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밤조림 만들기
계속 보고 싶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지 못했던 영화가 있었다. 평소 그 영화에 나오는 주연배우와 그 배우의 연기를 모두 좋아해서 보려고 했지만, 매번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던 주변 친구들의 후기도 그 영화를 보고 싶은 또 다른 이유였다. 김태리 주연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마침 추석 연휴에 그 영화를 특선으로 방영해준다고 하기에 이번 기회만큼은 냉큼, 꼭 붙잡아야지 했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배가 고파서 시골집에 내려왔다는 여주인공 김태리의 이야기. 그 영화 속에서 김태리는 끊임없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 보기만 해도 맛있는 사계절을 보내고, 그 든든함 속에서 고민하던 답을 찾은 듯 보였다. 그 명쾌함이 참 부럽다고 생각하면서 김태리가 만든 음식 중에 유독 밤조림이 눈에 띄었다.
평소에 밤을 좋아라 하지도 않고, 심지어 누가 권유해도 잘 안 먹는 나인데 참 이상했다. 게다가 밤을 조린다니, 너무 생소하지 않나. 밤을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조리는 걸까. 그렇게 연휴가 끝난 첫 주말, 밤조림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밤조림을 만들려면 제일 먼저 밤을 물에 불려야 한다. 그 후에 껍질을 까고 한소끔 끓여낸 후에 밤에 붙은 끈을 정리한다. 이쑤시개로 밤에 붙은 끈을 정리하면 된다. 후에 다시 졸인다. 네 문장으로 정리되는 밤조림 레시피는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밤조림 만들기 과정이 꽤 복잡하고 어려운 덕분에 한참 걱정쟁이인 내가 걱정을 멈추는 시간이 생겼다.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밤을 까기 바쁜데. 힘든 과정을 보상하듯 맛도 과정만큼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다. 세상에나, 내가 너무나 맛있는 밤조림을 만든 것이다.
마음이 조금 고단하고 여유가 없을 때 더욱이 책이나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이야기 세상에서 내 안의 어떤 작은 의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의지가 샘솟는 자극은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 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활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마음이 힘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던 때도 만들게 되던 밤조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