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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트리 쇼퍼 Oct 27. 2023

한국사람들이 호주로 이민오는 이유

<호주 문화 적응기 3>

한국에 살 때까지만 해도, 나는 호주에 그렇게 관심이 없었다. 

그냥 젊은 사람들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많이 가는 나라? 

그리고 대자연? 벌레가 엄청 크다? 캥거루와 코알라가 있는 나라? 

정말 그것뿐이었다. 


그런 내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의 대답은 동생 때문이었다. 

동생은 뉴질랜드에서 살고자 했다. 그래서 부모님은 동생이 뉴질랜드에서 정착할 수 있게, 유학비용을 대주었고, 영주권을 받기 위해 영주권 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별안간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어떻게든 비자를 연장하고 싶었지만 연장할 방도가 없었다. 

학교를 또 들어가면 뉴질랜드 이민청에서 당연히 뉴질랜드에서 거주하기 위해 학교를 들어가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 비자를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동생은 비자 거절 위험을 남기지 않기 위해 뉴질랜드와 가까운 나라, 호주로 눈을 돌렸다. 

아직 그에게는 워킹홀리데이비자 찬스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동생 또한, 호주에 대한 어떠한 기대와 희망도 없었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동생은 호주로 넘어오자마자 뉴질랜드에서와는 다르게 일이 잘 풀렸다. 

좋은 회사와 동료들을 만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렇게 동생은 호주에 정착하게 되었다. 

나는 한국에 사는 동안, 동생의 제안을 수도 없이 받아왔다.

"누나. 제발 호주로 와서 한번 살아봐. 진짜 좋다니까?"  

그럼에도 나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다. 

나와 남편은 영국으로 갈 생각이었고, 그게 아니면 캐나다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신의 뜻이 그런 게 아니었다 보다. 

영국 워킹홀리데이는 떨어졌고, 캐나다 비자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호주로 오게 되었다. 

도시 선정에 있어서도 굉장한 고민이 있었다. 

처음에는 시드니로 갈 생각이었지만, 시드니는 물가가 비싸서 결정하지 않았다.  

나는 동생이 살고 있는 브리즈번으로 가고 싶었고, 남편은 멜버른으로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오랜만에 나오는 해외생활의 빠른 적응과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서, 

동생이 있는 브리즈번으로 오게 되었다. 



4개월 차 브리즈번에 살면서 느끼는 한 가지는 이 도시는 정말 심심한 도시다. 

부정적으로 말하면 지루하고, 할 게 정말 없다. 정말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가 맞는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치안이 좋고 안전하다. 우리는 주로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밥을 먹고, 산책을 하러 브리즈번 강으로 나간다. 큰 도로를 20분 동안 걸어서 강으로 가야 하는 거리인데도 불안하다는 느낌 하나 든 적이 없다.

이건 물론 개인적인 경험이므로 브리즈번에 살아도 사람마다 다른 견해가 나올 수는 있다.  


두 번째는 아이를 키우기에 좋다. 평일과 주말에 상관없이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피크닉을 하러 나온다. 아이들은 놀이터 들판, 잔디밭 할 것 없이 뛰어놀고,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을 사랑스러운 미소로 바라본다. 

우리나라였으면 어땠을까?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항상 안타깝다고 느꼈다. 

하지만 호주는 어딜 가나 아이들과 반려견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세 번째, 나이에 상관없이 일을 구할 수 있다. 나는 여기 와서 한국에서는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었고, 사무직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여기서 회사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다양성의 인정 때문이었다. 나는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부분을 끈기가 없다고 말해왔었다. 하지만 오히려 호주에서는 이런 점을 강점으로 보았다. 다른 면접을 갔을 때도 나의 그동안 이력을 보고 오히려 좋게 평가를 해주었다.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내 나이에 한국에서 신입으로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도 큰 결심을 하고, 호주로 이민을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호주는 영주권을 받는 것이 이전보다 매우 어려워졌다고 들었다.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호주에서 부족직업군의 직업을 선택해야거나 저밀도 지역에 가서 학업을 해야지 영주권을 받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학업을 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고, 그만큼 호주는 임금이 세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웬만한 생활은 유지하며 지낼 수 있다. 그것 또한 좋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네 번째, 공기가 정말 좋다. 그리고 여유롭다. 나는 한국에서는 너무 예민해서 소화불량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호주에 살면서 마음이 정말 편해졌다. 당연히 아무것도 신경 쓸게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남이 어떻게 입든 뭘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과 가족이 중요하다. 

나의 주관적인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경쟁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하늘을 보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소한 행복인가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요즘에는 이런 생각까지 든다. 


"내가 이 정도로 하늘을 자주 올려다봤었나?" 


다섯 번째, 이웃과 버스 기사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도 웃으며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왜 한국에서 그게 안 되었을까? 항상 사람을 경 게하며, 어떻게든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 문화에 익숙해져서, 나도 함께 웃으며 하우아유두잉으로 인사를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아임 굿 땡큐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버스를 탈 때마다 인사를 하고, 내릴 때도 땡큐라고 외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여섯 번째, 호주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하다. 그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정말 일찍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건강한 마음과 몸을 위해서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평일과 주말에 상관없이 러닝을 하고, 암벽등반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그러다 보니, 나도 좋은 영향을 받아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일곱 번째, 이곳에서의 일상에 대한 기록을 꾸준히 남기게 되었다. 타지에 나오면 평생 살아온 한국과는 다른 면들이 보이면서, 내가 느끼고 생활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하나하나 기록하게 된다. 그래서 훗날 한국에 가게 되더라도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한국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자주 종종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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