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 나랑 친해지기

08.

by 코지한울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며 가장 먼저 마주하는 얼굴은 나다. 하루의 시작을 함께하는 사람도, 끝을 지켜보는 사람도 결국 나다. 아무 일 없던 하루의 미세한 흔적부터 유난히 힘들었던 날의 잔상까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존재는 늘 나 자신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은 채, 바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하루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역시 나다. 몸이 무거운 날과 가벼운 날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 마음이 먼저 지쳐 있다는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도 나다. 언제 쉬어야 하고, 언제 조금 더 움직일 수 있는지 가장 정확히 아는 감각은 이미 내 안에 있다. 다만 그 신호를 무시하는 데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나와 친해진다는 건, 그 신호를 다시 믿어보는 일이다. 몸이 보내는 작은 불편함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고, 마음이 조용히 멀어질 때 왜 그런지 이유를 묻는 일이다. 괜찮은 척하기보다, 지금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에 가깝다. 그렇게 자신에게 솔직해질수록 삶은 조금 더 정직해진다.


내가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주변의 말은 예전만큼 크게 들리지 않는다. 기준이 바깥에 있을 때는 쉽게 흔들리지만, 안쪽에 자리 잡으면 방향을 잃지 않는다. 남의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되고,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괜찮아진다. 나의 리듬을 아는 사람은 불필요한 비교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다.


“나”와 친해진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유 없이 지친 날에는 쉬어도 된다는 걸 알고, 괜히 애쓰는 날에는 멈출 줄 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고, 회복이 필요한 순간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 태도는 단단함이라기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친절에 가깝다.


결국 나랑 친해진다는 건, 나를 가장 믿을 수 있는 편으로 두는 일이다. 하루의 컨디션을 살피고, 마음의 온도를 체크하며 살아가는 삶. 그렇게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주변의 말과 환경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힘은, 늘 나와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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