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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Nov 15. 2023

메일 에티켓  - 특정 요청이 있는 메일을 받았을 때

사소하지만 센스 있는 일잘러가 되는 법

해외 거래처에서 메일이 왔다.


귀사에서 제공하는 제품에 분쟁 광물이 포함되어 있나요
귀사에서 제공하는 제품이 군사 물자에 들어가는 제품인가요?

제조업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이런류의 메일을 받는다.

특히 수출하는 회사라면 말이다.


이번 회사에서도 어김없이 ‘분쟁 광물 사용 실태조사’에 대한 메일을 받았다.

납품하는 원재료에 분쟁광물이 들어갔는지, 분쟁지역에 있는 지역에서 조달한 원재료인지 등등을 조사한다.


이런 요청은 일정한 설문 형식의 파일이 첨부된 메일로 온다. 주로 해외 업체와 거래할 경우 받게 되고 특히 미주와 유럽과 거래할 때 받는다.

(중국 등 아시아 회사와 거래할 때는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참고 : 분쟁 광물이란 무엇인가?

분쟁 광물이란 콩고 민주 공화국 또는 그 인접 국가 등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국가에서 생산되는 주석, 탄탈륨, 텅스텐, 금 등의 광물을 지칭한다. 

분쟁 광물로 인해 창출된 자금이 해당 국가 내 무장 세력으로 유입되어 자국민을 학살할 뿐 아니라 채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동 및 강제 노동, 여성 학대 등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 

때문에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분쟁 광물 사용 여부 및 원산지를 조사하고 공급 체인에 대한 실사를 수행하여 그 결과를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에 보고 하여야 한다. 


보통 일정한 형식이 있기 때문에 작성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물론 처음 작성하는 경우에는 이 항목에 체크하는 것이 맞는지, 이 내용을 적으면 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일단 작성해서 제출을 한다. (대부분 기한이 있는 것이고 또한 특정 부분이 잘못되었을 경우 거래처에서 수정 요청이 들어온다)


핵심은 그다음이다.


나는 이런류의 메일을 받으면 꼭 회신을 보낸다.

아니, 메일에 회신을 보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류의 요청은 보통 보내주는 링크를 타고 들어가 특정 사이트에 들어가서 제출을 하면 되기 때문에 따로 확인 메일을 보낼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상대방이 요청한 어떤 자료를 올리거나 응답을 한 경우 메일을 보낸 사람에게 따로 회신하는 메일을 보낸다.


처음으로는 ‘메일을 확인했고 대략 언제까지 처리해 주겠다’라는 내용을 담은 메일이다.


그리고 해당 일을 처리한 후에는 다음의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낸다.


1. 당신이 언제 언제 보낸 리서치에 대해 응답을 완료하였으니 확인해 달라.

2. 그리고 혹시나 잘못 체크된 것이 있거나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나에게 다시 알려달라.


이렇게 말이다.


이런 메일을 보내면 대개 상대방은,

너의 메일을 잘 받았고 빠른 피드백을 해 줘서 고마워. 확인해봤는데 특별히 잘못된 부분은 없어. 고마워!

라고 하여 마무리를 한다.


안 써도 되는 피드백을 굳이 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상대방에게 ‘너의 요청에 나는 응답했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해외업체와 일하다 보면 의외로 메일 회신이 늦다. 대부분의 아시아권 나라는 시간대가 비슷해서 메일을 해도 금방 답이 오고 급하면 전화를 걸어 해결하면 되는데 미국(현재 내가 담당하는 곳이 미국이므로 여기를 대표적으로 말하겠다)은 내 근무시간 중 아침에 메일을 보내든, 퇴근 전에 보내든 회신은 다음날 출근해서 받게 된다.


물론 이것도 바로 확인해서 처리해 주는 경우에 말이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이 지나도 회신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답답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상대방의 메일에 ‘내가 너의 메일을 봤고 일을 처리했다’라는 내용을 짧게 보내주면 상대방도 나의 메일에 어떤 형식으로든 피드백을 남겨 준다. 확인을 한 것인지, 진행 중인지, 해결이 되었는지 등등 말이다.


두 번째는 ‘내가 처리한 업무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즉시 알려달라’라는 말을 담는 것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특히 처음 접하는 형식의 요청일 경우 부족한 부분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스템에만 응답을 넣어두고 있으면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잘못된 것에 대한 피드백이 날아올 수 있다. 시간이 이미 한참 지나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가물가물할 때쯤 말이다.


하지만 내가 먼저 ‘부족한 부분, 또는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알려달라’라고 말을 해두면 이런 가능성이 훨씬 줄어든다. 담당자가 메일을 확인한 뒤 한 번에 ok를 하는 경우도 있고 특정 부분을 알려 주면서 이 부분을 수정해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어떻게 되었는 내 입장에서 일을 처리할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은 해외 거래처와 메일 할 때뿐 아니라 국내에서 일할 때도 적용이 된다.

누군가 나에게 특정한 일을 요청하면 그 자리에서 ‘이 일은 대략 언제까지 확인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일을 처리한 후에는 처리했다고 보고한다. (처리 기한이 늘어나는 경우 중간중간 지금 어디까지 진행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보고를 한다)


정말 사소한 부분이고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혹시나 이런 부분을 미처 습득하지 못한 후배들을 위해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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