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소사 전자제품에 이슈가 있으면 해결하는 역할이다. 어릴 적부터 그랬고 대학교 때도 그랬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자연스럽게 내게 물어보시다 보니 어느덧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세탁기가 고장 나면 어디에 물어봐야 할 거 같은가? 그건 세탁기 제조사다. 우리 집은 나에게 물어봤다. 답변은 제조사와 똑같았다. 그래서 나에게 먼저 물어보셨으려나.
엄마 폰이 또 말썽이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던 엄마의 폰에서 알람이 뜬다. 메모리 공간이 부족하다. 가끔 카톡 대화나 사진을 지우셨다고 한다. 그냥 미리 물어보시지 뭘 또 참고 계셨는지 아쉽다.
며칠 전 새 폰으로 바꾼 내가 부끄럽다. 일하겠다고 새 폰으로 바꿨는데, 엄마 꺼나 바꿔드릴걸 그랬나 싶어도 이미 벌어진 일이다.
사실은 처음으로 중고 핸드폰을 팔아보려고 예전 폰을 깨끗하게 지웠던 참이다. 주인이 따로 있었나 보다. 폰을 팔면 제법 돈이 생기지만, 기존 엄마 폰보다 용량이 거의 4배로 늘어나니 한동안 신나게 사진을 찍으실 거 같았다. 중고지만 사양은 엄마 꺼보다는 좋기에 여쭤봤더니 무조건 괜찮단다. 용량도 용량이지만 카메라 화질도 더 좋아요.
전에 중고폰을 판다고 말했던 적이 있기에 핸드폰을 할머니께 드린다고 하니 딸이 물어본다 할머니가 쓰는 게 더 좋은 거지? 응 그렇지.
미안해요 새거 못 사줘서
통신사 대리점보다 친절한 자녀의 이사과정은 순조롭지 않다. 새 필름을 붙여도 전문가보다 볼록볼록 방울이 남아 난 만족스럽지 않은데 엄마는 기존 거보다 깨끗해서 좋단다. 케이스도 내거는 거의 다 떨어져 가서 부랴부랴 투명젤리케이스 사서 바꿨는데 그냥 좋으시단다. 카드 넣는 유용한 거 많은데 한사코 거절이시다. 기본이 제일 좋으시단다.
요즘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료 넘기고 배경 화면이나 같은 아이콘 위치 조절하고 자주 쓰는 앱 실행여부 확인하고 끝냈다. 집 Wifi는 아빠가 설정해 주시기로 했다. 출장서비스는 당장 실행하기 어렵기에 업무 분담은 기본이다. 내 거 옮길 때보다 더 신경 쓸게 많다.
스마트폰 이사는 좋은데 아쉽게도 핸드폰에서 철수한 L사의 폰에서 S사로 넘어가니 메모가 잘 안 넘어간다. 이미 아빠폰 넘길 때 일어난 일 또 일어난다. 크윽 힘들다. 이거 파일을 범용으로 만들어주지 곤란하다. 용량이 부족하니 PDF변환도 바로 안된다. 기존 사진부터 지우고 PDF로 변환하고 자료를 이동했다.
늘 그랬듯 엄마의 첫 개통은 아빠다. 아빠는 통화음질이 더 좋다고 하신다. 그게 느껴질 정도라니 아빠, 아직도 엄마에게 관심이 많군요.
엄마가 집으로 가시고 아빠의 연락이 왔다.
이제 폰 3개 쓰신단다.
그런데 아빠는 왜 엄마 옛날 핸드폰까지 총 3개나 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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