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다른 세계에 와 있었다. 골드타운이라는 이름조차 이곳에서는 의미를 잃었다. 영숙 할머니와 나눴던 마지막 대화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리려 했지만, 기억은 안개처럼 흩어져 버렸다. 대신 내 앞에는 표정 없는 얼굴을 한 관계자가 서 있었다.
"골드타운과 맞지 않는 분들을 위한 새로운 배치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설명이라기보다는 기계적인 통보였다. 나는 항의하려 했지만, 그가 내민 계약서 조항을 보는 순간 말이 막혔다.
주최, 주관사 및 협력업체의 사정에 따라 일터 배정은 중간에 변경될 수 있으며, 을은 이를 수용합니다.
언제 이런 조항에 동의했을까. 아마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나 역시 서류 뭉치의 끝에서 서명란만을 찾았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이런 상황을 상상할 수 없었다. 관계자의 마지막 말이 더욱 불길했다.
"계약 기간만 끝내면 안전하게 내보내드릴 겁니다."
안전하게. 그 말은 우리가 지금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네 명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곳의 진실을 찾아 나섰다. 진한은 도전특별시에서 익힌 생존 본능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상한 점들을 발견해 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가끔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들도 우리와 같은 청년들이었다. 진짜 주민이 아니었다. 이 마을의 원주민은 대부분 칠십 대, 팔십 대 노인들이었고, 우리 같은 젊은이들은 모두 계약직으로 파견된 외지인들이었다.
마을은 언제나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있었다. 처음에는 미세먼지려니 생각했다. 도전특별시도 공기가 좋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곳인데도 공기가 탁했다. 매일 코를 찌르는 냄새와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그 연기는 마을 뒤편 화장터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진한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정부는 이곳을 국내 최대 규모의 화장터로 만들려 했다.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했지만 공사는 강행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전 조사 없이 시작된 사업은 교통 문제로 중단되고 말았다.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 수 없는 지형 때문이었다.
그 후 마을은 완성되지 못한 화장터와 함께 잊혔다. 정부의 보상은 없었다. 주민들은 돈을 모아 철거를 시도했지만, 비용이 천문학적이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들은 화장터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금의 '시신 호텔'이 되었다.
이제야 이곳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시신 호텔. 그 이름이 가진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초고령화 사회의 현실적 해법. 묘지 부족과 화장 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 안치소. 겉으로는 평범한 호텔 같았지만, 이곳의 손님들은 모두 죽은 자들이었다.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단순히 일자리를 구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 마을의 거대한 무덤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무덤은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의 생명력을 천천히, 조용히 빨아들이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영숙 할머니와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리려 했다. 하지만 기억은 여전히 안갯속에 묻혀 있었다. 마치 이곳의 모든 것처럼.
변화는 일주일째 되던 날 밤에 시작되었다.
내가 이상해지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임상시험 약물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이곳에 스며든 죽음의 냄새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들을 보기 시작했다. 죽은 자들이 복도를 걸어 다니고, 내게 말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정신분열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너무 선명했고, 그들이 하는 말은 너무 구체적이었다.
"진한아..."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우리 그냥 임상시험약 그만 먹을까?"
"왜 그래?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 2700만 원 포기하고 싶어?"
진한의 현실적인 반응은 당연했다. 하지만 내게 일어나는 변화가 단순히 약물 부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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