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버스를 타 본 소감

별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무지하게 2층 버스를 타고 싶어 해요.

by 책좋아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역 근처에 있는 교육기관으로 향하는 아침.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평소라면 1층 버스가 왔을 텐데, 아싸리. 2층 버스가 왔다.

아주 조금은 설레었다. 한국에서 처음 타보는 2층 버스였기 때문이었다.


2층으로 올라 자리에 앉았다. 매번 봐온 바깥 풍경인데 느낌이 조금 달랐다.

'어느 높이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새로울 수 있구나.'

버스 안 승객들은 2층 버스를 타는 것이 익숙한지 각자의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갔다. 그런데 성준만은 속으로 신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은데..... 어떤 장면이 좋을까?'

카메라 앱을 연 후 한참을 적당한 피사체를 찾았다.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느낌을 극대화하고 싶은데.'

성준은 고민 고민고민 했다. 결국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막히는 구간에서 버스는 전용차로로 쌩쌩 달리고 옆 차선에서는 막히는 구간을 담으면 좋겠다고 결정하고 사진을 찍었다.

(과거 회상)

성준에게 있어, 2층 버스라 하면 홍콩에서의 일화가 떠올랐다.

용식이 형.

성준보다 나이가 10살은 족히 많은 회사에서 만난 대선배였다. 그는 사석에서 자기를 용식이 형이라 불러 달라고 했고, 홍콩의 지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성준은 출장차 홍콩에 갔고 용식이 형을 만났다.

"형님. 출장을 다 마치고, 홍콩을 한 번 둘러보고 싶은데 팁이 좀 있나요?"

용식이 형은 2층으로 된 광역버스를 타볼 것을 추천했다. 시티투어버스는 아닌 일반 노선을 달리는 버스였는데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 해변으로 갈 수 있는 버스였다.

"해변으로 가기까지 꼬불꼬불한 비탈길을 어찌나 곡예하듯 잘 달리는지."

용식이 형은 2층 버스에 올라 맨 앞자리에 앉아 볼 것을 추천했다. 그 자리에선 버스가 빠르게 달리며 길 가의 큰 나무의 줄기를 세차게 때리고 지나간다고 했다. 성준은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빠르게 달리는 버스가 좁고 아슬아슬한 절벽을 끼고, 길 가의 큰 나무의 가지들이 어찌나 때리고 달리는지, 유리창이 깨지진 않을까 염려하며 버스를 탔다. 그리고는 탁 트인 바다에 성준을 내려줬다. 그때의 기억이 참 좋았다.


(다시 현실로)

고속도로에 올른 버스는 버스전용차로로 진입을 했지만, 기대한 만큼 쌩쌩 달리지 못했다.

'일반 차량이 달리는 도로가 막히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버스는 전용도로에서 쌩쌩 달리지 못할까?'

출퇴근 길에는 버스 전용차로에 많은 차량이 몰려 이곳도 막히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2층 버스를 타면 창 밖을 바라보는 시선이 높다 보니, 바로 곁의 차량은 고개를 억지로 내밀고 보지 않은 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시야가 트였고, 상대적으로 길 막힘이 덜하다 느껴졌다.

'나중에도 2층에 올라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