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커우 충리 (张家口, 崇礼区)

2022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그 동네

by 유과장



우리나라가 88 올림픽 이전과 이후에 서울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올림픽은 도시를 변화시킨다. 2008년 올림픽을 계기로 베이징이 바뀌었다면, 22년 동계올림픽은 장자커우를 많이 발전시켰을 것이다. 베이징에서 3시간 남짓 걸리는 이곳을 차로 가면서, 겨우 3시간인데 평지에서 산으로, 영상에서 영하로, 날씨와 식생과 경치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을 보니 참 놀라웠다. 장자커우 충리 지역은 베이징을 기준으로 볼 때 만리장성 바깥에 있는 동네이다. 아마도 북방민족이 살았던 터전이지 않았을까 싶다. 말을 타고 가야 할 것 같은 아무것도 없는 산과 골짜기와 처음 보는 다양한 지형들을 한참 지나고 나니, 베이징 번호판을 단 차들이 가득한 스키리조트가 나타났다. (중국에서 베이징 번호판은 그 자체로 계급의 의미를 갖는다. 베이징 시내에서의 이동의 자유를 갖고 있다는 표식이기도 하다. 베이징 번호판이 없는 차는 베이징 시내에 들어올 수 없다.)


베이징 근교에 스키장은 엄청 많다. 우리나라처럼 몇몇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니다. 하루짜리 리프트권이 50위안인 곳도 있고, 500위안인 곳도 있다. 베이징 시내를 벗어나면 있는 눈 쌓인 언덕에 리프트만 설치하면 스키장이 되니, 초보 슬로프만 만들어놓고 50위안만 받는 곳도 많다. 스키를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굳이 비싼 곳을 갈 필요도 없이 50위안짜리 스키장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마치 2,30년 전 경기도 근교, 겨울이 되면 논이 스케이트장으로 변해서 3천 원 입장료에 하루 종일 실컷 놀았던 것처럼 베이징 근교에도 50위안짜리 스키장이 꽤 있다.


한국에 있을 때 아이들에게 스키 타는 법을 몇 번 알려주었는데, 중국에 오고 나서는 스키장이 너무 많아서 어떤 스키장을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스키도 빌려야 되고 스키복도 찾아야 되고, 생각만 해도 번잡하고 귀찮아서 여러 핑계를 대며 스키장을 안 갔는데, 3년 만에 처음으로 스키장 여행을 계획해 보았다. 베이징사람인 R이 스키장 정보와 리조트 정보를 알려주며 몇 군데를 추천해 줬는데, 리조트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서 긴 춘절 연휴에 스키장에 가보기로 했다.


중상급 위주의 30여 개의 슬로프가 있는 곳이라 초보가 올 일은 없어 보이는 스키장이었고, 그래서인지 스키를 오랫동안 타온 베이징 부자들의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에서 스키복이나 고글을 만든다는 것은 알았는데,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가짜일 수도 있고 진짜일 수도 있는데, 왠지 진짜처럼 보였다. 베이징과 기차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인데 온도가 10도 이상 낮아서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었고, 한가득 쌓인 눈도 진짜눈인지 가짜눈인지 모르겠지만 설질도 참 좋았다. 호텔 프런트의 직원에 따르면 얼마 전에 한국 스키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이곳 스키장에 왔다 갔다고 한다. 상급코스가 많아서 선수들이 훈련하기도 좋아 보인다. 상급코스에는 사람이 더 없다. 물론 리프트권은 한국보다 더 비싸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받을 수 있었던 카드할인을 받을 수가 없다.



스키장에서 R과 A를 만나서 같이 스키를 탔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부자 중국인들은 어디를 가든 항상 아이(阿姨, 애 봐주는 이모님)를 데리고 다니는 편인데, 스키장이라서 이모님을 안 데려올 줄 알았더니 스키강사를 데려왔다. 스키를 탈 줄 아는 애 보는 사람이었다. R은 하루에 스키를 90km를 탄 적이 있다며 기록을 자랑했는데, 나는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타보니 내 워치의 기록에 따르면 내가 4시간 동안 25km 정도를 탔다고 한다. R처럼 혼자서 쉬지 않고 하루 종일 스키를 타면 90km도 탈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여러모로 대단한 기록이긴 하지만, 나는 25km도 충분했다. 나무 사이로 스키를 타는 코스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위험한 일인데 스키를 잘 타는 A와 함께 둘째는 용케도 어려운 코스에서 넘어지지 않고, 다치지 않고 잘 내려왔다.


베이징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었는데, 문맹이라 그런지 뭐든 알아보는 게 어렵고, 내가 사는 이곳에서 한 발짝 떼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다. 베이징 3년 만에 겨울 스키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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万龙滑雪场

만 마리 용, 웅장한 용의 스키장 정도일까?

스키장과 연결되어 있는 리조트도 여러개 있어서 고르면 된다. 적당히 비싸고, 적당히 시설이 좋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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