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생겼다 4

라스트 스토리

by the그레이스

이삿날을 잡고, 부부는 짐정리에 돌입했다.


이건 몇 번 안썼는데...

가서 필요하지 않을까?


부부는 물건정리에 있어서

과감했다가 질척였다가

질긴 인연으로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는

지루한 영화 속 주인공 같았다.


좁은 집에 살다보니, 두 아의 잠자리도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사춘기의 중심에 서있는 큰아이는

나비 문양이 새겨진 귀여운 2층침대에서 자고,

알록달록 연두빛이 도는 초딩전용 책상에서 공부를 했다.

키 178cm에 이르는 덩치 큰 녀석은 매일 걸리버여행기를 찍고 있었다.


부부의 방에서 함께 지냈던 둘째 아이는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할 때면 늘 배경때문에 스트레스 받아했다.

소녀들이란....


이사를 기념하여

책상, 의자, 매트리스, 침대, 옷장 모두 새삥으로 들여야했다.


이사날을 배송일로 지정해 당일에 가구가 다~ 들어오고

새 집, 새 가구에서 포근하게 잠드는 그 날을 상상했다.


혹시나 싶어 가구업체에 주문 확인전화를 했다.

0월0일에 배송받기로 했는데, 별 문제 없나요?


하지만.

각 가구는 각 지점에서 발송되므로....날짜 지정이 불가능하단다...

말도 안돼~~ 날짜 지정을 왜 했는데??

가구 업체의 배송특성상. 지정한 날짜를 기준으로 해서 2-3일 최대 15일 안에 배송이 될 거라고.

최대 보름 가까이 얇은 이불만 깔고 자야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결론은, 가구가 언제 들어올 지 모르니 수시로 집을 드나들며 문을 열어야한다는 것!


잠시 화가 솟았다. 하지만 화는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다.


여자는 최대한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조치를 취하고

마인드컨트롤에 들어갔다.

설마...다 따로 오겠어??

환기시킬 겸 오가지 뭐.. (차로 15분 거리)

나 아니면 이 짐을 누가 받으리~~~


여자의 마인드컨트롤은 효과를 발휘하는 듯 했으나,

정확히 이틀만에 지쳤다.


밤새워 일을 하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15분 거리 새 집으로 달려가 문을 연다.

가구 아저씨가 좀 늦으면 1시간은 기다렸다가

15분 거리 옛 집으로 달려와

아이들 간식을 챙기고, 학원에 데려다주고

또 가구 아저씨의 전화를 받고 달려가 문을 연다.


새벽에도 오고....한 낮에도 오고... 밤9시에도 오고...

물론 갖다주는 사람보다 문열어주는 일은 쉬웠으니

군말없이 이삿날을 상상하며 무려 10개에 가까운 가구를 다~ 받았다.


휴우~~~한숨 돌리며

마음에 쏙 드는 가구들을 바라보며 행복감에 젖어있을 때

다시 나를 힘들게하는 문자가 시작됐다.


가전 배송도 따.로.따.로


여자는 남자와 이야기하며 솔직하게 고백했다.

새집에 들어오며 예쁜거 고르고, 결제하면 우리집에 다 알아서 와있는 줄 알았다.


지금도 얘기한다.

하루 3번 오갔던 날,

빈 집에서 침낭 깔고 자고 싶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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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창문 뷰:꿩을 비롯한 수십종의 새가 노래하는 뒷산은 정말 최고다!)


새 집에 이사온지 어느새 100일.

청약 당첨부터 실제 입주하기까지,

마음에 쏙드는 살림살이를 보고 실제로 예쁜 집에 사는 지금.


매일 감사하고, 매일 행복한 삶을 사는 부부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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