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urbet Jan 06. 2019

포르투라서 그럴겁니다

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라서 그럴겁니다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이 과거 대항해시대의 영광과 향수를 고이 간직한 도시라면,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인 포르투는 과거의 영광보다는 현재 진행형의 여유로운 풍요를 간직한 도시다. 


포르투는 이 나라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달한 도시이긴 하지만, 이 도시의 느낌은 전혀 화려하거나 거창스럽지 않다. 오히려 옛 필름카메라로 찍은 흐릿한 초점의 사진처럼 깊은 감성에 젖어 있으며, 바닥의 돌 하나 하나마다 그 느낌이 살아 있다.  


그 느낌 하나 하나를 마음속 깊이 담아가며, 발바닥이 아프도록 걷고 또 걸어도 너무 좋은 포르투. 그렇게 마냥 걷다보면, 주옥처럼 빛나는 포르투의 보석들이 곳곳에서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포르투의 거리



도루강변에서 출발하여 동 루이스 1세 다리, 카테드랄, 상 벤투역, 리베르다드 광장까지, 이 주옥같은 포르투의 보석들을 하나 하나 발견해가며, 나는 이제 또 하나의 보석 앞에 서 있다. 바로 클레리구스 성당이다.


구시가 중심부의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클레리구스 성당은 유럽의 다른 성당들처럼 대단히 웅장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그 대단한 성당의 높은 첨탑이 주는 경외로움보다는 차분함 속에 느껴지는 경건함이 있다. 클레리구스 성당이 주는 마음의 평안과 위로. 어쩌면, '포르투'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느낌과 닮아 있었다.


클레리구스 성당에는 포르투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76미터 높이의 탑이 있다. 성당에 들어서면, 225개의 돌계단을 통해 이 탑의 전망대에 오를 수 있는데, 이미 지친 다리를 이끌고, 거친 호흡을 참아내며, 225개의 돌계단을 오르고 나면, 정말 대단한 파노라마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클레리구스 성당



포르투 특유의 빨간 지붕들과 그 너머 아름다운 도루강. 그리고 그 건너편 빌라 노바 데 가이아의 빈티지한 풍경들에서 한없는 평화로움과 로맨틱함이 느껴진다.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포르투만의 이 느낌. 이 도시는 보는 각도마다, 그리고 시시각각마다 그 느낌이 다채롭다. 


포르투에는 전망 좋은 곳들이 많다. 이 도시는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어디라도 좋으니, 전망이 탁 트인 높은 곳에 올라가 감상해야 한다. 어느 곳이든, 어느 때라도 탁 트인 곳에 서면, 마냥 보고만 있어도 너무 좋다.


특별한 여정이 없이도, 그냥 보고 머물기만 해도 좋은 곳, 나는 이미 포르투에 푹 빠져버린 것에 틀림없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그랬을 이 멋진 도시, 포르투. 내가 조금만 더 어렸고, 조금만 더 무모한 성격의 소유자였더라면, 모든 것을 다 내던지고, 이 멋진 도시에 한없이 머물게 되지 않았을까?  


언젠가, 파리에서 만났던 파리가 너무 좋아 그냥 그 곳에 머물며 살게 되었다는 어느 피아니스트의 인생처럼 말이다. 하지만, 난 책임감이 투철하며, 약간은 소심하며, 지극히 평범한, 그리고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그래서, 늘 자유롭지 못한...



도루강 유람선



포르투를 여행한다면, 그리고 이 곳에 무작정 머무를 자신이 없다면, 일상적인 여정보다 하루만 더 머물러보길 권하고 싶다. 


" 그 하루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그리고 나는 포르투에 대한 그리움에 언젠가 가슴 아프게 후회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다시 찾기엔 너무도 먼 곳이기에 더욱 그럴겁니다. "




2013.10

Porto, Portugal

By Courbet


Instagram: Courbet_Gallery

Naver blog: 낯선 서툰 여행

매거진의 이전글 포르투에선 포르투가 주인공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