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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송 Nov 19. 2019

퇴사한 지 한 달

나에게 찾아온 변화들


퇴사한 지 한 달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지내왔고,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그동안의 나의 생활과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기로 했다.


먼저, 나는 어떤 거창한 계획이 있어서 회사를 그만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여타 직장인들처럼 사람과 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로 인해 몸에 적신호가 왔다. 첫 번째 퇴사 사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함이었고, 그다음으로는 나에게 좀 더 맞는 일과 직장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만두기로 결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되물었고, 그에 대한 대답은 확고했기에 퇴사를 선택했다.



6년 만에 찾아온 나의 시간


처음 일을 그만두었을 때는 쉬는 게 적응이 안 되었다. 평일 오전 9시에 집에 있는 것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혼자 가만히 있을 때면 잡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 생각들은 결코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문득, 지금 나는 쉬는 것도 아니고 뭘 하는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취업 시장이 어렵고 나이도 있다고 생각을 해서, 최대한 빨리 재취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러 회사에 지원을 하고 연이은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언제 다시 취직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워낙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며 살아온지라 지금 이 상황이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출근할 직장이 없는 대신 나에겐 시간이 있었다. 잠도 많이 자고, 읽고 싶은 책도 읽고, 그동안 못 봤던 사람들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이 시간은 나에게 선물이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꿈같은 휴식 시간이자, 인생의 새로운 발돋움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나에게 찾아온 이 불확실함을 즐기기로 했다. 빨리 어디라도 들어가는 것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게 맞는 직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내 삶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에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나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해졌다.



하고 싶은 일


일을 그만두고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에 여유롭게 책을 읽는 일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경험이 담긴 에세이나 자서전 읽기를 좋아한다. 인터뷰나 토크쇼 보는 것도 좋아한다. 낮 시간에 책을 읽고 좋아하는 영상을 본다는 것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여유와 행복감을 주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도전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매년 마라톤 대회에 나갈 만큼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근 2년간 대회에 나가지도 못하고, 별다른 운동도 하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회사생활이 힘들 때, 몸이 건강하지 않으니 정신적으로도 회복이 늦었다. 건강을 찾는 일은 지금 내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피트니스센터로 향한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하고 등교를 할 때 운동하러 가는 기분은 참 새롭다. 잠이 많은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지만 막상 가서 운동을 하고 밖을 바라보면 그저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한다. 나는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처음엔 회화학원을 다닐까 생각을 했는데 알아보다 보니 더 듣고 싶은 강의를 발견했다. 시사나 철학과 관련한 글들을 독해하는 강의다. 철학에 대해서도 배워보고 싶었는데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지루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런 강의가 너무 좋다. 글을 읽고 생각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재밌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우주가 있다. 나의 우물 안에서만 바라보던 세상이 사람들의 세계를 통함으로써 넓어진다. 함께 나이를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들도 달라진다. 아끼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나에게 가장 큰 힘이다.


취업을 위한 공부도 한다. 이건 나름 취업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내가 지원하는 회사들은 보통 전공 시험을 본다. 그동안 일해온 분야를 바꿀 생각은 아직 없지만, 직무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조금 다른 직무에도 지원을 할 생각이기에 나와 맞는 성향의 직무를 알아보고 있다. 그러한 고민들은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원제로 돌아온다. 다시 전공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했던 일이 이거였구나 싶은 것들도 많고 새롭게 배우는 것들도 많다.  



나를 믿는 일


사실 취업준비보다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은 나에게 있는 모든 에너지와 능력을 쏟아내기만 했다면, 지금은 내 안에 무언가 쌓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 해야 할 일 보다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추어 살다 보니 어느 때보다 풍부한 하루를 살고 있다.


어느 날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설레지만, 어느 날은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 대해서는 열심히 알아가고 있다. 이것이 이다음 나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은 확신한다. 어쩌면 지금 나의 백수 시기가 어느 때보다 더 생산적인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또 다른 변화와 선택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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