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단단함

거절할 줄 아는 사람 되기

by 코지한울

명절을 앞두고 있자니 유난히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대개 순종이라는 이름 아래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고 싶지 않은 일에도 괜찮다고 말하고, 불편한 요구에도 웃으며 답한다. 거절하지 못하는 태도는 예의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스스로를 뒤로 미루는 습관이 되기도 한다.


가만히 돌아보면, 마음이 가장 많이 상하는 순간은 가까운 사람 앞에서였다. 며느리와 사위는 배우자의 가족과 수직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혼 초에는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할 존재가 된다. 새로 만난 부모님을 자연스럽게 윗사람으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한 칸 낮춘다. 그 보이지 않는 수직은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조용히 자리 잡는다.


그래서 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항이 아니라 경계를 세우는 일에 가깝다. 내 기준을 분명히 말하는 일,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 앞에서 잠시 멈추는 일. 좋고 싫음을 스스로 알고 표현하는 태도는 관계를 무너뜨리기보다 오히려 균형을 만든다. 침묵이 관계를 지킬 때가 있다면, 분명한 거절 역시 나를 지키는 방식이 된다.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를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무리한 부탁에 휘둘리지 않고, 억지웃음으로 마음을 덮어두지 않는다. 그 태도는 상대에게도 기준을 알려준다. 함부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이해시킨다. 관계는 일방적인 배려가 아니라, 서로의 경계를 인정할 때 건강해진다.


거절을 배우면 나 자신도 달라진다. 끙끙 앓으며 참아내던 시간이 줄어들고, 속으로 쌓이던 서운함도 줄어든다. 억눌린 감정이 뒤늦게 폭발하는 대신, 그때그때 솔직해진다. 스스로를 지키는 기준이 세워질수록, 마음은 덜 흔들린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또렷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거절할 줄 안다는 건, 가족 안에서조차 나를 잃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우리는 낯선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크게 무너진다. 나의 기준이 서 있지 않으면, 가장 사랑해야 할 이들이 가장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한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거절을 배울 때, 나는 비로소 관계 속에서도 나 자신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서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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