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를 옮기면서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것. 중산층 모여 있는 곳이나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이 모여 있는 곳이나 그 연령대비 아이들의 학습능력 자체만 봤을 때 크게 차이는 없고 초등학교 6학년 교육과정만 제대로 이수해도(여기서 제대로라는 것은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상위등급으로 두루두루 부합할 수준)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본학습능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평가한다.
그런데 이게 쉬울 것 같은가? 여기서 학생들을 현장에서 오래 관찰하고 지도해온 나같은 잔뼈 굵은 사람과 밖에서 창문너머로 그저 바라보고 겉핥기 식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의 판단이 갈리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그 나이에 그걸 두루두루 다 도달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는 것을 밝혀둔다. 자, 어느 판단이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일까? 밖에서 어디서 주워듣고 온 썰? 아님 나같이 직접 뛰어들어서 가르치며 머릿 속에 오랜 경험과 데이타를 축적해둔 썰?
흔히 사교육과 공교육을 비교하면서 공교육과정이 허술하다고 판단하고 사교육장에 가서 검증되지 않은 교수법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입시타겟전술로 학습을 하게 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자.
국가교육과정이라는 것은 어쨌든지간에 전문가들이 모여 수십년의 역사에 걸쳐 시대흐름을 반영하는 철학을 담아 낸 것이다. 그리고 그 철학을 담아 학생발달 수준이나 학생들이 겪는 학습 과정의 경험치를 최대한 고려한 검증된 교육과정이다. 이걸 인정하지 않고 우습게 생각하는 오늘의 우리 교육현실에서 무슨 학력저하를 운운하고 학습부진 소리를 남발하나. 잘 알지도 못하는 정치인들. 언제부터 공교육과정에 관심이나 있었다고. 언제부터 이게 댁들의 정치 먹잇감이 되었나.
물론 그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교사의 철학과 역량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국가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바라보는 관점에서 교사도 탁월한 해석과 비판정신 또한 필수다. 이런 것들이 조합이 되면서 교육과정 연구를 하고 다시 개정을 하고 업데이트를 하면서 공교육이 진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지금 뭐가 뒤집혀도 단단히 뒤집혔다는 생각 안 드나? 철학을 담은 교육과정은 뭐 그까짓 것 학교나 가서 출석이나 채워 졸업장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정작 대다수의 학생들이 사교육장엘 가서 쥐어짜듯 속전속결로 학습을 두루마리 휴지 감듯 어설프게 휘휘 감는 현실이다. 이게 입시 때문만이라고 보는 것도 나는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의식 속엔 그냥 기본과 기초부터가 제대로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가 세운 기본 틀 따위는 나하나 쯤이야 하고 물타기하듯 넘어간 세대들인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교육과정을 그 나이대의 학생들이 제대로 이수하기란 결코 쉽지 않음을 밝힌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결코 혼자 학습을 할 수 없는 양과 질이며 그래서 학교가 있는 것이고 선생이 있고 공동체가 있어줘야 하는 것이다.
기본이 서는 교육이 무엇인지 저 위정자집단은 각잡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교사들만 잡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