아 썼다 지우기를 수백 번 반복하며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지독한 내로남불 아닙니까.


그런데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렇게 지질하고 부끄러운 감정들을 모니터 화면에 정직하게 펼쳐놓고, 제가 가장 잘 아는 엔지니어의 언어로 하나씩 분해하기 시작하자 꽉 막혔던 숨통이 조금씩 트였습니다.


질투라는 감정을 마찰열로 치환해 보고, 삶의 방향성을 벡터로 풀어내며, 타인을 향한 편견을 데이터베이스의 꼬리표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제 안의 꼬여 있던 감정들이 마치 잘 정돈된 코드처럼 깔끔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깨달았습니다. 아, 이 글은 독자들을 가르치려고 쓴 게 아니라 나 들으라고 쓴 반성문이었구나. 뻑뻑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고장 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한 평범한 전업 작가의 치열한 디버깅 일지였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 모든 고통스럽고도 즐거운 수리의 과정을 버티게 해 준 건, 결국 모니터 너머에 계신 여러분이었습니다.


저의 긴 글을 끝까지 읽고 남겨주신 정성스러운 댓글들, 글의 속뜻을 알아보고 조용히 눌러주신 저장 버튼, 그리고 다음 글을 기다린다는 다정한 참견들. 혼자만의 방에서 벽을 보고 타자를 치는 프리랜서에게 여러분의 반응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가장 확실하고 따뜻한 신호였습니다. 그 신호가 없었다면 저는 진작에 멘탈이 나가서 키보드를 덮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22개의 조각이 모여 <비교리즘 2.0>이라는 하나의 완성된 집이 되었습니다. 매주 띄엄띄엄 읽으시느라 감정선이 끊기셨던 분들, 혹은 바빠서 놓쳤던 에피소드가 있는 분들이라면 이제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 하시기 딱 좋은 타이밍입니다.


저는 이제 저를 옥죄던 마감의 압박에서 벗어나 며칠간 완벽한 휴식을 취해보렵니다. 알람도 끄고, 브런치 앱 알림도 잠시 꺼두겠습니다. 늦잠도 자고 밀린 영화도 보면서 뇌를 텅 비우다 보면, 아마 또 손가락이 근질거려서 새로운 글감을 찾아 끄적거리고 있겠지만요.


그동안 쪼랩 전업 작가의 좌충우돌 패치 노트를 함께 읽어주시고 견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시스템에도 늘 기분 좋은 안정감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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