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시 흐른도의 시신 호텔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시간이 이곳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흘렀다. 지상에서는 초고령화 시대의 현실이 가차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매일 늘어가는 사망자들,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화장장 예약. 그 사이에서 이 호텔만이 유일한 해결책처럼 존재했다.
나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골드타운에서 도전특별시로의 연계 프로그램이었다. 돈이 필요했고, 계약서의 세부 내용까지 꼼꼼히 읽을 여유는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권리, 우리의 시간, 우리의 존재 자체를 이 시스템에 넘겨주는 것이.
지하 20층까지 뻗어 내려간 안치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과연 누가 알아챌까? 이 고립된 마을에서, 이 끝없는 지하 공간에서, 나의 부재는 얼마나 오래 방치될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또 다른 층의 침묵과 마주했다. 각각의 안치실은 1인용으로 설계되어 있었고, 고인들은 각자의 빈소에서 마지막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상에서는 가족들이 호텔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대기했지만, 우리가 일하는 곳은 빛이 닿지 않는 깊은 곳이었다.
어떤 날은 안치실 바닥에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피로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었고, 시간의 경계는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있었다. 밤인지 새벽인지 아침인지, 그런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다만 끝없는 업무와 고독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때마다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라고, 여기서 잠들면 안 된다고. 하지만 나는 점점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갔다. 가끔 도전특별시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눈을 뜰 때마다 여전히 노인시 흐른도의 어둠 속에 있었다.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짙은 안개가 창문을 가렸고, 캄캄한 밤에도 장례 행렬은 계속되었다. 진한이가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도 같은 피로가 새겨져 있었다.
"들었어?" 그가 말했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이번 시신은... 한 달 동안 방치된 거래."
나는 고개를 들었다. 잠시 잠든 탓에 머리가 무거웠지만, 그의 말은 명확히 들렸다.
"우리 일이야?"
진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간을 찌푸린 채로.
"우리 말고 누가 이런 일을 하겠어?"
관리자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안정화! 전진한! 지하 15층으로 내려가!"
지하 15층. 나는 그 숫자를 되뇌었다. 더 깊은 곳으로, 더 어두운 곳으로.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시스템 안에서, 이 거대한 기계 안에서, 나는 하나의 부품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도전특별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믿음조차 희미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15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자 더욱 짙은 어둠이 나를 맞이했다. 나는 그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 달 동안 방치된 존재를 만나러.
관리자의 설명은 간단했다. 지상 10층부터 지하 14층까지 모든 공간이 시신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더 이상 놓을 곳이 없다는 것.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이상한 현기증을 느꼈다. 어떻게 이렇게 끝도 없이 죽음이 흘러들어올 수 있는 걸까. 이 도시는, 이 시대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죽음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일까.
부패한 시신을 지하 냉동실로 옮기는 작업은 언제나 고역이었다. 악취가 코를 찔렀고, 나는 습관적으로 헛구역질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귓가에 맑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난 살해당했어요."
나는 손을 멈췄다. 그 목소리는 너무도 선명했다.
"그 사람들은 내 부모가 아니에요. 날 죽이고, 살인을 감추려고 날 여기로 보냈어요! 제발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섬뜩함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곳 시신 호텔이 단순히 죽음을 관리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살인과 부조리를 감추기 위한 은밀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겉으로는 고결한 장례 서비스를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는 말할 수 없는 잔혹함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나는 여기서조차 귀를 닫고, 눈을 감으려 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하고, 그저 주어진 일만 하며 살아가는 것.
하지만 어린아이의 목소리는 끈질겼다.
"언니만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우리말을 듣지 못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번에는 도망갈 곳이 없었다. 나는 처음으로 그 존재를 똑바로 마주했다. 어쩌면 내 인생을 통틀어 어떠한 문제도 회피하지 않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널 어떻게 도울 수 있는데?" 나는 속삭였다. "난 여기서 그저 일만 하는 사람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저 너희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밖에..."
"만약 도전특별시에 가면 우리 엄마 좀 찾아줘요. 엄마가 나를 잃어버린 게 아니고, 저는 납치당한 거라고요. 그러니까 너무 엄마 탓만 하지 말라고요. 그리고 엄마가 나를 찾느라고 인생을 낭비할까 봐... 그게 걱정돼요."
그 순간 갑자기 숨이 가빠졌다. 억눌렀던 무언가가 터져 나왔다.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엄마가 사무치듯 보고 싶었다. 이 아이처럼 엄마의 사정을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이 언제 있었나. 나는 늘 엄마를 원망하기만 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엄마가 나보다 더 힘들었다면? 아이를 가진 채 이 사회에서 도대체 어떻게 버텨냈을까? 하다 하다 안 돼서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린 건 아니었을까? 엄마도 그 순간까지 얼마나 두려웠을까, 얼마나 막막했을까.
"내가 할게." 나는 말했다.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확고했다. "내가 꼭 도전특별시로 가서, 너의 얘기를 너희 엄마에게 전해줄게."
일이 끝나고 숙소에 도착했을 때, 나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다. 관수와 두리가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들도 나만큼이나 변해 있다는 것을.
노인시 흐른도에서의 시간은 우리 모두를 다른 존재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관수와 두리는 내 이야기를 들으며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놀라움도, 호기심도 없었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들은 예전처럼 놀라지도, 새로워하지도 않았다.
"정화야..." 관수가 말했다. "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래. 귀신이라니, 그게 말이 돼? 이 세상에 귀신이란 건 없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을 그들은 어떻게 들은 걸까. 내가 들려준 것들, 내가 경험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그저 스트레스로 인한 환상에 불과한 걸까.
"여태까지 내 말을 어떻게 들은 거야?"
답답함이 목을 조였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들의 이해를 구하지 않기로 했다.
"너희들이 안 하면, 나 혼자서라도 움직일 거야.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해."
진한이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아직 무언가 살아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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