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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트워치 Jan 12. 2024

3화. “뉴스타파가 국회에 인턴을 풀었다” / 코트워치

두 새내기 기자의 언론사 창업기를 연재합니다.

"펠로우가 뭐예요?"


2022년 9월 5일, 뉴스타파 ‘펠로우’로서의 일 년을 시작했습니다.


뉴스쿨 2단계는 실무를 배우는 과정으로, 뉴스타파에서 1년 동안 취재를 경험하게 됩니다. 공식 직함이 ‘펠로우’고요. 1기 펠로우는 총 5명이었습니다.


저희가 가장 처음 받은 과제는 ‘국회 돌기’였습니다.


가능한 많은 국회의원실을 찾아,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목하는 현안이나 특정 이슈에 대한 활동 등을 묻기로 했습니다. “국회는 정보가 모이는 대표적인 곳이니, 겁이 나고 주눅이 들더라도 가서 말을 걸어보라”는 취지였습니다.


바로 이틀 뒤, 저희는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했습니다.


의원회관 입구는 예상보다 붐볐습니다. 의원실이 있는 공간에는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느 의원실의 누구를 어떤 목적으로 방문하는지 적어 제출하면 확인 후 출입증이 발급됩니다.


저는 한 비서관과 미리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약속한 의원실이 있는 층에 올라간 뒤에는 다른 의원실의 문도 두드렸습니다. 의원이 어떤 말과 일을 했는지 쭉 검색해보고, 말을 붙였습니다. 운이 좋으면 담당자를 만나 면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사만 드리고 나왔습니다. 추석 연휴 직전이라 그런지 의원들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이틀 동안 의원회관을 돌며 명함을 수집했습니다.


그리 더운 날씨가 아니었는데도, 한 곳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땀이 뻘뻘 났습니다. 이때 종종 들었던 질문이 “펠로우가 뭐예요?”였습니다. 그런 질문을 들으면 “아, 펠로우요. 인턴 기자하고 비슷한 건데, 저희는 일 년 뒤 창업을 목표로…”하고 구구절절 설명했습니다.


이때 수집한 명함이 아직 크게 빛을 발한 적은 없지만,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문턱을 낮춰준 경험이 됐습니다. ‘신당역 사건’이나 ‘이태원 참사’를 취재할 때도 의원실과 협업해 더 중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전해 듣기로는 “뉴스타파가 국회에 인턴들을 풀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네요.


2022년 가을 국회의사당 동자석(좌) 국회에서 수집해온 명함들과 펠로우 명함(우)



신당역 사건과 서울교통공사


9월 16일, ‘신당역 사건’을 조사해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2022년 9월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순찰을 하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가해자는 2년 동안 피해자를 스토킹 해온 30대 남성이었다. 가해자의 이름은 전주환, 세상에는 ‘신당역 사건’으로 알려졌다.”*


제가 소속된 팀의 팀장은 “사건과 관련된 팩트를 먼저 모으고, 사건의 본질을 고민하면서 더 넓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는 질문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다른 언론사의 또래 기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저는 언론 보도를 먼저 살펴봤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절차들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의 업무용 시스템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가해자가 공사 시스템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지나 일정을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됐지만, 당시 공사는 “공사 시스템이 아니어도,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가 공사 시스템의 정보를 빼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사건 직후 먼저 책임론이 제기된 곳은 경찰과 법원이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전에 불법 촬영과 협박, 스토킹 혐의로 전주환을 고소했지만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을 주저했고,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결과는 보복 살인이었다. 이들 기관과 마찬가지로, 안일한 대처로 사건을 키운 곳이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전주환의 직장이었던 서울교통공사다.”


사건 당시 가해자는 1심 재판 중이었습니다. 저는 공사가 가해자의 성범죄, 불법촬영과 스토킹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집중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전주환이 어떻게 서울교통공사의 내부 전산망을 속속 들여다볼 수 있었냐는 것이다. 그는 스토킹 범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된 11개월 동안 직위해제 상태였다. 직위해제는 공사 직원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업무에서만 배제하는 처분이다. 징계가 아니다. 내부 전산망 접속 권한이 주어질 뿐만 아니라 매달 기본급도 지급된다.”


“공사가 전주환의 범죄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공사 내부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전주환의 동향을 네 차례에 걸쳐 보고서로 작성했다.”


국회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판결문, 공사 직원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첫 기사를 썼습니다. 사건 취재에 석 달 이상이 걸렸습니다.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 추모공간을 찾은 김상범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두 번의 기자회견


‘신당역 사건’을 취재하면서 두 번의 기자회견에 갔습니다.


첫 번째는 2022년 9월 20일. 피해자의 장례가 치러진 국립중앙의료원 앞이었습니다.


저는 기자들이 그렇게 많이 모인 광경을 실제로는 처음 봤습니다. 방송 카메라도 많았고요. 카메라가 향하는 앞쪽에 녹음용 마이크 여러 대가 둘둘 감겨 있었습니다. 기자들 틈에 자리가 없어서 마이크 옆에 낑겨 앉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의 변호인이 정장 차림으로 제 바로 앞에 섰습니다.


저는 그 뒷모습을 올려다봤습니다.


변호인은 “피해자는 누구보다 강하고 용감한 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인의 손이 떨렸는지, 목소리는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기자들의 말과 카메라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모습을 바로 뒤에서 보고 있자니 그저 ‘면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호인은 “사건의 본질이 아닌 것은 취재하지 말아달라”고 말했습니다. 두어 가지 질문을 미리 적어 갔지만, 마음이 어려워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두 번째 기자회견은 2023년 2월 7일. 가해자의 1심 선고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날 처음 법원에 갔습니다. 법정 방청석에 기자들이 가득했습니다. 노트북 두드리는 소리가 비 쏟아지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선고가 끝난 뒤 변호인은 법원 앞에서 준비해온 글을 읽었습니다.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 추모공간에) 전달해주신 따뜻한 마음이 참 많은 위로가 되었다”, “사건 당일 피고인을 제압한 시민분의 용기에 감사함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날은 변호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올 수 있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전주환에게 보복 살인 혐의에 대해 징역 40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10월 12일, 대법원은 무기징역형을 확정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기자회견 현장(좌) 피해자 변호인이 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나눠준 회견문(우)



*들여쓰기한 단락은 기사에서 인용했습니다. 

https://newstapa.org/article/ltyux


https://c-watc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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