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단단함

양심에 귀 기울이기

by 코지한울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간혹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마음 한켠에 남을 때가 있다. 대화가 어느 선을 넘었을 때, 혹은 행동이 지나쳤다는 걸 스스로 인지할 때다. 그 감정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우리는 곧장 다른 말과 다른 행동으로 덮어버리곤 한다. 양심이 조용히 신호를 보내와도, 귀 기울일 틈 없이 본능이 먼저 움직인다.


돌이켜보면, 불편함은 대부분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분위기에 맞추려 건넨 말,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한 행동.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지만, 마음은 기억한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 장면들이 다시 떠오르고,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선명해진다. 말과 행동은 순간이지만, 그 여운은 자국이 남는다.


혼자로 온전히 주어진 시간이 생기면 생각은 자연스럽게 그 지점으로 향한다.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 다시 선택할 수 없는 순간들. 그 기억들은 곧 죄책감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을 잠식한다. 아무 일도 아닌 척 넘겼던 장면들이, 혼자일 때 더 크게 말을 건다. 그때서야 양심의 소리가 뒤늦게 들린다.


만약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을 만큼 말과 행동이 거침없다면, 우리는 결국 주변과의 갈등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혼자 오롯이 서 있는 일은 가능할지 몰라도, 세상을 혼자 살아가기는 어렵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결국 누군가와 부딪히고,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양심에 귀 기울이는 일은 나약함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순간의 본능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태도. 마음에 남는 불편함을 무시하지 않고 잠시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나와 타인 사이의 경계를 바로 세워준다.


결국 양심에 귀 기울인다는 건,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이다. 잘못을 덮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멈춰 서는 일. 그 멈춤 속에서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진다. 그렇게 나는 관계 속에서도, 나 자신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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