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게 된 때는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애서가분들에 비하면 늦게 읽기 시작했지요.
참고로 제 어머니는 국어 선생님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어머니에 대한 인상 깊은 장면은, 저녁 드라마를 볼 시간에 TV를 끄고 그 앞에서 책을 읽던 모습입니다. 저는 할머니와 같이 어른 드라마를 보고 싶었기에 어머니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밖에서 놀기 좋아하는 책을 멀리 한 아이 었어요.자연스레 국어는 제게 너무나도 어려운 과목이었답니다. 부모가 가르치는 과목을 자식이 못한다는 삐뚤어진 말을 하며 말이죠.(요즘도 맞춤법 틀리는 제게 어머니께서는 교정을 해주신답니다.^^)
대학에서 '교양독서'를 수강했습니다. 무엇을 읽었는지와 제출한 과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십 번도 더 들어왔을 "항상 책을 가까이하라."는 교수님의 격려가 제 마음에 와닿아 '책좋아'로의 삶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군대에서 책을 꽤 읽었습니다. 건빵 주머니에 책을 넣고 다니며 읽었고, 수양록과 다른 공책에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몇 줄씩 적었습니다. (부모님 집에 수양록과 노트가 있을 텐데, 다음에 찾아뵐 때 꺼내 들춰보고 싶네요.^^)
저는 줄곧 혼자 책을 읽었습니다. 하루는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며 책을 읽었는데, 저도 모르게 반대편으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한참을 신나게 책을 읽으며 가고 있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풍경이 낯설었습니다. 방향을 잘못 탄 것을 깨달았습니다. 평소에 걸리던 퇴근 시간보다 집에 늦게 도착하게 되어 속상했지만, 읽던 책을 끝까지 마저 읽을 수 있겠다며 이내 책에 빠져 들었습니다.
책은 제 좁은 시야를 넓혀 주었습니다. 소설을 통해 인간관계의 다양성을 엿보았고, 몸은 이곳에 있지만 다양한 나라를 저자와 함께 여행했습니다. 삶의 깨달음을 주는 책을 읽으며,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 보았으며, 기부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책은 눈으로는 읽었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비평을 하고 싶은 책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다른 독자는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해하며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하여 독후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포스팅에 댓글을 달며 소통을 했습니다. 자연스레 마음이 맞는 이웃과 블로그 독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함께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글에, 댓글로 피드백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 책을 선정한 주인공이 '통합 리뷰'를 적어보는 온라인 북클럽을 운영했습니다.
한 두해 정도 재미있게 글을 읽고 느낀 점을 나누는 교류를 했습니다. 그런데 생활의 바쁨에 치여 서서히 책과 멀어졌습니다. 마침 그때 즈음, 첫째 아들과 두 번째 아들, 그리고 막내아들이 차례로 저희 가정에 찾아왔습니다. 아내와 저는 양가 부모님이 멀리 사셔서, 둘이서 치열하게 육아를 했습니다. 책 읽는 것은 사치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