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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rbet Sep 18. 2016

잊혀진 비밀을 찾아 떠나는 여행,
구룡성채 공원

철거와 함께 역사 속에 비밀로 사라지다

철거되어 사라지지 않았다면, 홍콩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소로 남았을 곳, 과거 영국의 식민지배 하에 있던 홍콩 영내에서 유일하게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로 남았던 곳, 철거와 동시에 그 속에 갇힌 비밀도 역사 속으로 함께 사라져 버린 곳……


이 곳은 다름 아닌 “구룡 성채”였다. 1898년 영국은 신계 지역을 99년간 조차하는 조약을 체결하면서 사실상 홍콩 전역을 통치하게 되었으나, 중국과의 합의에 따라 구룡 성채만은 중국의 관할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러나, 영국이 구룡 성채를 관할하던 청나라 관리를 추방하면서, 구룡 성채는 양쪽의 통치가 모두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로 남게 되었다. 명목상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지만, 실은 영국과 중국의 주권이 모두 미치지 못하는 셈이었다. 


이때부터 이 곳에는 무허가 건물들이 난립하고, 불법 이민자, 무면허 의사, 불량식품 제조자, 마약상, 범죄자 등 위험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본래 2~3층의 단독 주택 건물이 대부분이었던 이 곳에 필요에 따라 불법 증축이 거듭되었고, 15층 규모의 무허가 건물들이 난립하여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거대한 성채와 같은 슬럼 도시가 형성되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구조 속에 미로처럼 복잡하게 지어진 건물들, 아무 계획도 설계도 없이 그냥 공간이 남은 곳에 위태롭게 쌓아 올려진 건물들이 모여 구룡 성채만의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선량한 빈민층 서민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 사업에 종사하거나,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위험한 환경과 복잡한 구조 때문에 외지인들은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살아서 나오기 힘들다고 하여 사람들은 구룡 성채를 “마굴”이라 불렀다. 한때, 홍콩 내 거의 대부분의 불량식품이 이 곳에서 생산될 만큼, 구룡 성채의 비밀스러운 산업들은 홍콩의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었다.


그리하여 결국, 1987년에 홍콩 정부는 이 구룡 성채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993년 이 성채 도시는 완전히 철거되었다. 구룡 성채의 철거가 결정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환영했지만, 또 다른 무리의 사람들은 구룡 성채가 사라지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렇게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게 된 구룡 성채에 관한 기록은 현재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일본의 한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들이 여전히 남아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져 가는 구룡 성채의 기억을 회상시켜 주고 있을 뿐이다.


기자는 구룡 성채의 철거 직전, 이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여 구룡 성채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홍콩 경찰의 협조를 받아 구룡 성채에 진입했다고 한다. 


당시 찍은 사진들은 현재 구룡 성채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공원에 전시되어 있는데, 사진 하나하나가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무허가 건물 옥상 위에서 위태롭게 흘러나온 전선과 안테나 사이를 뛰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찍은 사진은 누구라도 구룡 성채의 철거를 아쉬워할 만큼 인상적이다. 


나 역시 인터넷에서 이 사진을 보지 않았다면,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구룡 성채를 추억하기 위해 구룡 성채 공원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룡 성채가 사라진 자리에는 현재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옛 성채의 기억을 추억하기 위해 구룡 성채 공원이 만들어졌다. 


웡타이신 역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이 공원에는 당시의 실상을 기록한 설명과 사진들, 그리고 구룡 성채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배트맨 비긴즈, 소년탐정 김전일 등 여러 작품에서 배경의 모티브로 쓰였던 구룡 성채…… 이 성채가 옛 모습 그대로 현재까지 남아 있었다면, 사람들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이 독특한 풍경을 보기 위해 수도 없이 이 곳을 찾았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성채 안에 남아 있던 비밀스러운 사연들 역시 세상 밖으로 하나씩 알려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복잡한 미로 속에 숨겨진 다양한 사연들. 그 사연들 중엔 지극히 인간적인 감동 스토리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의문과 다양한 상상만 남긴 채, 구룡 성채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단지, 홍콩의 마굴이라는 오명만 남긴 채……  


과연 구룡 성채는 악의 근원이었을까?  

그 안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따뜻한 사연들이 남아 있지는 않았을까?  


구룡 성채는 사라진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비밀들은 풀리지 않은 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다. 


(글/사진) 꾸르베(Cour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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