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놀이터 삼기
아이들과 키즈 카페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무섭다며 망설이던 아이들이 짚라인 주변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몇 번을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 매달렸고, 내려오자마자 금세 표정이 바뀌었다. “하나도 안 무서워.” 심지어, 서너 번 더 하겠다고 한다. 방금 전까지의 두려움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얼굴이었다. 짧지만 강렬한 울림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나의 과거를 떠올렸다. 내가 시도하지 않은 것들 중 내가 잘할 수 있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겁이 나서, 잘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애초에 올라가려 하지도 않았던 순간들.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스스로 한계를 정해버린 일들. 어른이 된다는 건 조심스러워지는 일이라지만, 때로는 그 조심스러움이 가능성까지 닫아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을 시험장이 아니라 놀이터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패하면 감점당하는 곳이 아니라, 한 번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곳이라고 여긴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아이들처럼 일단 매달려 보고, 내려온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일들. 겁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기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놀이터에서는 완벽함이 기준이 아니다. 잘 타는 아이도 있고, 여러 번 시도하는 아이도 있다. 중요한 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른의 세계에서는 결과가 앞서지만, 놀이의 세계에서는 경험이 먼저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면 도전은 ‘부담’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세상을 놀이터로 바라보는 사람은 실패를 다르게 해석한다. 넘어짐을 흠이 아니라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처음엔 떨리더라도 몇 번 해보면 몸이 익숙해진다는 걸 안다. 그렇게 작은 성공이 쌓이면 두려움은 점점 줄어든다. 용기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한 번 더 시도해 보는 태도에서 생긴다.
결국 나를 지키는 단단함은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는 데 있지 않다. 망설임을 안은 채로도 한 발 내딛는 데 있다. 이 세상이 누군가의 시험장이 아니라 각자의 놀이터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잠깐의 망설임을 넘어서 조금 더 매달려 보고, 조금 더 즐겨보는 일. 그렇게 살아갈 때 나는 이 시대를 두려움보다 용기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