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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FNE Sep 02. 2019

코토바 EP 언어의형태 - 1

그리고 프로듀싱이란 무엇일까?

팀명 ‘코토바’의 유래


‘코토바’라는 이름으로 4인이 모인 것은 18년 10월 정도였다. 싱어송라이터 Dyon Joo(됸쥬),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에서 연주하던 베이스 유페미아(유태민), 애정 하는 동료 드러머 쥬나나(오준환)의 제자 마커(박규선)’, 필자인 기타 다프네(경인선) 4명이서 됸쥬의 곡 중 하나인 ‘i cut the bangs’를 매스-록(math-rock) 편곡하면서 시작했다. 팀명인 ‘코토바’는 상당히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정한 이름(?)인데 조건은 이러했다.


1. 세 글자 일 것

2. 발음이 쉬워야 함

3. 외래어로 썼을 때도 깔끔해야 함(주관적)

4. 의미를 담아야 함


처음에는 ‘코코로(cocoro 心)’를 후보로 생각했는데 외국의 어떤 싱어송라이터가 사용 중이었다.(코코로는 일본어로 ‘마음’ 이란 의미이다.) 이름을 정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정이나 성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이라는 단어는 ’꽤 진심으로 맞서고 싶은 의지를 얹는다’는 의미가 있었다. 고민을 하던 중에 당시 즐겨보던 ‘우마루’라는 애니메이션의 ‘모토바’라는 인물의 이름이 단순히 발음이 괜찮다고 생각했다.(모토바의 부끄럼이 많으며 차가운 성격이 본인과 비슷해서 관심이 갔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름으로 밴드명을 짓기에는 약간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생각해낸 이름이 ‘코토바’였다. ‘코토바(cotoba 言葉)’ 는 일본어로 말, 언어를 뜻하는 단어로써 추구하고자 하는 밴드 스타일과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모토바와 발음도 비슷했다.) 팀명을 ‘언어’라고 정하고, 곡에 가사나 문자언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곡의 구조와 연주를 통해 ‘독자적 언어 세계’를 구축하고 싶었다. 포스트록 밴드들이 많이 채택하는 개성이긴 하지만 박자를 조정하여 테마를 다르게 만든다는 점이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매스 록(math-rock)과 코토바의 음악 성향


'매스-록’ 이란 장르 자체는 80년대 후반에 발생한 리듬적으로 복잡하고, 주로 기타 기반의 실험성이 강한 음악이라고 일컫는다. 매스 록 범주 안에서도 사운드는 정말 다양해서 어떤 한 가지를 꼽기는 어려우나 나 자신이 흥미를 가진 매스 록의 특징들은 이러하다.


1. 기타가 명료한 클린톤을 주로 사용

2. 실험적인 불협화음이 너무 많지 않음

3. 기타 리프가 창의적이면서 너무 어둡진 않은

4. 가사가 많지 않은

5. 인디 록(indie rock) 성향의 특징


또한, 본인이 영향을 받은 음악들은 대략 이러하다.


관심을 가진 시간 순서 순


1. 블루스 록(Cream, Led Zeppelin) 2012-2013

2. 얼터너티브, 인디 록(Deerhunter, Yo la tango, Sonic Youth, Ducktails, Tame impala, Yuck, Foals, Slint, My bloody valentine, 파라솔, 비둘기우유 등) 2014-2016

3. 재즈(Miles Davis, Chet baker) 2015-

4. 일본의 매스 록, 포스트록 기반 밴드(toe, tricot, Kinokoteikoku) 2015-


당시에 3,4 음악들에 큰 관심이 있었다. toe의 유려한 드럼 플레이와 기타의 화음, 존재감 있는 베이스와 건반. tricot의 변박과 기타 연주, Kinokoteikoku의 공간계 기타 사운드는 본인의 음악적 정체성을 결정지었고, 재즈 트리오나 쿼텟의 구성과 리드 관악기 연주는 곡의 곳곳에 재즈에서 영향을 받은 연주를 넣도록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같이 연주하는 친구들과 코토바에서 매스 록 기반의 음악을 만들자고 이야기를 했다. 이러한 작업 기반으로 19년 2월 친애하는 동료 뮤지션인 ‘쓰다’ EP 발매 공연과 3월에 록밴드 ‘스테인펄스’ 와의 기획공연, 5월 일본 칸사이 라이브 하우스 투어(오사카, 나라, 교토), 6월 기획공연 ‘시리얼 포스트록’(with 티어파크, 사막꽃)을 가졌다.


EP 작업 시작과 ‘프로듀서란 무엇일까’


EP 이야기가 나온 것은 19년 4월 경이었다. 8월 말 발매를 목표로 해서 만든 후, 하반기 칸사이 투어와 국내의 각종 공모와 매거진에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멤버들과 의견을 나누다가 베이스인 유페미아(유태민)가 ‘프로듀서’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필자는 이전에 활동하던 팀들에서 리코딩을 하거나 사운드를 구상해서 엔지니어와 작업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확실히 전담했던 건 아니었다. 유페미아 씨의 설명에 의하면 프로듀서는 총괄 제작자였다. 간단히 설명하면 전체적인 그림을 짜고 세부적인 구조까지 디자인해야 하는 업무였다. 팀 멤버가 하기도 하고 외부 프로듀서를 영입하기도 한다고 했다. 머릿속에 있는 코토바의 결과물과 사운드를 생각했을 때 괜찮은 밴드 사운드를 뽑아줄 사람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당시에는 로우 파이 한 신시사이저와 빈티지한 기타 사운드 기반의 밴드들이나 EMO계열의 팝 밴드들이 유행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토바는 좀 더 록밴드 사운드이면서도 기타의 톤 자체는 일반적으로 한국에 영향을 끼친 시원한 미국 스타일의 클래식 록 기타 사운드가 아니라 내추럴한 풀 래인지(Full-range) 크랭크 업한 클린톤과 크런치 리드톤 위주여야 했다.


그래서 프로듀서란?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서’를 ‘건축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가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건축이란 얼어붙은 음악이다.(I call architecture frozen music.)’라고 말했다. 건축을 주어로 음악을 대응하여 말한 것이긴 하지만 음악을 중심으로 건축을 대입해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프로듀서가 멤버 본인이든 외부인이든 상관은 없다. 존재하고 있는 음악 자체를 어떠한 형태로 굳혀 만드는 것이 그의 역할이며, 이는 소재를 이해하고 도면을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건축가의 역할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직접 하기로 했다.



프로듀싱 - 도면 구상하기



프로듀싱 전체 작업을 건축에 대입하였을 때 첫 단계는 ‘도면을 구상’ 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 어떤 앨범을 만들 것인지 결과물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어떠한 정체성과 개성을 가졌으며 수록곡은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 같은 것을 결정한다. 레퍼런스가 되는 팀은 ‘toe’,’tricot’, ‘Kinokoteikoku’ 였는데 전체가 차지하는 레퍼런스의 농도가 100이라고 치면, toe가 50, tricot 이 40, Kinoko가 10 정도였다. toe가 18년도에 발매한 앨범 ‘Hear You’ 정도의 분위기를 생각했다. 라이브를 할 때 달려 나가는 록도 멋지지만, 드럼을 중심으로 둘러서서 각자의 연주에 집중하는 것, 그것을 보며 함께 몰입하는 관객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 연주가 어떠한 이펙팅 사운드를 만들어 내서 ‘분위기’를 만드는데 집중한다기보다, 곡의 구조를 수치적이며 직관적으로 쌓아 올려서 울림을 만드는 것을 지향하고 싶었다. 또한 어떠한 파트가 '세계의 구원자'처럼 프런트를 주도하는 것도 자제하고 싶었다.(모두가 구원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개성 있는 보컬이나 대단한 기타리스트가 나서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극대화했을 때의 에너지를 담고 싶었다. 앨범을 구상하면서 단순히 연주자로 참여하는 정도의 일을 넘어서 온전히 각각의 인간을 녹여내는 일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경험 상 단순히 일적으로 임하는 것과 온전히 자신을 쏟았을 때의 결과물의 차이를 알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개인이지만 같이 하는 자들도 각각 개인이다. 자신이 머릿속으로 만들고 싶은 그림을 생각하는 만큼 각자가 어떤 모습으로 담기고 싶을지 고찰했다.


toe - good bye

https://youtu.be/Iz-Vsaai7I4 


tricot - anamein

https://youtu.be/Q77gbjfsVO8


Kinoko teikoku - long goodbye

https://youtu.be/Qygdy6Hc0yA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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