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이 과거 대항해시대의 영광과 향수를 고이 간직한 도시라면,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인 포르투는 과거의 영광보다는 현재 진행형의 여유로운 풍요를 간직한 도시다.
포르투는 이 나라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달한 도시이긴 하지만, 이 도시의 느낌은 전혀 화려하거나 거창스럽지 않다. 오히려 옛 필름카메라로 찍은 흐릿한 초점의 사진처럼 깊은 감성에 젖어 있으며, 바닥의 돌 하나 하나마다 그 느낌이 살아 있다.
그 느낌 하나 하나를 마음속 깊이 담아가며, 발바닥이 아프도록 걷고 또 걸어도 너무 좋은 포르투. 그렇게 마냥 걷다보면, 주옥처럼 빛나는 포르투의 보석들이 곳곳에서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도루강변에서 출발하여 동 루이스 1세 다리, 카테드랄, 상 벤투역, 리베르다드 광장까지, 이 주옥같은 포르투의 보석들을 하나 하나 발견해가며, 나는 이제 또 하나의 보석 앞에 서 있다. 바로 클레리구스 성당이다.
구시가 중심부의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클레리구스 성당은 유럽의 다른 성당들처럼 대단히 웅장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그 대단한 성당의 높은 첨탑이 주는 경외로움보다는 차분함 속에 느껴지는 경건함이 있다. 클레리구스 성당이 주는 마음의 평안과 위로. 어쩌면, '포르투'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느낌과 닮아 있었다.
클레리구스 성당에는 포르투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76미터 높이의 탑이 있다. 성당에 들어서면, 225개의 돌계단을 통해 이 탑의 전망대에 오를 수 있는데, 이미 지친 다리를 이끌고, 거친 호흡을 참아내며, 225개의 돌계단을 오르고 나면, 정말 대단한 파노라마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포르투 특유의 빨간 지붕들과 그 너머 아름다운 도루강. 그리고 그 건너편 빌라 노바 데 가이아의 빈티지한 풍경들에서 한없는 평화로움과 로맨틱함이 느껴진다.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포르투만의 이 느낌. 이 도시는 보는 각도마다, 그리고 시시각각마다 그 느낌이 다채롭다.
포르투에는 전망 좋은 곳들이 많다. 이 도시는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어디라도 좋으니, 전망이 탁 트인 높은 곳에 올라가 감상해야 한다. 어느 곳이든, 어느 때라도 탁 트인 곳에 서면, 마냥 보고만 있어도 너무 좋다.
특별한 여정이 없이도, 그냥 보고 머물기만 해도 좋은 곳, 나는 이미 포르투에 푹 빠져버린 것에 틀림없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그랬을 이 멋진 도시, 포르투. 내가 조금만 더 어렸고, 조금만 더 무모한 성격의 소유자였더라면, 모든 것을 다 내던지고, 이 멋진 도시에 한없이 머물게 되지 않았을까?
언젠가, 파리에서 만났던 파리가 너무 좋아 그냥 그 곳에 머물며 살게 되었다는 어느 피아니스트의 인생처럼 말이다. 하지만, 난 책임감이 투철하며, 약간은 소심하며, 지극히 평범한, 그리고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그래서, 늘 자유롭지 못한...
포르투를 여행한다면, 그리고 이 곳에 무작정 머무를 자신이 없다면, 일상적인 여정보다 하루만 더 머물러보길 권하고 싶다.
" 그 하루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그리고 나는 포르투에 대한 그리움에 언젠가 가슴 아프게 후회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다시 찾기엔 너무도 먼 곳이기에 더욱 그럴겁니다. "
2013.10
Porto, Portugal
By Cour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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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blog: 낯선 서툰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