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라송 Oct 26. 2020

시험에 떨어지고 취업에 성공했다

실패와 성공


준비했던 시험에 떨어졌다. 1년 뒤에 있을 시험을 목표로 공부를 다시 이어가거나, 취업으로 방향을 돌리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고민을 많이 한 끝에, 몇 군데 원서를 넣어보기로 했다. 취업사이트에 오랜만에 들어갔는데 코로나의 영향인지 채용공고가 많이 올라와있지 않았다. 그나마도 올라와있는 공고에는 매우 적은 인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찾아보고 찾아보다,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에 해당하는 두 기관에 지원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자기소개서를 썼다. 너무 적은 인원을 뽑는지라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썼다. 작년에 일을 그만두었을 때, 급한 마음에 정말 많은 곳에 지원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번엔 시험까지 떨어졌으니, 그야말로 실패의 연속인셈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에 지원한 곳은 필기, 접에 계속해서 통과를 했다. 심지어 면접 날짜가 겹쳐 한 곳은 면접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공공기관 한 곳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난 뭐든지 쉽게 된 적이 없었다. 퇴사조차도 쉽지 않았고, 시험 준비, 취업, 모든 것이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편하게 착착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곳을 향해 노력한 것에 대한 결과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돌아온 느낌이었다. 


합격 발표 이후,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조연상을 받은 배우 '오정세'의 수상소감이었다.


그냥 계속하다 보면은, 평소와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들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저한테는 동백이가 그랬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반드시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동안 참여한 100편의 작품을 그는 똑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했지만, 어느 작품은 성공하고 어느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작품에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상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삼십 대 중반을 향해가는 중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게 정한 다음 발걸음이 공공분야였는데, 퇴사한 지 1년이 되어서야 정말 그 길로 가게 되었다. 나는 나만의 동백을 만난 것일까.


삶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고 노력하는 건 나 자신이지만, 일이 실행되는 건 내 뜻에 의해서는 아닌 것 같다. 때론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 때도 있고,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 또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고 어떤 일에 기울인 노력이 다른 곳에서 빛을 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은 내가 잘하거나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세상이 '운'이라는 이름으로 주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길은 또 다른 길을 만든다. 과거의 선택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듯, 지난 1년 간 내가 했던 고민들과 지금 현재 내가 정한 방향이 나를 또한 어떤 미래로 향하게 할 것이다. 두려움이 있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새롭게 만나는 세계에 발을 내디뎌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자존감이 떨어질 때마다 시험을 준비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