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이 내일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시간 속에서 살았다. 시계는 돌아가고 있었지만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해질 정도로 일했다. 지금이 며칠인지도, 아니 정확히는 지금이 '언제'인지도 알 수 없었다. 분명 2055년이라고 했는데, 이 마을의 시간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 같았다. 아니면 더 새로운 것일 수도 있었다. 모든 통신망과 단절된 채, 우리는 죽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왜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정확히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우리 일이니까.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니까 했던 것 같다. 습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때 깨달았다. 평생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환경이 아무리 달라져도 우리는 용기를 내서 무언가를 바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마치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처럼.
한 명, 두 명씩 내 옆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을 때도, 나는 다들 피곤한가 보다 하는 단순한 질문만 떠올렸다. 어쩌면 나는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피로가 뼛속까지 스며들고, 몸이 조금씩 말라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육체가 피로해지면, 정신도 함께 정지된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화장터 연기 때문이야." 누군가 중얼거렸다.
"그냥 과로일 뿐이야." 다른 이가 맞받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무언가 꺼져가는 것 같은, 아니 이미 꺼져버린 것 같은 기색이 있었다.
이 마을의 노인들은 이상했다. 감정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기계처럼 정확하게, 기계처럼 차갑게 일에만 몰두했다. 우리가 말을 걸어도 대답은 없었다. 그저 우리를 투명한 존재처럼, 아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할 뿐이었다. 때로는 우리가 정말 존재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다.
원주민과 우리 같은 외지인 사이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증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일방적이었고, 갈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용했다. 마치 서로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서로 다른 시간축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과로로 죽어나간다는, 그리고 그 원인이 노인들 때문이라는. 하지만 진한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냥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중립을 유지하는 것뿐이야."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계약 기간만 채우고 이곳을 떠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믿음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곧 알게 되었다.
밤마다 마을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본 후부터, 나의 믿음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시체들은 모두 마을 꼭대기에 있는 하얀 건물로 향했다. 겉보기에는 종합병원 같아 보이는 곳이었지만, 낮에도 창문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일이 없었다. 마치 건물 자체가 빛을 흡수하는 것처럼.
그곳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았다. 10년 이상 근무하면 평생 연금을 보장해 준다는 조건에, 대부분이 계약을 연장한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일이기에 그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걸까? 무엇이 그렇게 위험하고 중요한 일이기에?
아무도 그 사업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누가 주최하는지, 누가 주관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저 소문만 무성했다. 더 기이한 것은 그곳에서 일한다는 청년들이었다. 분명 우리와 같은 나이라고 주장했지만, 어떻게 봐도 50대로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그들에게만 다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아니면 시간이 그들을 먹어치우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침묵 속에는 경고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공포였을까, 아니면 체념이었을까.
호기심이 이성을 압도했을 때, 우리는 그 폐허 같은 병원 안으로 몰래 들어갔다. 그 순간에도 그것이 나를 따라다녔다. 끊임없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처음에는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과로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여기는 외부에서 살해당했거나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시체들을 숨기는 곳이야."
나는 그 소리를 무시하려 했다.
"그만 좀 해! 증거도 없으면서!"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신 호텔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와 악취의 근원지를.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듣고 있는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를.
"왜 나한테 이런 걸 알려주는 거야?"
그것이 슬프게 웃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웃고 있었다. 들리지 않는 웃음소리였지만.
"네가 내 친구들을 저승길로 잘 보내줬으니까... 고마워서. 아무도 이런 일을 하려고 하지 않잖아."
"내가 언제 그런 일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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