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Branding)'
언제부터인가 여기저기서 브랜딩을 강조하고 있다.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 한다, 기업이 브랜딩에 힘써야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다, 창업을 꿈꾼다면 브랜딩은 필수이다 등. 책, 유튜브, 그리고 다양한 SNS 채널에서 이에 대해 조명한다. 심지어 강의를 하는 곳까지 생겼다.
도대체 브랜딩이 뭐길래 이러는 것일까?
브랜딩에 논하라고 하면 밤샘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심오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면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단어 구성을 보면 Brand + ing이다. 브랜드를 하고 있다...? 좀 어색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브랜드를 소개하는 과정
을 브랜딩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새로운 사람에게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는 것처럼 브랜드가
"우린 이런 브랜드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때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 특징적인 색깔, 하고 싶은 것, 싫어하는 것, 앞으로의 계획 등이 대중에게 전달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이러한 것들을 드러내다 보면 브랜드가 어느덧 사람들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해당 브랜드의 '팬'이 된다.
우리 주변에 유독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 그 사람만 생각하면 어떠한 단어나 느낌이 머릿속에 단번에 떠오른다. 영희랑 대화만 나누면 기분이 좋아진다, 철수는 어쩜 그렇게 매너가 좋은지 모르겠다. 우리도 모르게 그들이 보여주는 매력에 서서히 빠지게 되면서 호감을 갖게 된다.
이것이 브랜딩이다. 나(브랜드)란 사람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행위. 그래서 그들이 날 마음속에 간직하고 좋아하게끔 유도하는 행위. 썸을 타며 결국 연애까지 성공하려는 일종의 '끌어당김'이다.
브랜딩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동시에 마케팅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왜 브랜딩에 빠졌고 무엇을 시작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브랜딩은 이야기다
브랜딩 = 안녕하세요,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내가 브랜딩에 빠지게 된 계기는 글쓰기였다.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해왔다.
나는 문장에 멋 부린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자아도취나 전문성에 빠져 어려운 단어와 말로 범벅된 불친절한 글을 정말 싫어한다. 한 문장이 두 줄, 세 줄 되는 글은 더 싫다. 그리고 어둡고 우울하고 징징거리는 글만 쓰는 사람도 선호하지 않는다. 읽다 보면 없던 부정적인 생각도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최대한 글을 쉽게 쓰려고 한다. 또한 읽었을 때 얻을 것이 있고 긍정적인 기분이 드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나의 특징이 문장에서 드러나니 점점 내 글을 좋아하는 분들이 생겼다. 팔로워나 구독자도 늘고 댓글도 달리면서 그분들과 진심 어린 소통을 했다. 그 과정에서 내 평소 성격이 댓글에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그런 내 모습을 사람들은 좋아해 줬고 시간이 지나면서 열렬히 응원해주는 팬이 되었다.
비록 그 수는 유명한 인플루언서나 브런치 작가님들에 비할 바 못된다. 하지만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좋은 경험도 못해봤을 것이다.
이때 느꼈다. 무언가(사람)를 알리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든든한 팬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전하는 메시지와 철학에 사람들이 좋다고 다가와주니까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이것이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니 '브랜딩'이란다. 그 뒤로 브랜딩 관련 책을 열 권 이상 구매하여 읽었다. 무언가를 배울 때는 책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 분야 대가들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농축시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읽으며 브랜딩이 무엇인지 알아갔다. 처음에는 개념이 없어서 단순히 광고 기법인가?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진실된 소통방식이다. 이 진실이 통하냐 통하지 않느냐에 따라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가 결정된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러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명품이나 전자 제품 브랜드들이 이 브랜딩을 참 잘한다. 사람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하물며 소규모 독립 서점이나 카페들도 저마다의 브랜딩으로 '찐팬'들을 착실히 모아간다. 그들만의 성장 배경과 개성 등을 마음껏 표출하며 '우리는 이런 곳이에요.'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세월이 쌓이며 팬들은 더욱 모이게 되고 브랜드 규모는 커지게 되며, 잘 풀리면 여러 지점을 내거나 기업화가 된다.
어떻게 보면 브랜딩은
이야기 힘
에 판가름이 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명한 소설들이 오랜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이유는 이 이야기 힘이 대단해서이다. 즉 스토리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 플롯(Plot)이 좋으니 사람들이 빠져들어 읽는 것이다. 자기소개도 기승전결이 딱 떨어지면 들었을 때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애플만 떠오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시원한 탄산음료 하면 코카콜라가 생각나고, 운동화는 역시 나이키라고 말하며, 시계는 당연히 롤렉스 아닌가 라고 말하는 것 역시. 우리가 그들이 오랜 시간 전하는 멋진 플롯에 매료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한번 해보자
무슨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브랜딩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브랜딩 관련 직업이 꽤나 다양했다.
브랜드 에디터, 브랜드 매니저,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 마케터, 브랜드 디렉터 등등...
이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1.난 글을 쓸 수 있다.
-브런치 작가이며 동시에 인스타그램에 글 계정을 운영 중이다.
-전자책을 두 권 집필한 경험도 있다.
->즉 스토리를 잡고 써 내려가는 능력이 있다.
2.PT에 자신 있다.
-대학교 4년 내내, 심지어 지금도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짧은 pt든 긴 pt든 자신 있다.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일(컨설팅)을 할 수 있다.
심플하게 파악했다. 그럼 이 두 가지를 영위할 수 있는 브랜드 직업은 뭘까. 위에 열거한 것 중에서 그나마 '
브랜드 에디터'가 비슷한 것 같다.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에디터는 보편적으로 콘텐츠를 기획 및 작성하고, 교열하고, 회의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뭔가 확 와 닿지 않았다. 나는 조금 더 브랜딩 본질에 접근하고 싶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을 설정하고
브랜드의 핵심 카피를 만들고
브랜드에게 어울리는 콘텐츠를 파악하고
해당 콘텐츠를 브랜드 성격에 맞게 스토리로 풀어내고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 잠재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자를 설득하는
것.
한 마디로 '브랜드 스토리'를 잡아주는 것이다. 그냥 컨설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작성하고 만들어가면서 브랜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마라톤에서 선수 옆에서 함께 뛰며 페이스 조절을 도와주는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와 비슷하다.
이를 표현하는 적절한 단어가 없는지 찾다가 '브랜드 라이터(Brand Writer)'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카피라이터나 작가와 달리 '브랜드' 그 자체에 초점이 좀 더 쏠려 있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스토리텔러인 셈이다.
그래서 구글에서도 브랜드 라이터는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훌륭한 글 구성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한 단순히 스토리만 쓰는 것이 아니라 브랜딩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관계자들과 소통한다. 그래야 브랜드에 적합한 스토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 능력과 말하기 능력에 조금 더 포커스가 맞춰진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재 브랜드 라이터로서 작년 9월부터 조그맣게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했다.
큰 돈을 벌었거나 아직 대단한 결과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우며 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나와 협업하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첫걸음은 부족하기 마련이다
2020년 9월. 내 나이 서른.
어찌 보면 빠르면 빠르고, 늦으면 늦은 나이에 브랜딩에 눈을 떠서 관련 직업을 부업으로 삼고 있다. 더 전문적이고 큰 규모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갈길도 멀고 배울 것도 참 많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빠져 들면서 브랜딩에서 차지하는 '이야기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브랜드가 품고 있는 소중한 이야기를 직접 쓰고 표현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해보니 재미있다. 내가 잡은 카피와 브랜드 스토리 콘텐츠, 그리고 진심이 담긴 컨설팅에 만족하시는 대표님들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
광고 대행사나 전문 에이전시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전문가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일단 해보면서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 아니겠는가.
대단한 것을 바라진 않는다. 브랜드 성격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방향을 못 잡아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나의 능력이 조그마한 희망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세상에는 유명한 전래동화처럼
매력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는 브랜드들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