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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송 Nov 12. 2019

마음이 급하면 생기는 일

이게 맞는 선택일까



#1

신혼집을 구하고 있었다. 우리는 당장 차를 사지 않기로 했기에,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위치의 집을 구해야 했다. 고민 끝에 정한 최소한의 조건은 이것이었다.     

1. 현재 있는 자금과 대출로 수용 가능한 금액

2.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가능한 위치     


여러 군데 발품을 팔았다. 원하는 집이 나오지 않자, 예정에도 없던 위치까지 가보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신도시에 집을 보러 갔는데 주변이 너무 깔끔하고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원하던 층수가 아니었고, 당장은 인프라가 없어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기는 힘든 집이었다. 자차족에게는 알맞은 곳이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내 상황에 맞지 않는 집이라는 걸. 그러나 마음은 급했고, ‘그냥 나중에는 차를 살 것이니, 이 집으로 정할까’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2

일을 그만두고 급하게 다시 취업 준비를 했다. 하나둘씩 올라오는 공고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처음에는 지원하는 회사에 대해 충실히 알아보고 지원을 했다. 회사의 성격, 근무환경과 위치, 직무와 성향에 맞을지도 잘 생각해보았다. 괜히 급하다고 아무 데나 써내면, 힘도 빠지고 시간도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심혈을 기울여 지원을 한 회사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다른 곳이 떨어진 건 그리 영향이 크진 않았지만, 그곳은 너무 원했던 곳이라 멘털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아무 데도 안 되는 거 아냐?’     


다음날부터 지원서를 막 써내기 시작했다. 그 회사가 어떤 곳이든, 일단 붙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어느덧, 나와는 전혀 연고가 없는 먼 지역에 있는 회사에도 지원서를 쓰고 있었다.                          



마음이 급하면 방향을 잃게 된다     


마음이 급할 때는 좋은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그럴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가야 한다. 당장 빨리 무언가를 얻으려다 더 큰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방향이 확실한 사람은 당장 눈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마음이 급한 사람은 바로 무언가를 얻어도 불안하다.  

   

1번의 시간이 지나고 발품을 팔고 기다리니 나에게 맞는 집이 나타났다. 그리고 2번의 회사에는 결국 지원을 하지 않았다. 다시 흐트러진 초점을 바로 잡았다. 만약 앞의 두 상황에서 급한 마음이 당기는 대로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철렁한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다시 방향을 잡는데 꽤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천천히 가더라도 방향을 잘 잡아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다. 나에게 맞는 타이밍과 행운이 올 때 그것을 잡을 수 있으려면, 급한 마음을 잡을 수도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 그것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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