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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성 Oct 08. 2022

산책에 관하여

산책에 관하여

산책 좋아하시나요?

불투명한 하늘, 왠지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쉽지 않다는 말이 유행한 뒤로 쉽지 않은 일들이 많아졌다. 지금 당면한 문제들과 돈 문제, 뉴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이슈들은 우리가 수집하고 보관하기엔 꽤나 큰 문제로 번졌다. 정치인이 돈을 먹었다는 것도, 요즘 잘 나가는 친구의 이야기 역시 우리가 담기엔 피곤하다.


시끄러운 소음과 신호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니체가 말했듯 당신이 심연을 바라볼 때, 심연도 나를 바라볼지 모른다. 이런 심연을 뒤로하고 신발끈을 쫙 매고 현관문 앞에 서서 거울을 바라본다. 내가 거울을 보는 건 얼굴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이 거울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려고 하는 것이다.


"항상 믿고 있어." 누군가 나를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부담일지 모른다. 보통 믿음은 신에게 향하기에 상대방의 일방적인 믿음은 아직 여물지 못한 관계에 보탬이 되지 못할지 모른다. 그래도 그런 마음이 나쁘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밖으로 향한다.


어느 순간 나는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햇빛에 노출되지 못하는 개발자의 따분한 선택일지 모르지만, 산책하는 방법이라는 말처럼 웃긴 말도 없을 테지만, 나는 조금 더 즐기면서 산책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산책하기 전 준비 과정 

내향적인 사람 중에 외향적인 탓에 이런저런 일을 도맡아 할 때가 있다. 특히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그 효과는 배가되어서, 학교를 다닐 때는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싫어 조장을 줄곧 도맡아 했다. 회사에서도 맡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주제 없이 내가 나서곤 한다. 산책의 좋은 점은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것이다.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누군가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다들 계획대로 살고 있다고 하겠지만 사실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며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각자의 선택을 할 뿐이다. 그렇게 다들 스스로 온전히 행동하는 기쁨을 놓치고 있다.


산책은 분명 즐거운 활동이다. 내가 생각하는 즐거움엔 전제가 있다. 첫 번째,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간다. 아무도 나에게 어딜 가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오늘은 이 길, 내일은 저 길. 그저 갈 길을 알아서 선택할 뿐이다. 두 번째, 오감으로 느낀다. 우리는 많은 매체에 몸과 마음을 맡겨버림으로 조금 더 자극적인 콘텐츠에 자신을 노출한다. 이에 따라 일상의 기쁨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지금 이 순간과 시간에 집중하며 바깥의 풍경과 내면의 소리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본다. 분명 디스플레이로 보이는 0과 1로 이루어진 비트의 세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일 테다. 사실 산책에는 준비가 필요 없다. 대충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가는 게 산책이다.


나쁜 산책

산책에 좋고 나쁨이 있겠냐마는,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그들이 지금을 어떻게 보내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적절한 온도(약 14~18도) 사이의 온도와 흐린 날씨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흐린 날씨엔 사진도 안 나오고 우중충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걷다 보면 더워지는 몸을 가진 탓에 햇볕 쨍쨍한 날보다 오히려 선선한 날씨가 더 좋다.


올해는 직장에선 승진도 하고, 주택 청약에 당첨됐다. 옆에서 보기엔 내가 좋은 일만 가득한 사람으로 보일 진 모르겠지만 사실 아직까지 큰 감흥은 없다. 오히려 내가 과민한 건 주변 사람과의 관계나 다른 사람에 비치는 내 모습이 더 신경 쓰인다.


산책을 하다 보면 문득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그땐 나도 모르게 지금을 놓치고 과거를 붙잡고 있는 내 모습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렇게 이미 지나간 시간과 일들에 붙잡혀 있는 모습이 썩 유쾌하진 않지만 그저 한 걸음씩 내딛으며 일부러 그런 번민들과 조우하기도 한다.


아마 같이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옆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테다. 사람의 생각은 어떤 매질을 통해 전달되지 않으면 발화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같이 있지만 때론 혼자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는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관계, 정말 그런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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