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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Mar 04. 2024

1914년 10월 지쳐가는 자크


1914년 10월 30일 

사랑하는 내 아내, 

  당신 편지는 나를 멈출 수 없이 기쁘게 만드오. 그래서 더 미안하오. 편지를 읽다 보면 당신이 내 곁에 없다는 상실감이 크게 느껴지오.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지오. 이 전쟁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소. 우리 집에서 우리 가족 셋이, 그러니까 우리 딸 바베트와 당신, 나 이렇게 함께 있을 때가 정말 그립소. 

 지금은 휴식시간이오. 대대 전체가 모여 있는 불쾌한 농장이라 불리는 곳에 있소. 차라리 참호와 신선한 바깥공기가 그리워지오. 우리는 거름더미처럼 보이는 썩은 짚더미가 뒤덮인 방 한 칸에 병사 여섯이 함께 들어가오. 그중 한 동료가 우울하고 어떤 영감도 떠오르지 않을 내 분위기를 보며 자발적으로 대신 편지를 써주겠다 하여, 편지지를 넘겨요. 


  “부인, 피곤하고 졸려 보이는 남편을 대신해 편지를 이어가는 걸 허락해 주시겠어요? 머리에 회색 모자를 쓰고, 판자에 등을 기댄 채 회색 담요 아래에 다리를 꼰 그이가 보이네요. 항상 회색빛인 부싹씨, 저 이가 부인의 남편이죠. 저는 그의 초록 눈을 좋아해요. 그 눈이 감겼네요. 팔을 꼰 채로 평화롭게 잠에 들었네요. 그는 의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그런 모습을 할 수밖에 없죠. 그 카테고리에 속하려고 간 보기를 엄청 했거든요. 만약 이 분이 당신 남편이 아니라면 혹은 당신이 부삭 부인이 아니라면, 즉시 제 감상을 멈추겠어요. 당신에 대한 존중이 떠벌리는 저를 가로막네요. 그러나 맞다는 확신이 들어 당신에게 사랑하는 자크, 아니 자쿠오의 소식을 전할게요. 

 자쿠오는 쾌활한 성격을 타고났고, 거의 항상 미소를 지어요. 이런 자질은 전쟁 중에는 꼭 필요하죠. 그는 미각을 채우는 데에 별로 감사하지 않지만, 베르됭까지 가서 잠봉 햄을 가져온 친절한 동료지요. 오늘은 무척 즐겁기에 모든 것이 낙관적으로 보이는 게 매우 좋아요. 지금은 벽장에 정리된 반합과 화약기 아래 숨겨져 있는 베네딕틴 와인 한 병을 상상하며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여요. 저 신성한 와인 주인은 지금은 부재중이어서 우리는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적으면 될까요? 제가 바라는 한 가지 소망은 자쿠오가 곧 집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기관총 사수이자 전에는 연락병이었던 자크 부싹, 이 어린 친구가 우리 은신처에 대해 적었는지 모르겠어요. 출입문은 더 이상,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움막 같은 곳이죠. 배급받은 가방을 커튼으로 대체해서 호화로운 방으로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죠. 방안에 깔린 축축한 짚단의 절반은 흐물거리는 카펫으로 그 절반은 침대 역할을 해요. 벽에는 조각이나 그림 장식 없이 회칠만 되어 있어요. 이 추운 계절과 맞지 않음에도 짚 속 한가득 들어있는 엄청난 수의 벼룩을 소개하는 걸 잊어버렸네요. 또 두 손으로도 가려지는 엄청난 크기의 창도 있지요. 이 창은 채광도 되는데 아침에 환기를 위해 열어재낄 수 있는 상자 조각으로 만든 덧창도 있어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런 대궐 같은 궁전의 전형적인 배치는 두 채의 농장, 풍요로운 진흙뻘, 악취가 나는 시냇물이 기분 좋게 흐르는 장관의 계곡사이에 우뚝 솟은 포탑이 하나 자리해 있어야 하죠. 이곳도 그렇습니다. 출구에 서 있는 보초병은 일렬로 늘어서 있고 이곳과 가까운 덜 깊숙한 참호로 밤새 달리기도 강요당합니다. 사랑하는 당신의 자쿠오에게 물어보세요. 제가 묘사한 것들은 틀림없습니다. 여기서 편지를 끝내야 되는 데에 먼저 사과를 먼저 드립니다. 베네딕틴 와인이 열렸고, 영감은 말랐고, 자크도 일어났어요.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그나저나 부싹 집안은 여전히 탈크 분필가루로 밀가루를 연성하나요? 밀가루를 먹는 대신 토론이나 하는 판매상처럼 말이죠”

 적절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서신 작성자에 대해 감히 세부사항을 감히 적어드려도 되겠소? 무엇보다 익명인의 싸인을 대체하려 하오. 그는 브뤼셀에 본사가 있는 은행가며, 파리에 발을 붙이고 살며 와인을 무엇보다 좋아하오. 통신병 역할을 하는 꽤 괜찮은 젊은이로 어두운 색 피부와 갈색 수염, 약간 통통한 체형에 조금 호감형 톤의 목소리를 가졌소. 이전에 그가 말한 바로는 전장에서 총알이 팔을 가져간데도 70대까지 예비역으로 팔대신 갈고리를 달고도 살 수 있어 보여요. 어떤 인연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었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매력적인 젊은이로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닐 정도로 매우 세련됐소. 전쟁이 끝나자마자 그를 위해 엄청난 혼처나 아름다운 안주인을 찾아줄 것을 부탁하오. 

 내 사랑하는 아내, 보다시피 나는 전쟁 중에도 농담을 하며, 우울해지려 할 때는 좋은 분위기를 다시 되찾아 주는 좋은 동지들로 뒤덮여 있소. 당신이 파리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이 편지를 빨리 받아 보기를 바라오. 열성적으로 당신을 감싸 안으며, 

당신의 자크





1914년 10월 31일

매우 사랑하는 내 남편에게, 

  바레트 숙모님이 펠릭스 둘째 매부의 소식을 전해줬다는 기쁜 소식이 있어요. 펠릭스 매부는 쌩-오-메르에 18일에 있었어요. 숙모님이 매부의 엽서를 받고 그토록 기뻐하시니, 당신도 편지를 보내야 해요!   

바그람가의 84번지, 바레트 숙녀

 여기로 편지를 보내세요. 숙모님은 우리 딸이 당신을 무척 닮았다고 하셨어요. 제게도 그렇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요람에서 우리 딸을 꺼내들 때, 당신이 저를 보듯이 상냥한 눈길로 저를 바라보곤 해요. 그럴 때, 우리 딸은 두 배는 더 사랑스러워져요. 당신에게 전할 소식은 특별한 게 없어요. 

 사랑하는 꼬꼬씨, 혹시 관심 있다면 제 사랑을 말해줄게요. 항상 그랬듯이 당신이 지겨워할까 두렵지만요. 당신 심장에 바싹 붙어서 기대어 앉을 수 있다면 무척 좋을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말로 할 필요도 없이 서로의 사랑을 증명할 수 있을 텐데요. 저는 여전히 우리 신혼집에 순례를 다녀요. 당신 외투를 현관 입구에 두었더니 약간 먼지가 붙어 있었어요. 솔질을 하겠지만 들어오면서 외투의 먼지를 보니 썩 유쾌하지는 않았어요. 마치 외투가 당신 같았거든요. 집에 들를 때면 제 뺨을 거기 비비며 가슴 뛰는 기쁨을 느꼈는데 어쩔 수 없죠. 다시 옷장에 넣어야겠어요. 

 사랑하는 자기, 우린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막내 시숙은 친절하지만, 시숙이 여기 남아있는 걸 보는 게 썩 좋지는 않아요. 제게는 당신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시숙과 어머니가 우리 딸 바베트에게 엄청난 유모차를 선물했어요. 무척 감사해요. 당신이 받은 지난 소포에는 메 숙모가 당신을 위해 짠 양말 한 켤레가 들어있어요. 두서없는 편지를 쓰고 있네요. 하지만 시간이 거의 없는 게 저를 조급하게 해요. 세상에 이토록 저를 상냥하게 사랑하는 남편은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미치도록 당신을 사랑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점점 많아진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당신을 마주 보고 껴안아주고 싶어요. 우리가 헤어진 지 너무 오래됐어요. 선하신 주님이 우리 군을 은총하고, 빠른 승리를 주셔서 재회가 빨라질 수 있도록 우리 같이 기도해요. 주님은 모든 기도에는 응답하시기에 당신이 아내에게 돌아오고 싶다면 그를 의지하세요. 당신을 향한 제 모든 심장으로, 제 사랑으로 당신을 뒤덮으며, 창백한 당신의 푸른 실핏줄에 부드러운 키스를 보내요. 아! 내 사랑, 이토록 귀한 남편을 빼앗기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렇지만 조국을 위해서겠죠. 프랑스 만세. 

마리-조세프

답장할 수 있도록 빈종이를 같이 보내요



1914년 11월 1일

사랑하는 아내에게, 

  우선 저번에 보낸 터무니없는 편지에 대해 짧게 적자면, 동료가 함께 적었던 그 편지는 불평했지만 그건 반절만 맞는 말이오. 

 연락병으로 있는 동안 매우 좋은 동료들을 만났소. 더러운 농장에서 독감에 살짝 걸렸지만, 지금은 나아지고 있소. 게대가 많이 아프지도 않았소. 어제 이 편지를 시작했고, 저녁 전에 끝낼 수가 없어서 오늘 다시 적소. 

 기쁘게도 오늘 편지 5 통과 소포 2개를 받았소. 이게 내가 완전히 회복하는데 도움이 됐소. 22일과 23일에 보낸 소포를 동시에 받았는데, 첫 번째 소포에 우리 딸 바베트와 당신 사진이 있었소. 우리 딸이 눈을 그렇게 동그랗게 뜨고, 놀란 것 같이 보이는 표정을 짓는 그 작고 발랄한 얼굴은 엄청난 걸작이오. 우리 가족에게 기쁨의 뽀뽀해 줄 수 없어서 아빠는 속상하오. 당신을 미친 듯이 꼭 껴안주고 싶은 바람도 들었소. 

 당신이 넣어준 말들은 완전히 부적절하지만 놀랍지는 않소. 내 작은 마리-조세프가 나를 그리워한다는 게 힘들었지만 그런 편지를 읽는 것에 무척 행복했소. 

 나는 베르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그곳으로 샤를 꼬르도니에 사돈을 만나러 가는 것은 불가능하오. 만약 갈 수 있다고 해도, 거기 있는 사돈을 찾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하오. 나는 제3군, 6군단이오. 막내 앙드레가 말하길, 호제르 보라흐드가 6군단 간호병 또는 운반병이라고 하오. 그러나 나는 전쟁 초반부터 지금까지 우리 군단 운반병을 본 적이 없소. 

 우리 지휘관이 또 교체됐소. 전에 있던 다뤼 중위는 키가 크고 깡 말랐으며 안경을 썼소. 그는 더 이상 우리 기관총 부대의 중위가 아니지만, 그와 괜찮은 사이였소. 새 중위는 매우 친절하오 

 안쓰러운 코르도니에 부인, 얼마나 차분하고 쾌활한 느낌의 부인이었는데, 지하실에서 그토록 안 좋은 일을 겪었다니, 내가 독일 놈들에게 이제 이 원한을 갚아주겠소. 보다시피, 우리보다 더 많은 시험을 받은 사람들이 있소. 

 사랑하는 아내인 당신을 열정과 온 힘을 다해 감싸 안으며, 

당신의 자크



1914년 11월 2일

사랑하는 아내에게, 

  오늘밤 매력적인 작은 농장으로 왔고, 잘 쉬고 있소. 여기서 3일 동안 머물 예정이오. 이제는 완전 내 집처럼 편해지기 시작한 참호 생활이 그립소. 우리는 거기서 작은 팬으로 차를 끓이고, 잠봉 햄을 조리하고, 초콜릿을 끓이오. 요리는 우리 몸을 따뜻하게 데우기도 하오. 주변에 정말 버려진 마을에서 의자, 매트리스, 담요를 가져왔소. 보다시피, 생활은 단출하지만 편안하오. 때때로 독일 놈들이 개최하는 콘서트와 불꽃놀이가 열리오. 그건 우리에게 위협이 안 되오. 유일한 위험은 우천이오. 비는 신성한 땅에 불행한 결과를 만드는데, 늪으로 변해버린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거나 자고 있는데 지붕이 무너져 내려 버리오. 지금까지는 운 좋게도 날씨가 계속 좋았지만, 두려움이 지속될 거라 예상하오. 

 내 예상으로 당신은 지금 파리에 있을 거요. 내 군장을 완벽하게 보완하기 위해 몇 가지를 부탁하오. 방수 고무 천으로 된 파우치를 만들어 주오. 하나는 초콜릿 보급품을 넣기 위해 필요하오. 어머니가 보내는 초코바들의 크기로 어떤 사이즈를 보내야 할지 확인할 수 있을 거요. 또 다른 하나는 세면도구를 넣을 수 있는 걸로 필요하고, 냄비, 포크, 스푼을 넣을 세 번째 파우치도 필요하오. 어머니께 요청드린 수많은 요청 사안에, 구두에 덧대서 신는 방수고무를 잊어버렸는데 일반적인 것보다 접히는 공간이 넉넉하고 매우 튼튼한 컨버스 천에 두 개의 수납공간을 갖춘 것이 있다면 가방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소. 갈색 컨버스 천으로 나오는 게 군용이오. 

 다시 읽어보니 사람말을 적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발견했소. 바라건대 당신이 내 뜻을 이해하고 엉망으로 적힌 편지도 관대하게 봐주기를 바라오. 

 감기는 완전히 나았소. 잘 지내고 있소. 다만 가볍게 목이 아픈데 이틀 정도 되었지만 심하지는 않소. 

 당신이 파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받지 못했소. 그럼에도 이 편지를 파리로 보내오. 감히 사랑하는 내 아내, 당신을 곧 만날 거라고 하겠소. 곧 만나오. 온 마음을 다해 말하오. 당신에게서 오랫동안 멀리 있지만 말이오. 

전심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오. 열정적으로 당신을 감싸 안으며

당신의 자크



숙소 앞에 서 있는 105 연대 프랑스군, 1914년@chtimis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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