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미완성을 완성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부족함 결핍이라는 미완성의 순간들 조차도 온전히 나의 것이라 사랑하고 인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일은 늘 미완성의 연속이다.
연봉을 일억 이상씩 받아도 지출도 함께 늘면
그 일억은 완성된 숫자가 아니듯이.
수입에서 각종 비용을 차감한 소득이 주인공이다.
순수하게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닌
각종 경비로 흘러간 돈을 인식하고 난 후의 숫자가
내 현실이다.
눈앞에 멋진 일 쉬운 일만 있으면 좋겠다만
생각지도 못했던 기분 상하는 일 잘 안 풀리는 일을 다 겪고 난 뒤의 하루가 내 현실이다.
아이가 늘 건강하고 팔팔하게 30일 꽉 채워 학교와 학원에 나가면 좋겠다만 독감주사 맞고 밤에 끙끙대며 미열이 있어 옆에서 새우잠으로 잠을 설친 채 찌뿌둥한 컨디션으로 그냥저냥 출근하여 앉아있는 나의 사무실 책상과 의자가 내 현실이다.
총급여가 들어오고 카드값이 빠져나가고 나서 수중에 남은 금액. 또한 그 금액은 가만히 있질 않고 다음달의 카드값을 향해 가고 있는 숫자가 내 현실이다.
가끔 나는 수중에 지갑에 일억이 가만히 있는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 일억은 완성된 숫자가 아니다. 늘 어디론가를 향해 가는 숫자이다.
우리가 꿈꾸고 있는 완성된 삶은 가만히 있는 그림이 아니다.
늘 어디론가 흐르고 있는 숫자이다.
그러고 보면 오늘 어디로 흘렀나를 체크해보면
미래의 내가 비슷한 어디론가 흐르고 있는 모습을 떠 올릴 수 있을 거 같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완성이라는 고정된 그림이 아닌
늘 미완성이지만 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이므로
오늘도 늘 어딘가를 향해 흐르는 하루였고
내가 흐르고 싶은 곳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만히 있지 않고 어딘가로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로도 만족하고 감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