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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쫑 May 06. 2020

이별 루틴

모든 헤어짐은 힘드니까.

어느 날, 회사 후배가 나를 찾아왔다. 2달쯤 전에 나에게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했었던 아이. 여전히 너무 힘들고 감정을 추스르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이 이성으로 지금의 감정을 누르라고 했다는데 나조차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너무 추상적이다. 그러면서 그 아이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심플하게 정리하자면, 1년 동안 너무 잘해줬던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감정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남자 친구의 자존심을 많이 상하게 했고, 자신의 잘못이 큰 것 같다며 사소한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며 자책을 했다. 그녀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면 나는 충분이 이해했을 것이다. 나 또한 수많은 연애를 하면서 그렇게 나를 자책하며 돌아오기만을 바랬었으니까. 하지만 2달이 다 된 시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많이 안타까웠다. 눈물의 양은 줄었지만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전화를 해서 자신이 잘못한 만큼 그의 폭언을 들었다고 했다. 음. 옛날의 나를 보는 듯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관계라는 것은 한 사람의 잘못은 없다. 내가 하나를 잘못하면 상대방이 하나를 잘못한 것이다. 내가 10개를 잘 못한 기분이 들 수는 있지만 상대방도 10개를 나에게 잘못한 것이다. 결국 나의 잘못도 그 사람의 잘못도 아닌 것이다. 그냥 두 사람의 잘못이든 두 사람의 잘못이 아니든. 그것만 있을 뿐이다. 그 아이에게 자책하지 말라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떤 나쁜 말을 들어도 절대 너의 탓이 아니라고. 그런 생각이 들라치면 그래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너도 잘못한 거야.라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하라고 했다. 그래. 혹시 사람들이 말하는 이성으로 감정을 누르라는 말이 이런 건가.


나는 헤어지고 나면, 모든 감정을 토해내는 사람이었다. 서로 사랑한 만큼 이별도 상대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며 상대에게 나의 감정을 쏟아냈다. 그렇게 해도 된다는, 그럴 권리가 나에겐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그때 그렇게라도 했기에 나는 다시 사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전화를 하고 집 앞에 찾아가고 서럽게 매달려도 봤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이별은 나에게 가장 무서운 감정이다. 세상에 헤어짐은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만 나는 특히 헤어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모든 이별은 힘들다. 남녀 간의 사랑에만 해당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지만 이별하는 법도 배우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생에서 올 수 있는 수많은 이별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이별 루틴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감정을 잘 억누르는 사람인지, 애초에 감정을 주지 않아서 이별이 쉬운 사람인지, 나처럼 감정을 토해내야 하는 사람인지, 감정을 회피하는 사람인지. 그래서 그 방법이 본인에게 좋은 건지 좋지 않은 건지. 최소한 자신이 다치지 않으면서 아픈 이별에 잘 대처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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