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써요

내일로 건너가는 마음의 지도

by 춤추는바람




매일 아침 나만의 리추얼은 가만히 앉아 어제의 좋았던 일을 떠올려 보는 것. 그러기 위해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다 보면 무심코 흘려보냈던 순간의 일들이 되살아난다. 글로 옮기는 사이 그때는 알지 못했던 발견과 깨달음이 온다. 기쁨은 더 큰 기쁨으로 슬픔은 안도와 위안, 그걸 지나온 기쁨으로 바뀐다. 글을 쓰며 다시 사는 어제는 어제와 닮은 듯 조금 더 깊고 넓어진다.


일기 쓰기는 쉽게 접어버린 사이의 의미를 다시 펼쳐보는 일. 그 틈새에 조약돌처럼 숨어 있던 작고 귀여운 기쁨을 모으는 일. 어느새 그게 삶을 긍정하는 태도의 바탕이 되었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잘 버티어 낸다면 어려운 일도, 무거운 마음도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걸 잊지 않을 수 있다. 눈물이 쏟아지고 한숨이 깊어지더라도 눈길을 돌리면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우리 곁에 있다는 걸 기억하게 해 준다. 그게 내가 마음을 쓰는 법이 되었고 그렇게 마음을 쓴 자리가 글이 되어 간다.



(...)



일기를 적어 내려가면서 천천히 하루 일을 돌아보는 사이 기뻤던 일, 따스했던 순간, 좋고 반갑고 기록해두고 싶은 것이 생각났다. 전날 구워 둔 딸기잼 케이크를 먹으려 평소보다 커피를 한 잔 더 마신 일, 볕 잘 드는 자리에 앉아 방해 없이 일에 몰두했던 시간, 뜨거운 물을 채운 보온 주머니를 배에 데고 막 끓인 보리차를 마시던 순간. 혼자였지만 기쁘고 따스했고 잔잔하게 좋았다.


생각보다 일찍 일을 마쳐 애정 하는 작가의 신간을 읽었고, 새로운 질문을 던져 닫힌 시야를 열어주는 문장에 밑줄을 긋느라 나를 잊을 만큼 즐거웠다. 갈치 한 마리 구웠을 뿐인데 밥 한 공기를 맛있게 싹싹 비우는 아이의 얼굴은 얼마나 예뻤게. 동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기 위해 천천히 같이 걸었던 저녁의 길은 다정했다. 발맞춰 걸으면 딸깍 딸깍 소리가 나는 계단을 내려가며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며 많이 웃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