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생겼다 3

입주자들이 싫어하는 눈치게임

by the그레이스

길고 긴 공사기간 3년 반이 흘렀다.


부부의 집이 들어설 공사장은 당시 살고 있던 집에서 15분 거리로 가까웠다.


대형마트를 갈 때, 지방에 내려갈 때

그 앞을 지날 수 밖에 없었는데

한참동안 산을 깍아내고....흙을 실어나르고... 건물 올릴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성격급한 부부는 '건물은 언제 올라가나...' 중얼거리며

앞을 지나다녔다.


역대급 폭염이 지나가고,

최장기록을 세운 장마가 지나가고,

따뜻했던 겨울과 징글징글 추운 겨울이 교대로 지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인력부족으로 공사도 지연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자재값 상승을 시작으로 모든 게 다 쭉쭉- 올라가는

기가 막힌 시대가 지나갔다.


부부에게 새 집을 기다리는 3년 반은 스펙타클한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그리고...드디어 입주 시작.


사검이네..입주 박람회네...뭐 이건 입주에 비하면 스트레스도 아니다.


입주 시작일을 2주 정도 앞두고

은행 금리가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난 2022년 말부터 슬슬~~~ 낌새가 보였다.


새해가 밝았으니, 경제회복 차원에서 잠시 내릴 수도 있겠다!며 희망을 걸었지만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의 탄탄한 은행 하나가 며칠만에 파산하며

금리는 또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부의 아파트는 4천세대 가량의 대단지 아파트였기 때문에

여러 은행이 경쟁하듯 잔금대출 업무를 진행했다.


그때부터 입주자들의 대출금리 비교전쟁이 시작됐다.


입주자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오늘은 A가 높네', '어제는 B가 최저금리였네'

'다음주에 더 높아진다네~' 매일 대토론이 벌어졌다.


정작 그 다음주가 되면

'지난 주가 더 낮았네',

'지난 주 입주한 분들이 위너네..'

'날짜를 못잡겠네~'

'은행 결정을 못하겠네~'

우는 소리가 매일 '깨똑'거렸다.


부부의 고민도 이 흐름을 따라 흘렀다.

단톡방의 '카더라'에 질려

직접 은행 상담을 다녔고,

두 시간 정도는 행복하게 기다리고

상담을 받았다.


설마... 인생살면서 은행에서 눈치작전을 펼칠 줄이야...


거주 중이던 부부의 전세집이

운좋게 삼 세판 만에 다음 세입자가 계약을 하고,

갑자기 이삿날을 잡았다.


이사날짜에 따라 그 날의 금리가 실행되기 때문에

이사 날이 앞으로 다달이 내야할 이자를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삿날(=대충실행일)을 결정하고

머릿속은 온통 경제뉴스, 금리에 꽂혔었다.


결론은 어땠을까?


부부는 운도 좋지~

입주자들 중 최저 이자를 기록한 그 날보다 0.02%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았다.

역대 최저 2위를 기록한 날이었던 것이다.


대출금액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지만

금리를 생각하면 어깨춤이 절로 났다.

(하지만 초예민 이슈이기 때문에 단톡방에 자랑 금지)


안전히 이사만 들어가면 될 일이다.


이제 힘든 관문은 다 넘겼다 생각했는데....


아직.

진짜 힘든 건 아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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