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 [명사]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하여 읽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말하는 "구독"의 정의이다. 머지않아 새로운 의미가 추가될 것 같다. 요즘은 책, 신문, 잡지 뿐 아니라 커피, 속옷, 면도날, 생리대까지 구독하는 시대가 왔으며,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채널고정!"이라는 말보다 "구독과 좋아요, 알람설정을 눌러주세요~"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나도 다수의 컨텐츠를 정기구독한다. 유투브에서는 박막례 할머니와 재재가 나오는 문명특급, 이메일로는 뉴스를 쉽게 읽어주는 시사메일링서비스 뉴닉과 북저널리즘, 연말연휴에 영화나 몰아보려고 정기구독한 넷플릭스와 왓챠 등등. 그리고 새해를 맞아 새롭게 정기구독을 했는데, qt책과 ebs 라디오 영어 공부 교재이다. 그러고보니 정말 오랜만이었다. 진짜 잡지를 구독한 것은. 그러고보니 우리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잡지구독의 시절이 있었다. 매달 혹은 매주 집으로 배달오던 월간지.
(좌) 우리가 생각하는 10년전 잡지/ (우) 실제 10년전 잡지
개인적으로는 서점이 멀었던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매달 집으로 우편배달오는 잡지는 꽤 반가운 존재였다. 학교에서도 학생들 복지(?) 차원에서 잡지들을 정기구독했다. 매일 꽂혀있는 책들 대신 매달 새로 발송되는 잡지는 어쩜 이렇게 더 읽고 싶은지. 모름지기 잡지는 배달 오는 그날 다 읽어야 제맛. 한 번 읽었던 걸 다시 읽기는 해도, 한번도 읽지 않고 미뤄두고 아껴둔 걸 나중에 읽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것이 새삥효과
내가 제일 먼저 접한 정기구독 잡지는 "어린이동산"이었다. 농민신문에서 발간하는 어린이 잡지인데, 시골에 살았고 부모님 직업 때문인지 우리집은 한국농어민신문을 받아보고 있었고(부모님이 딱히 읽지는 않으셨다. 엄마가 주로 나물 다듬을 때 바닥에 까는 용도로 쓰셨다. 아마 조합원 가입 혜택 중 하나가 아닐까 추측) 매달 <어린이동산>이나 <전원생활> 중 한권을 받아볼 수 있었다. 나중에는 <전원생활>로 엄마가 바꾸셨는데, 친구집 어디를 놀러가도 이 <어린이동산>이 있었던 기억.
고모집에서 받아보던 <어린이 과학동아>. 내가 이때 과학동아를 열심히 읽었더라면.. 나도 문레기를 탈출 할 수 있었을까?
중학생이 되어서는 <독서평설>의 시대가 열렸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3년 내내 학교에서 정기구독했다. 그때만 해도 논술로 대학에 가는 전형들 때문에 창의력, 글쓰기 능력, 논리 교육이 한창이었는데 <독서평설>은 그런 취지에 맞게 내용도 너무 유익하고 공부하기 싫을 때 읽으면 딴짓 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 면죄부 같은 잡지였다. 참고로 나는 고2때 독서평설에 실린 포르투갈 여행 관련 기사를 보고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게 꽂히기 시작했다. 그걸로 밥벌이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때부터 '여행으로 가보고 싶다'정도의 생각을 품었다.
연령대는 어린이를 타겟으로 하지만 내용만은 매우 심오했던 <고래가 그랬어>. 사회 소외계층, 인권 문제 등을 다루는 교양잡지. 이건 당시 자주 가던 치과에서 받아보던 잡지였다.
추억 속의 잡지들을 다시 찾아보니 아직도 여전히 건재하다. 인터넷 세상에서도 이미 많은걸 구독하고 있어서 그 컨텐츠들을 다 소화하지도 못한 채 살고 있지만, 나중에 도서관에 가면 정기간행물코너를 둘러봐야겠다. <과학동아>를 예전에 열심히 읽었다면 좀더 과학을 재밌어 하지 않았을까-하고 지금 후회하듯이, 나중에 더 열심히 탐독해볼걸 하고 후회할만한 잡지가 많은 것 같다.
(이미지출처 : yes24, 알라딘인터넷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