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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송 Feb 08. 2021

나는 누군가를 동경하며 성장한다

지금 내가 동경하는 것은

17살의 동경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운이 좋게 미국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보스턴에서 며칠 머물렀던 유스호스텔에서 한국인 대학생 언니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당시 영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언니는,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미대 편입을 고민하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의 미술관들을 여행하며, 진로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중이라 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몇 가지 물품들을 주며,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적어 주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언니가 정말 미대로 편입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만남을 계기로,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진로를 생각하는 을 무척 동경하게 되었다. 17살의 나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몰라 항상 답답해하고 있었다. 아직 경험해본 것도 많이 없고 돈은 더더욱 없던 고등학생인 나에게, 언니는 생각지 못한 로망을 심어주었다.

"그래, 진로를 당장 정하지 않아도 돼. 일단 대학부터 가자. 나도 대학생이 되면, 여행도 많이 하고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다시 생각해봐야지."



24살, 또다시 누군가를 동경하게 되다


한 교양 수업을 들었다. 매주 기업의 CEO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진행하는 수업이었다. 개인 좌석이 지정되어 있어, 매번 옆자리에 앉아있던 한 언니와 친해지게 되었다. 이야기를 몇 분만 나누어도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는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공부도 잘하고, 책도 많이 읽는 사람이었다. 대학 생활 동안 미국, 남미 등 꽤 여러 곳에 홀로 여행을 다녔다. 마라톤과 등산을 좋아했고 남 눈치 보지 않고 주관이 뚜렷했으며 밝고 쾌활해서 주위에 사람도 많았다. 함께 대화를 하면 그 밝은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해졌다. 어느 순간 '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생각은 언니와의 인연을 지금까지도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



동경하는 모습을 닮아가다


그 두 사람은 20대의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오래전부터 홀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서인지, 돈을 모아 이따금씩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생각이 많을 때면, 여행을 하며 머릿속을 정리하곤 했다. 먼 곳에 가기 힘든 상황이면, 하루 근교 카페라도 다녀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했다. 할 수 있는 경험은 무조건 해보려 노력했다.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혼자서만 읽다가, 독서 모임에도 참여하고, 서평 쓰는 행사에 참여를 하거나, 독후감 공모에도 간간이 참여했다.


마라톤을 시작했다. 완주를 하면 성취감도 느껴지고, 자신감도 차올랐다.


어느 순간, 내가 동경하는 대상을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대상의 관심분야에 나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해보지 못한 것들을 그들을 통해 접하고 또한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맞닿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자극이었다. 어린 날의 동경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행동하게 해주는 촉매제가 되었다.



30대 중반, 나의 동경


30대인 나는 무엇을 동경하고 있을까. 요즘 나는, 자신만의 전문분야가 있는 사람이 참 멋있어 보인다.


자신의 일을 잘하는 사람보면 자극을 받는다. 여태까지 나는 내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는 해온 것 같다. 그런데 잘하지는 못한 것 같다. 나이가 어리다면 사회초년생이라는 변명이라도 할 테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 이제 나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몹시 부끄러워진다.


새해 인사이동이 있어 새 팀장님이 오셨는데, 예전에 책을 내신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정보를 찾아보았다. 자신의 분야로 오랜 시간 경력을 쌓고 공부를 하고 그 분야의 책도 꾸준히 쓴 이력에 자극을 받았다.


나도 내 분야에서 그 정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제 '열심히'가 아닌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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