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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성 Nov 16. 2022

저녁이 있는 삶에 관하여

오늘부터 도시락 들고 출근합니다

오늘 저녁에 뭐하세요?

분주한 하루를 마치고 저녁에 불꺼진 집에 들어오면 오늘 하루 벌어진 일들이 환영처럼 그저 쑥하고 지나가버린 느낌이 든다. 나는 보통 저녁거리를 사서 들고 오는 편인데, 요즘 따라 입맛이 돋은 탓인지 유튜브의 가르침이 선사하는 다양한 먹거리를 준비하곤한다.


고기는 어떻고 술은 어떤게 좋고, 사실 그런거 잘 모른다. 자칭 식도락을 빙자하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간은 소모품이고 싼 술을 먹기에는 아깝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일부는 동감하지만 사실 먹고 마시는 거야 기분에 따라 좋아질 수도 있는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 저녁은 카레다. 오X기 3분 카레를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지간하지 않고서야 분말로된 제대로 된 카레를 먹는게 훨씬 맛있다. 잔뜩 무거워진 몸뚱이를 이끌고 토막난 고기를 볶고 채소와 섞는다. 그리고 물과 카레 분말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내면 벌써 완성이다. 적당한게 어느정도냐고? 그것은 애석하게도 가르쳐줄 수 없다. 자기만 안다.


그저 적당한 삶에 관하여

나는 그렇게 삶에 뚜렷한 열정을 가지고 있진 않다.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한량같다는 말을 들은적도 있지만, 열정이 과해 식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도 봤기에 조금 하고 조금 쉬는 방식을 선호한다. 적당한 걸음과 보폭으로 나아간다.


이제는 조금 식상해진 워라밸이라는 용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이 되어왔고 또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는 회사는 배척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내 생각엔 어떤게 워라밸인지 스스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대개 사람들은 야근은 없고, 칼퇴근 해야 하며, 페이는 충분해야한다. 또한 간간히 보너스나 리프레쉬 휴가도 있으면 금상첨화이려나.


여기서 사람들이 간과하는 한 가지는 그들은 회사라는 아주 이기적인 조직과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고용 관계로 얽혀 있기에 반대 급부로 조직원들의 훌륭한 퍼포먼스를 원할 것이다. 어쩌면 휴게실에 놓인 안마의자 하나까지도 당신이 미래에 벌어올 성과에서 땡겨온다고 볼 수 있다.


일하는게 즐겁다. 아니 즐겁지 않다.

당신은 일하는게 즐거운가? 즐겁다면 그 또한 행복이다. 즐겁지 않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회사에 다니면서 회사와 서로를 동일시한다. 삼성에 다니면 삼성맨이 되고, 현대에 다니면 현대맨이 된다. 하지만 직장이 없다면 그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더 이상 그를 수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서방 국가에서는 회사로 자기를 소개하는 일이 보통 없다고 한다. 퇴근하고 취미로 즐기는 일이나, 그가 쌓아온 경험과 추억, 다양한 인간 관계가 주로 주제가 되는 편이니 우리나라보다는 덜 삭막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다. 다른 곳에서 큰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 모를일이니까 말이다.


또한 회사로 자신을 수식하는 것은 편하지만 재미가 없다. 예를들어 어디 회사 파트장이라기 보다는, 공유 주방에서 빵만드는 사람이나, 취미로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 훨씬 재치있어 보인다. 커리어를 부각하고 싶다면 강연이나, 자격증, 수상 경력이 오히려 더 멋진 것 같다. 더 이상 회사의 부품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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