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연결되는 걸까.
베이징의 친환경 프로젝트 중에 그린웨이라는 것이 있다. AI의 설명에 따르면 '베이징 전역을 녹지와 자연경관으로 연결하는 도시 녹색 길'이라고 한다. 시민들이 산책·자전거·운동·레저 활동을 즐기고, 도시와 자연을 가깝게 오가도록 설계된 길이며 현재는 1500킬로이고 앞으로 5000킬로로 연결할 것이라고 한다.
1500킬로와 5000킬로가 얼마나 긴 거리인지 코딱지만 한 한국에 사는 나는 잘 상상이 안된다. 서울에서 뉴델리까지 5000킬로가 안된다고 하니, 뭐 나는 알 수 없는 계산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베이징은 그 많은 공원들과 길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끝없이 걸을 수 있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 그린웨이 길 중에 한 토막이 바로 북소하공원이다. 나는 집 근처 따왕징공원쪽에서 걷기 시작하곤 하는데 아무튼 끝없이 걸을 수 있으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북소하공원인지에 대해서는 미안하지만 정확한 대답은 어렵다. 지금도 계속 만들고 있는 중이라 만든 지 얼마 안 된 새 공원이고, 내 머릿속에 있는 공원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공원인데, 경의선숲길처럼 북소하길이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 정서에 더 익숙한 것 같다. 세련된 요즘의 베이징의 감성이 묻어나는 길이고, 베이징의 건축과 조경과 복지까지 얼마나 발전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베이징에는 흔치 않은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를 함께 만들고 있다. 강의 양쪽에 한편은 어르신들의 운동기구,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놀이기구를 설치해 놓았고, 중국 어르신들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몇 명씩 모여 광장무 그룹을 결성했다. 길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멋지게 만들어 놓은 것이 참 아름답고, 이렇게나 추운데 새끼오리들을 벌써 많이도 풀어놓았다.
갑자기 친한 언니네 집이 서울로 발령이 났다. 예상 못한 일이었다. 일주일 안에 베이징을 떠나 서울에서 출근을 하라고 한다. 조직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하얀 종이에 검을 글씨로 이름 석자와 발령 날 사무소 이름 써 놓고 언제부터 출근해라,라고 하면 가야 하는 것이다. 문서에 딱 그 한 줄 때문에 아이들은 갑자기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두 달이나 걸리는 국제이사를 시작하고, 한국서 어디에 살아야 되나 암담하지만 어찌 되었든 출근은 해야 한다. 예상보다 이른 작별에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이런 일들은 종종 일어난다. 중국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쓴 외국기자가 신변의 위협을 느꼈는지 며칠 만에 짐을 싸고 베이징을 떠나는 경우도 봤고, 큰 기업의 임원이 하루아침에 직원들 물갈이를 하는 바람에 우르르 많은 사람들이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다 같이 떠난 경우도 있었다. 언니의 경우에는 남편이 너무 훌륭한 인재라서 승승장구하러 가는 길이지만 그래도 아쉽고 황당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나의 길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연결되는 건지 뒤돌아본다. 어쩌다 베이징에 왔고, 길 위의 사람들 중에 울림이 있는 사람들도 만났다. 베이징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 각자 인생에서 베이징에 잠시 들렸다가 또 어디론가 가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라 시간이 되어 길이 나눠지면 또 자기 갈 길로 나아가겠지만, 마음으로 응원하고 추억하며 다시 만나면 반가울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 참 감사하다. 잠시 베이징에 머물다 갈 사람들인 것을 알면서도,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들은 어쩌면 한국말로 떠들 사람이 필요했고, 외국인으로서 외국에서 살아가는 여러 오해들과 싸우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며 지지해 줬던 것 같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나의 모든 길목마다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내가 선택한 길 중간에 만난 것이 오늘 베이징의 내 모습일 것이다. 미완성인 이 길이 다 연결되면 어떤 모습일지, 5000킬로에 달하는 베이징의 그린웨이에는 비할 수 있겠냐만은, 적당히 평안한 길이 되기를 바라본다.
-------------------
★
한없이 걷다보면 돌아올 때 택시를 불러야 할 수도 있다. 적당히 돌아올 줄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