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가족의 한 집 살이
영화감독으로서 실패해 빚을 지고
스튜어디어스 아내는 바람이 나서 이혼하고
절망과 술독에 빠져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린 나.
그런 나에게 걸려온 엄마의 안부전화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방세도 밀려 엄마의 집에 밥을 얻어먹으러 갔다가 얹혀살기로 결심한 주인공은 얹혀사는 가족이 더 있다는 사실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감방을 왔다 갔다 하는 형과 술집에서 일하면서 어려서부터 남자들 손이 익숙한 여동생, 반말을 찍찍 뱉어대는 버릇없는 조카,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 집을 나갔다가 아이를 데려온 엄마까지, 이 콩가루 집안의 시끌벅적한 한 집 살이 이야기는 우습기만 하진 않다.
천명관 작가의 위트 넘치는 문체에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가고, 재밌는 인물 구성과 묘사, 자연스러운 대화체에 눈은 쉬지 않고 굴러간다. 현실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가족애, 인생의 일반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 고령화 가족. 휴먼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그제야 나는 상 위에 올라와 있는 반찬들이 모두 어릴 때 내가 좋아하던 것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랑한 게 언제였을까 생각해보았지만 마치 누군가를 단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사랑이란 단어가 낯선 외국어처럼 생경하게 느껴졌다.
유년의 기억 중에서 어떤 것은 당시엔 너무 어려 그 의미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단지 기억 속에만 묻어두었다가 오랜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후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사람들이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으론 자기만의 병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인생이 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무언가에 발목이 잡혀 이리저리 한 세월 이끌려다니기도 하는 게 세상살이일 터인데 때론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