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율립 Jun 10. 2022

두 개의 문

내게 친구란 문을 닫아주는 친구와 문을 열어주는 친구, 크게 두 종류로 수렴된다고 생각했다. 최근 찬이를 만나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요즘의 일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주된 화두는 '자기관리'와 '다이어트'. 최근 인생 최대 몸무게를 갱신했다. 그간 조금씩 통통해진 몸에 대해 이렇다 할 불만은 없었는데, 그냥 가끔 볼살과 턱살 정도? 그런데 이번에 몸무게를 재고 난 후로는 위기감 같은 게 생겨버렸다. 


그래서 4월부터 늘 하던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했다. 점심엔 샐러드를 먹고, 원래 하던 필라테스 운동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나 추가했다. 근력과 유산소를 겸해서 체지방을 좀 빼보자는 계획이다. 그러던 중에 여행이 있었고, 여행 전에 뺐던 1kg는 여행 때 다시 늘어났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이다.


다이어트 목표는 건강에 관한 것도 있고, 과거의 영광에도 있다. 과거의 영광이란 건, 남자친구와 연애하며 1년에 1kg씩 차곡차곡 불어난 몸무게를 빼자는 취지다. 일단 가볍게 작년의 나와 겨룬다. 작년 여름 나의 몸무게를 수복하고, 천천히 그다음 또 작년의 나와 겨룰 것이다. 그래서 결국엔 20대 중반의 몸무게를 되찾는 게 목표다. 


5월은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달이다. 주 2회 유산소 운동을 주 3회로 늘렸고, 약속도 최대한 잡지 않기로 했다. 찬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최근 인생 최대 몸무게를 갱신했다는 것과 타인이 아닌 과거의 나와 겨루겠다는 말들. 찬이는 바람이 차게 들어오는 내 문을 닫고, 나긋하게 말한다. "괜찮아 지선아 금방 하면 돼. 금방 할 것 같은데?"라고. 이 말을 듣는 순간 문은 살포시 닫히고 외풍도 더 이상 불지 않았다.


집에 가는 버스에서 오늘의 나는 참 안녕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보니 찬이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내가 자신에게 한 발 내딛게 하는 친구라는 메시지. 나는 찬이가 내게 문을 닫고 여긴 안전하니까 안심하라고 말해주는 가족 같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내 친구들은 나를 긍정적인 자극으로 이끌어 성장시키고 확장을 도모하는 문을 열어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내 안위와 안녕을 지키며 나를 북돋아 주는, 무조건적인 지지가 기반한 가족 같은 친구도 있음을 깨닫는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 인생 잘 살고 있구나인데, 이 생각의 기반은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다. 그래서 오늘도 찬이가 닫아준 문 안에서 안녕하다. 


오빠한테 문을 여닫는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빠는 나에게 어떤 친구인지 물었는데 창문을 여는 친구라 했다. 별생각 없이 한 이야기에 웃음이 난다. 그 와중에 특별한 포지션을 살뜰히도 챙기는구나. 오빠는 본인 스스로 창문을 여는 친구라고 정의했기 때문에, 창문은 자연히 사랑의 통로가 될 것 같다. 이름하여 사랑의 창문. 


매거진의 이전글 크고 작은 방지턱을 세우는 나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