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는 타운

by 컨트리쇼퍼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숙소로 돌아갔다. 아니, 우리 모두가 그랬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하루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낮에 벌어진 사건을 떠올리며 거실에 둘러앉았을 때, 바닥에는 마른안주와 찌그러진 음료 캔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공간은 우리의 마음처럼 어수선했다.

내가 먼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는 여기가 돈 많은, 어른들이 요양하러 오는 곳인 줄 알았어. 그런데… 일하러 왔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아?"


진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불안이 서려 있었다.


"맞아. 게다가 지금 상태로는 우리가 연극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약속한 돈을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야."


두리와 관수는 묵묵히 음료를 홀짝일 뿐이었다. 나는 그들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엔 너무 무서운 것들이었다.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영숙 할머니가 한 말들 있잖아. 뭔가 숨겨진 뜻이 있는 것 같아. 너희들 생각은 어때?"


관수는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대수롭지 않게 되물었다. 그의 무신경함이 나를 조금 안심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짜증 나게도 했다.


"숨겨진 뜻? 그냥 정신이 좀 나가신 거 아니야?"


나는 관수의 무신경한 태도에 속으로 짜증이 났다. 하지만 관수와 말다툼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대꾸하지 않았다. 도전특별시에 있을 때는 가끔 마주치는 정도였지만, 이렇게 한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관수의 무관심이 더 깊어진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우리는 서로를 그만큼밖에 알지 못했던 건지도 몰랐다. 언제부턴가 우리 모두 여기서 일하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깨달음이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쓸쓸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부터 '큰 사건'이 있었다고들 말했잖아. 그런데 아무도 그게 뭔지는 알려주지 않았잖아. 이 실버타운 이름도 바뀌었다고 하고… 뭔가 이상하지 않아?"


관수가 음료 캔을 꾹 눌러 찌그러뜨리자, 철 캔 부서지는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는 예상보다 크고 날카로워서 나도 움찔했다. 마치 무언가가 부서져버린 것은 캔만이 아닌 것 같았다. 우리 사이의 무언가, 혹은 이곳에서의 평온함 같은 것들이. 두리가 매섭게 관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뭐야! 깜짝 놀랐잖아!"

"뭘 그렇게 잘 놀래? 솔직히 다들 너무 걱정이 많은 것 같아. 여기가 위험한 곳이면 우리가 여기로 일하러 왔겠어? 숙식 무료에 250만 원씩 주는 데가 어딨어! 배부른 소리 하지 말자고."


관수의 말은 언제나 그랬듯 현실적이었지만, 지금은 그 현실감이 오히려 공허하게 들렸다. 진한이 조용히 음료를 집었다가 내려놓는 것을 보았다. 그 단순한 동작 속에서 나는 어딘가 불안한 기운을 감지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히 떨리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무언가 중요한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의 손목을 다급하게 잡으며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진한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고, 어딘가 무거웠다. 마치 말하지 말아야 할 비밀을 털어놓으려는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혹시 우리 도전센터에서 마지막에 봤던 담당자 기억나?"


관수가 천천히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 무기력해 보였던 아저씨? 근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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