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의사소통' 할 것인가

TED로 생각해보는 '성숙한 대화'의 자세

by 코지오
우리의 의사소통 습관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익숙한 행위이다.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듣고 말하며 주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오 이 사람 나랑 좀 잘 맞네'라는 생각이 들면 대화를 나누는 사람과 '더 깊은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인간으로서 본능이다. 과거에는 자신과 결이 같은 사람들끼리 뭉쳐있어야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자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잘 되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즉 내 편으로 인식한다. 그런 관계가 건강하고 오래 유지되면 친한 사람, 더 발전하면 Best Friend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따라 이 베스트 프렌드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 아니, 누군가와 처음 관계를 구축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다른 사람과 나의 시작점인 '대화'에서부터 잡음이 들리기 때문이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지적 수준 또한 높아졌고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한 자신만의 주관도 더욱 뚜렷해졌다. 이 말은 겉으로 보기에 별 문제없어 보인다. 과거와 달리 한 주제에 관해 더욱 풍부한 생각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풍부한 의견이 점점 의사소통에 큰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


옛날에는 날씨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냥 좋다 나쁘다 로 끝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이제는 날씨 하나만 놓고 봐도 기상 이변부터 시작해서 기상을 관측하는 단체에 대해 나만의 의견을 내비칠 수 있고, 이를 정치적인 프레임을 바탕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 그땐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올라가면서 더 이상 하나를 보더라도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판단 기준으로 무언가를 평가하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태도는 나이가 들면서 더욱 강하게 굳어진다. 즉 '고집'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서로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자신만의 주장을 펼치니 대화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이자 인터뷰어인 셀레스트 헤들리(celeste headlee)는 TED 강연에서 요즘 사람들이 점점 예민해지고 있다는 뉘앙스로 강연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성별, 백신, 건강을 가볍게 생각하면 충분히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속칭 각 주제에 자신만의 의견이 확고하고 예민하게 구는 사람이 작정하고 젠더이슈, 백신 거부 운동, 유사과학 등의 시각으로 득달같이 달려들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건강한 의사소통을 만들 수가 없다. 대화 '듣기 & 말하기'가 균형감 있게 유지되어야 좋은 대화라고 볼 수 있다. 자기의 지식을 뽐내기만 하거나 위의 예시처럼 너무 진지하게 접근해서 분위기를 심각하게 만들고,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지 않는 태도는 잘못된 모습이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 이러한 올바르지 못한 대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셀 수 없이 많다. 자기 말만 말이고 다른 사람의 말은 묵살하는 커뮤니케이션 디스트로이어(Communication Destroyer)들이 활개치고 다닌다. 앞서 말한 내용을 정리하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잘못된 지적 우월감에 빠져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는 것이다.


내가 똑똑하고 내 말이 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촌스러운 아집이다. 나 자신을 내려놓고 대화를 해야 성숙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셀레스트 헤들리는 점점 복잡해지고 정교 해지는 인간사회에서 다른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를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잘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총 10가지 중에서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내가 경험한 것들을 함께 정리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1. 대화를 나눌 땐 그 순간을 집중해라


정말 중요한 대목이다.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할 땐 그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A라는 사람이 '음식'에 대해 자신이 겪은 즐거운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즐거운 경험'에 집중해야 나 또한 거기에 맞는 말을 이어가며 부드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뜬금없이 그 음식에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A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내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상대방도 바보 아니고서야 자신의 말을 집중하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눈치가 있으면 안다. 이미 이것 자체에서 기분이 상하는데 갑자기 진지한 사회적 이슈를 꺼낸다면 더 이상 A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 이슈를 말한다는 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화의 흐름에 알맞게 말을 꺼내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대화라는 것도 그 순간에 어울리는 주제가 있다. 주변을 보면 이런 사람들이 꼭 있다. 남들 이야기할 때는 딴청 피우다가 갑자기 혼자서 다른 주제를 열변을 토하며 말한다. 본인이야 자기가 아는 내용을 말하니까 즐거울지 몰라도 그걸 듣는 사람들은 '혼자 뭐 하는 거야?' 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자기 지식 자랑하는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보자.


다른 사람이 말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 건강한 의사소통을 위한 시발점이다.




2. 설교하지 말아라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래라저래라 훈수 두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특히 누군가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놓을 때 설교하는 경향을 짙다. 경험상 고민을 말하는 사람들의 숨은 목적은 그냥 들어주고 위로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말한 확률이 거의 80-90%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깊은 고민과 걱정을 여러분 앞에서 말한다면 진심 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또 경청하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렇게 해야 옳지."

"네가 말한 건 논리적으로 하나도 맞지 않아. 이러한 접근이 사회적으로 훨씬 합당해."


란 식으로 설교하기 시작하면 본인은 이성적으로 조언을 해줬다고 만족할 순 있지만 상대방은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조언이 아니라 '공감 없는 설교'일 뿐이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는 자신의 수준을 자랑하는 시간이 아니다. 고민을 말한 그들도 정답을 몰라서 말한 것이 아닐 것이다. 1) 먼저 헤아리는 자세가 우선시되어야 하고 2) 그다음 상황을 봐가며 적절한 조언을 하나씩 말해주는 것이 건강한 대화라고 생각한다.


이 뿐만 아니라 어떠한 주제에 대해 논의나 논쟁을 벌이더라도 충분히 듣고 매너 있게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한다. 다짜고짜 "당신 생각은 틀렸어!"라며 설교를 시작하면 그 대화는 끝난 것이다.




3. 질문형으로 끝내보자


질문형으로 대화를 맺으면 훨씬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1) "저는 연설자님의 의견과 달라요. A라는 방법을 사용해야 맞는 것 아닙니까."


2)"저는 연설자님과 의견이 다릅니다. A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혹시 연설자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말 간단한 방법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자신의 감정에 빠져 자기주장만 한다. 질문형 대화는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토론이나 미팅 때 사용하면 굉장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질문을 함으로써 내 생각을 한번 더 정리할 수 있고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순서를 상대방에게 넘기면서 배려있는 모습까지 보일 수 있다. 질문과 대답, 대답과 질문이 상호작용하면서 의사소통을 훨씬 더 균형감 있게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면 상대방에게 질문은커녕 자기 생각만 딱 말하고 대화를 끝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영희 씨 점심 드셨어요?"


"네."


혹시 다른 사람들이 점점 여러분과 대화를 피한다면 내가 혹시 저런 대화법을 습관적으로 하진 않는지 점검해보자. 이런 방식은 질문하는 사람을 무안하게 만든다. 이런저런 질문으로 맺으며 상대방도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습관을 길러보자.




4. 쉽게 말하자


다른 사람에게 내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쉽게 말해야 한다. 주절주절 반복하면서 말을 하면 듣는 사람도 힘들고 말하는 본인도 방황하게 된다. 간결한 스피치 습관은 비즈니스 자리에서 협상을 하거나 누군가와 계약을 할 때 혹은 회의를 할 때 빛을 보게 된다. 중요한 메시지를 보다 정확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빙빙 둘러말하는 것은 의미를 퇴색시킨다. 쓸데없는 곁가지가 자꾸 말의 핵심에 들러붙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흐릿하게 만든다.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며 결국 대화만 길어지게 되고 얻는 것도 없이 의사소통이 끝날 확률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보자.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선 다양한 요인들이 있는데 주로 환경단체가 더 힘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그들이 환경보호에 대해 보다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단체가 정부랑 협업도 해야 하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끊임없이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더 다양한 주체들이 개입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환경단체만 개입하면 무언가를 추진할 힘이 약할 수 있으니까요. 저번에 어떤 논물을 보니까..."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선 환경 단체와 정부, 그리고 국민이 모두 유기적으로 협업해야 합니다. 그래야 관련 정책을 펼치더라도 훨씬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으니까요. 이에 대한 근거를 A라는 논문을 통해 조사해봤습니다."


어떤 말이 더 와 닿는가? 거의 다 후자일 것이다. 결국 저 말의 메시지는 '여러 주체가 힘을 모아 환경을 살려야 한다'이다. 그럼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말을 해야 듣는 상대방과 나도 이해하기 쉽다. 보통 이렇게 불필요한 말들을 계속 붙이며 이야기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1)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정확히 모를 때


2) 내 의견이나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한꺼번에 말하고 싶을 때


이와 같은 이유로 말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건강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선 먼저 내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내 잘난 맛에, 상대방보다 낫다는 걸을 증명하기 위해, 귀찮으니까 대충 등의 이유로 마구잡이로 말을 하면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다. 그런 대화는 힘들다.




5. 관심을 갖고 듣자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듣자. 상대방을 향해 진정 어린 관심을 갖고 들어야 한다. 1번부터 4번까지의 내용을 아무리 잘 행한다 하더라도 듣질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요즘 시대는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남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은 적다. SNS는 더욱 다양해지고 발달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카오톡, 틱톡 등 정말 많다. 대부분의 플랫폼이 정보 습득의 목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SNS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친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나를 표현하는 건 익숙하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상대방에게 관심을 주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색해한다. 당장 카페를 가봐도 알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을 앞에 두고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거나 상대방이 말할 때 집중하지 않는다. 이렇게 관심을 갖지 않고 들으니 건강한 대화가 가능할 리가 없다.


대화라는 것은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를 하는 주체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그 관심 속에서 서로의 다양한 감정과 생각, 아이디어 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의사소통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준다. 깊은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더 잘 알게 되고 전보다 발전된 관계로 살아가며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심드렁하게 보고 있으면 어떻게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 사람에게 적합한 말을 꺼낼 수 있을까.


의사소통을 할 때는 상대방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내려놓자. 그리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그 사람의 눈빛, 표정, 제스처 등을 관심 있게 보자.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면 이야기 소재는 저절로 떠오를 것이며 그렇게 서로 묻고 답하다 보면 '기분 좋은 대화를 했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 여러 사람들과 성숙하고 건강한 의사소통을 해보자. 여러분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예민하게 굴 것 없다.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면서 하나하나 따질 것도 없다. 그런다고 그 사람과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너무 진지해지지 말자. 지식을 자랑하고 싶으면 차라리 개인 블로그나 일기장에 쓰는 것이 낫다. 여유를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하자.

건강하고 성숙한 의사소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춰 관심을 갖고 경청하면 된다. 이 대전제를 바탕으로 쉽게 말하고, 질문형으로 말을 건네고, 대화 주제에 집중하고, 함부로 조언하며 지식을 뽐내지 않으면 그것이야 말로 참된 대화이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도 건강한 대화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셀레스트 헤들리(celeste headlee)의 강연 보기>

https://www.ted.com/talks/celeste_headlee_10_ways_to_have_a_better_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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