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살다 보면 이런 말들이 마음속에서 자주 고개를 든다. 이렇게 살아야 돼, 어릴 때처럼 어리석으면 안 돼, 교양이 있어야 해, 크리스천은 그러면 안 되지, 사람들 눈은 신경 써야지. 누가 정확히 한 말은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몸에 배어 기준처럼 따라다닌다. 그 말들 덕분에 안전해진 것도 있지만, 동시에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기준들은 누군가 강요한 것이라기보다, 내가 먼저 받아들인 것에 가깝다. 아무도 울타리를 치지 않았는데, 스스로 그 안으로 들어와 문을 잠근 셈이다. 그 안에서는 늘 조심스럽고, 조금만 벗어나도 불안해진다.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다 보니, 정작 솔직한 나는 자주 뒤로 밀려난다.
솔직함은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태도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 애써 유지해온 모습들이 흔들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솔직해지기보다 단정해지기를 택한다. 틀리지 않기 위해 말과 행동을 다듬고,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마음까지 접어둔다. 그렇게 하면 안전해 보이지만, 자유롭지는 않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선은 정말 필요한 선일까. 혹시 넘지 않아도 될 선을 너무 성실히 지키고 있는 건 아닐까. 법도 아니고, 윤리도 아니고, 누군가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도 아닌데도 스스로를 막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질문 앞에서 조금씩, 선 넘지 않은 선에서의 자유를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이래도 괜찮아. 마음속으로 그렇게 말해주는 연습을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단정하지 않아도, 늘 교양 있게 굴지 않아도 삶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솔직함은 무례함과 다르고, 자유는 방종과 같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를 숨기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망가지는 건 아니다.
결국 솔직함을 마주할 용기란, 스스로에게 허락을 내리는 일이다. 괜찮아, 이 정도면 충분해, 지금의 나도 틀리지 않았어라고 말해주는 것. 아무도 치지 않은 울타리에서 한 발 나오는 순간, 숨이 조금 더 깊어진다. 그렇게 나를 검열하지 않고 살아가는 태도 역시, 나를 지키는 또 하나의 단단함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