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생각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잦아드는가 싶으면 다시 몰아쳤고, 나는 그 안에서 이따금 길을 잃었다.
처음엔 별일 아니라 여겼던 기억들이, 유독 새벽이면 선명하게 떠오른다.
다시 꺼내 들고 싶지 않았던 얼굴, 잊었다고 믿었던 감정이 조용히 나를 덮칠 때가 있다.
몸을 일으켰다. 희미한 조명의 원룸 안은 조용했고, 바깥은 어둠보다 더 적막했다.
잠든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깨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창밖을 바라보던 눈길이 문득 벽의 틈에 머물렀다.
아주 작고 낡은 틈.
거기서 이상하게도 미약한 빛이 새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었다. 어딘가 다다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없었지만, 무언가 닿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그 순간, 그것이 교회 첨탑의 네온사인이라는 걸 깨달았다. 깜빡이는 붉은 불빛이 내 방 천장에 일렁였다.
희미하지만 따뜻한 색.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러다 갑자기, 등줄기를 타고 오싹한 기운이 흘렀다.
건너편 건물, 누군가 창문 너머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놀라 급히 몸을 피했다.
“내가 혼자 사는 걸 어떻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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