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인 포퓰리즘 정치 펼치는 정치인들, 그런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렸을 적, 학급 반장 선거를 할 때 모두가 당연하다는듯이 반장이 되면 햄버거를 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관례처럼 반 학생들도 반장에게서 햄버거를 쏘라고 요구했다.
학교를 벗어나면 이러한 선거 공약을 다신 보지 못할 줄 알았다. 아무래도 학창 시절의 반장난 같은, 큰 권한이 없는 반장 선거였으니까 대수롭지 않았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맞닥뜨린 현실 정치는 학급 시절의 반장 선거에서 한 발도 더 발전하지 못한채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같은 원리로 이뤄지고 있었다. 누가 더 맛있는 햄버거를 쏘느냐 경쟁하고 있다. 그것도 반 전체가 아닌 몇 명에게 말이다. 반장 선거와 차이점이 있다면 적어도 반장 선거의 햄버거는 반장의 부모님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지불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인터넷 기사 한 편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이젠 의심 단계를 지나 '아 저 정치인들 또 저러는구나' 이런 반응이 자동 발사되는 단계가 되었다고 봐야겠다. 해당 기사의 제목은 <이재명 인당 천만원, 이낙연 3천만원, 정세균 1억원…재원은 ?>으로 매일경제에서 작성한 기사이다. 물론 매일경제가 보수 진영의 신문으로 알려져 있긴 하다만 팩트만 놓고 생각해보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학 미진학자에게 세계여행 지원비 명목으로 천 만원을 지원하자는 의견을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내었다. 정책 제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급진적인 이재명 지사의 정책 방향이라면 실행할 가능성도 없어 보이진 않는다.
정세균 전 총리는 출생 때부터 국가가 20년동안 자금을 적립해 스무살이 되는 사회초년생에게 1억원을 지급하는 '미래씨앗통장' 정책을 설계중이라고 밝혔다.<출처 : 매일경제> 사회초년생에게 큰 보탬이 되는 정책으로 보이지만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아직 설계중이라고 하니 과연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지가 궁금하다. 예상하건데 한 개인이 20년 만기 적금 통장을 만들면 정부가 매년 일정 금액을 적립해주는 방식이 아닐까 한다. 기존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을 위한 내일채움공제를 보면 힌트가 나온다. 3년 간 800여 만원을 입금하면 국가에서 3,000 만원을 만들어주는 통장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튜브 채널에서 군 복무를 마친 장병들에게 3,00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사회출발자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출처: 매일경제> 물론 구체적인 재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계획 단계이거나 구상 중인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재원에 대한 내용은 추후에 마련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미래를 짊어질 젊은 청년들에게 보탬이 되고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될 수도 있는 정책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겉보기에 좋아보이는 정책은 한 번 다시 되물어봐야한다. 입에 달고 짠 음식이 맛은 있지만 결국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단기적인 즐거움에 집중한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이재명 지사의 대학 미진학자의 세계여행 지원금은 대학 진학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할 것이고 조세저항 심리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언제부턴가 대학 진학을 잘못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정치권에서 보여지고 있는데, 대학은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산학 협력, 연구실의 성과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게 하고 과학기술 발전의 토대가 된다. 인문학도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서비스를 기획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런데,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게 낫다는 식의 사고방식으로 대학 미진학을 장려하는 정책을 편다면 장기적으로 사회의 변화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대학의 교수 한 명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교수 채용을 늘리고 대학 강사의 처우 개선에 정책 자금을 들여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사회 발전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또, 대학 등록금을 보조하고 대학 미진학자들에게는 다양한 채널에서 원하는 교육을 듣고 자기계발할 수 있도록 자기계발비를 지원해주는 것은 어떨까?
두번째, 정세균 전 총리의 미래씨앗통장은 출산율이 지속해서 낮아지는 현 대한민국 상황에서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부동산 가격의 고공행진에 따른 청년들이 느끼는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문제는 재원이다. 그리고 혜택을 받지 못한 기존 지금의 청년들에게 과연 이러한 정책이 달가울까? 벼락거지가 되고 취업난에 다른 세대보다 재산 축적이 어려웠던 청년들은 세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 청년들에 대한 복지를 늘리는 정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세금과 한편으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을 반기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혹자는 그럼 애를 낳아서 혜택을 받으라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식의 논리로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사회는 바다 위의 배와 같다. 한 곳의 구멍 때문에 전체가 가라앉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포퓰리즘 정책이 남미 국가들에 미친 영향을 보라. 더 많은 부자를 만드는게 아닌 모두 함께 가난한 사회를 만든다.
세번째, 이낙연 전 대표의 제대 군인 3,000만원 지원은 나라에 봉사한 청년들에게 위로금을 주는 정책이므로 취지는 좋아보인다. 필자도 군 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10만원씩 나오는 월급에 혜택은 아무것도 없다며 불만을 가지곤 했다. 하지만, 3,000만원의 재원 마련은 결국 세금으로부터 마련될 것이다. 군가산점 폐지에 대한 위로금의 차원에서 세금을 통한 해결을 선택했다. 돈은 굉장히 간편한 해결 방안이다. 그냥 금액을 정해서 준다고 하면 만사형통이기 때문이다. 불만을 잠재우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정책의 문제점은 혜택의 수혜자가 있는 반면 혜택을 받지도 못한채 돈만 제공하는 '주머니'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두를 포용하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현 정치인들이 왜 창의적인 정책을 펴지 못하는 걸까 의문은 든다. 다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인데 말이다. 군제대 청년들에게 다른 우대 혜택, 예를 들면 기존의 취업 가산점제도나 장학금제도 등을 운영하는 것은 어떤가. 같은 돈이 든다고 해도, 그냥 현금을 쥐어주는 것보다 더 사회적으로 동의를 얻기도 쉬울 것이다. 현금을 쥐어주면 수혜자 입장에서는 효용이 극대화될 수 있으나 주식, 코인, 도박에 탕진할 가능성도 있고 술값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포퓰리즘 정치가 양산하는 편가르기와 상대적 박탈감, 미래 세금 부담에 심신이 지친다. 표를 어떻게 하면 가장 많이 끌어올 수 있을까만 생각하지 않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심사숙고하여 제안하는 것은 어떨까?
햄버거는 달고 맛있다. 그리고 햄버거는 학우들의 마음을 사기에도 간단하고 쉬운 방식이다. 만원으로 표를 얻는다면 굳이 고통스러운 창의적인 학급 발전 방안을 낼 필요도 없으니까. 좋은게 좋은거라는 우리나라 정서에도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하지만 사회의 현실 정치는 그리해선 안된다. 돌다리도 두드려라라는 속담처럼 쉬운 길이어도 다시 한번 숙고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국가 발전을 고민하는 정치인이 보고싶다. 지금 당장의 자기 당이 뽑히는 것, 대통령이 되는 것처럼 단기적인 성취에만 몰입하는 정치인은 지금껏 너무도 많았다. 기업들도 쉬운 길만 선택한 결과 참담하게 망해버린 케이스가 한둘이 아니다. 돈만 쓰는 정책 말고 창의적인 정책을 기대해본다. 빠른 시일내에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