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성의 불량이 Nov 01. 2023

어리지만 더 어린 아들의 여자 (1)

청소년의 이성교제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어떻게, 어디서 재워야 하지? 뭘 좋아하지? 기차역으로 데리러 가야 하나?

걱정이 한가득이다. 14살 중1 아들의 여자친구가 방학 중에 우리집을 온다고 한다. 심지어 여자친구의 집은 울산이다. 아무리 교통편이 좋아졌어도 이곳 경기도 동탄까지 줄잡아 5~6시간은 걸릴 거라 생각되는데 남자친구 집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가는 것으로 계획했다.

 내년이면 고3인 형도 한 번도 사귄 적 없는 여자친구를, 게다가 우리는 딸을 키워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맞아야 할까? 걱정이 한가득이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5월쯤 한참 코로나가 학교를 휩쓸고 지나가고 안정될 때 이제 좀 적응해 가는 듯할 때 아이가 2주 만에 집에 와서는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심지어 두 살 연상의 누나라고 했다. 축하한다고 말하고는 어떻게 사귀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외투를 서로 빌려주고 하다가 누나가 먼저 사귀자고 했다고 한다. 

 아이가 다니는 금산 간디학교는 아이들끼리 연애를 장려하고, 친구들도 부러워하고 축하해 준다. 그러나 규칙이 있는데 그건 학생들이 학생자치회에서 결정한다. 특히 서로의 신체접촉은 이성에 대해 궁금하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 시기라 학교안과 밖에서 따로따로 신체 접촉의 한계를 정해 놓는 것이다. 규칙을 지키지 못할 때는 친구들과 선생님들로부터 주의를 받으며, 책임활동까지 해야 한다. 책임활동은 대체로 일정기간 동안의 청소나 학교일을 해야 하고, 심할 때는 책임활동으로 인해 집에 못 가는 경우도 생긴다.  

 두 살 위의 누나를 사귀는 게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때라 누나가 이끌어 줄 테니 자연스럽게 배워 나가겠지, 아들을 둔 부모의 입장이 그렇지 않을까? 혹시나 좋은 감정인 신체 접촉이었지만 중간에 변심이 생기면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대부분 그 책임이 남자에게 전가되어 가해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아직 성숙하지 않으니 더욱 걱정돼도 두려웠다. 하지만 믿어보자 그리고 응원하자고 마음먹었다. 

     주말에 집에 오거나 가정학습 기간이면 새벽까지 여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한다. 딱히 통화 내용이 있기보다는 영상통화를 틀어놓고 자기들의 할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말다툼하는 소리도 들리고, 그러다가 또 속삭이듯 간지러운 소리도 난다. 모르는 척하고 안 듣는 척 하지만 내 몸의 털에도 귀가 달린 듯 소리를 추적하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게 아이들의 교재는 자연스러워 보이고 예뻐 보였다.      

방학식 전날인 축제에서 그간 준비한 부모님들도 공연을 한다.

 학교의 방학식은 축제다. 학생들만의 축제가 아닌 부모, 선생도 모두 같이하는 축제다. 축제엔 음식과 노래, 춤이 필수 아니겠는가? 아이들은 학년별로, 마음 맞는 사람끼리 혹은 혼자의 무대를 만든다.

 학교에 도착해 천막 안에 판매할 음료와 간식을 깔아놓는다. 어른은 삼천 원, 아이들은 천 원, 말만 잘하면 돈도 대신 내주기도 한다. 많이 팔겠다는 목적보다는 가져온 재료를 소진하는 게 목표인듯하다. 수익금은 모두 부모님이 운영하는 장학위원회에 기부된다.

 한참 장사하는 중에 누가 봐도 사랑 많이 받으며 자라보이는 예쁜 여학생이 와서 인사를 한다. 아들과 손을 잡고 있고 쑥스러워한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반갑게 인사하지만 내가 더 떨리는 것 같다. “너였구나 우리 아들 잘 부탁해”라고 말하지만 며느리를 처음 보는 시아버지의 마음이란 이런 걸까? 한 백만보쯤 앞서나간 생각이지만 날 잘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큰 것 같다.

 축제의 무대는 저녁식사 후에 강당에서 시작된다. 부모님들도 멋진 아이돌 댄스를 춘다. 약간 어설프지만 한 학기 동안 연습한 어려운 기타곡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친구도 있고, 예고로 진학 준비를 하는 멋진 창작 춤을 추는 아이, 그리고 마지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그룹사운드 공연까지 나름 고단하고 힘들었던 한 학기 살이의 마지막을 폭발하듯 뛰며 소리 지르며 서로 응원하며 풀어낸다.  

간디학교는 학생간의 이성교제를 장려한다.

 두 녀석은 축제 내내 붙어있다. 항상 손을 잡고 다니고, 머리를 쓰다듬고, 자기 공연이 아닐 때는 서로 기대 있다. 정말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는 듯하다. 그래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리고 다른 부모님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한편으론 마치 내가 연애하는 양 뿌듯함으로 공연에 집중하는 척해본다. 

 그렇게 축제가 끝나고 뒤풀이로 부모님들과 거하게 술 한잔하고 나면 다음날 방학식으로 이제 선생님들의 방학이 부모님들의 개학이 시작이다.

 방학식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이 아닌 학생생활 전담 선생님과의 특별 면담이 필요하고, 이는 아들의 이성교제에 문제가 있어 특별 상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 것이 왔구나’ 그 순간부터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를 보냈더니 타짜가 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