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빈 Mar 22. 2018

개발자에게 야근을 하지 말라니

근로기준법, 너 조금 멋져 보인다

저번 주 월요일 우리 회사는 급작스럽게 전체회의를 하였다. 우리는 아직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기에 아주 가끔 전 직원이 함께 회의를 한다. 일 년에 1~2번 될까 말까 한다.


우리 회사는 자동화 회사니까 당연히 개발자가 있고 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야근이 많다. 이게 바로 슬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 런. 데.
야근을 하지 말라니요?


회의의 내용은 근로기준법이 바뀌었으니 강제로 집행하기 전에 우리부터 바꿔서 적용해보자는 안내였다. 원래 야근(법적 용어 연장근무)을 하면 안 되지만 피치 못해 야근을 해야 하면 사전승인을 받으라는 말씀이셨다. 게다가 법적으로 1주일에 최대 12시간까지만 가능하다. 안 그러면 위법이라서 안된다고 하셨다. 과연 가능할까?


이론적으로는 참 좋은 말이다. 근무시간만 지키고 칼퇴근하자는 이야기인데 혹시나 야근이 많으면 사람을 더 뽑으라는 나라의 일차적인 접근방식이다. 문제는 우리 분야는 사람을 뽑고 키우려면 기본 1년에서 3년은 투자해야 한다. 말이 쉽지 당장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생산직은 동일업무를 다른 사람이 배우고 대체하기에 시간 투자가 적게 드는 편이지만 전문직은 대체 일력을 구하기도 힘들고 신입을 뽑더라고 제대로 된 그 몫을 발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실적으로 업체에서 기계가 고장 났다 와달라, 이거 수정해주세요 바꿔주세요 하다가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러면 연장근무가 불 보듯 뻔한 것인데 괜찮을까?


미안해요 고객님 저희 회사 연장근무가 안돼서요. 내일 해드릴게요.


이렇게 말하고 욕이라도 안 얻어먹으면 다행이겠다.


우리도 워라벨이 가능할까? 일과 삶의 균형이 생겨서 퇴근 이후에 취미생활을 하거나 가족과 보내는 삶이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이다.


제일 우려스러운 것은 업체랑 일을 계속 주셨으면 좋겠는데 우리의 업무 스타일을 보고는
"이런 회사랑 일 안 해! 하면서 너희 물건 다 들고나가!"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우리 회사가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이 좋아지는 과도기를 잘 넘기기를 희망하면서 부디 한꺼번에 모든 회사가 근로기준법에 따르거나 연장근로를 모두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고객사님이 우리에게 욕하지 않을 테니까.(물론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 시행일자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제 뉴스에서 슬슬 나오던데, 일은 똑같고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돈도 못 받고 카페나 집에서 일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데 이거는 봉사활동이 아닌가?


시간을 줄이면 일도 줄여서 진정한 워라벨이 이뤄지길 희망하지만 어느 정도 법도 현실에 맞게 변경되어야 할 것 같다.


한국도 저녁이 있는 삶이 되길 희망한다.


표지 사진출처; www.pexels.com




작가의 이전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덕목_1. 목록 나열하기 첫 번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