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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Jan 06. 2021

밀당을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어요

브랜딩 vs 마케팅. 무엇이 다를까?

"넌 어쩜 그렇게 사람을 밀기만 하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저려오는 말이다.


밀당에 말려 사랑이 무너졌을 때 느끼는 패배감은 정말 사람 힘들게 한다.


연애에 있어, 아니 사람 관계에 있어서 밀고 당기기를 적절하게 잘하는 사람들이 사랑받고 산다. 그들의 현란한 밀당에 푹 빠져 점점 사람들이 그들 주변으로 몰린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이다.


적당히 밀고

적당히 당겨야


매력 넘치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경제뉴스나 성공한 사업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글을 볼 수 있다.



"브랜딩에 힘을 썼더니 매출이 많이 상승했어요."


"마케팅 전문 팀을 구성하니까 확실히 광고 효율이 좋더라고요."



뭔가 '어떠한 행위'를 하니까 회사 살림이 나아졌다는 의미로 느껴지긴 한다. 그런데 어떤 글을 보면 브랜딩을 쓸 자리에 마케팅이 쓰이고, 마케팅을 쓸 자리에 브랜딩으로 바꿔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두 용어가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르다.

전문가들마다 의견은 조금 분분할 수 있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브랜딩과 마케팅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밀당'에 비유하자면


마케팅 - 밀기

브랜딩 - 당기기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브랜딩 : "길동이 정말 멋지지 않아? 나 길동이랑 사귀고 싶어. 진심이야."


저번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브랜딩은 쉽게 말해 브랜드가 가진 진솔한 이야기를 다수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즉 브랜드 자기소개인 셈이다. 우리도 누군가를 처음 볼 때 우리가 누구인지 소개한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과 점점 가까워진다. 그렇게 서로 각자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된다.


자기소개를 할 때 '와 매력적이야'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말투며, 표정이며,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며 하나같이 내 마음을 흔든다. 대화를 나눠보니 말도 잘 통하고 심지어 교양까지 갖췄다. 사람은 참으로 신기한 게 자기 마음에 드는 존재는 '갖고 싶은' 소유욕이 생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 떠오르고, 떠오르기만 하면 어떠한 느낌이 단번에 떠오른다.


예를 들어, 길동이는 매너가 참 좋다, 길동이와 대화를 하면 똑똑해지는 기분이다, 길동이는 살아있는 천사 같다 등. 길동이는 본인을 '제대로 보여줬기에' 상대방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와 같은 이유로 길동이로부터 매력을 느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길동이 생각을 하거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참여시키고 싶어 한다.


왜.

매력적이니까.


션 오프리(Sean Opry - 톱 모델) - 잘 생긴 것은 언제나 좋다. 늘 짜릿하다.


브랜딩은 이처럼 사람들이 '브랜드 매력에 빠져 사랑할 수 있도록 당기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처음 브랜드를 기획하고 론칭하기 전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브랜딩 전략을 짜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매력적인 자기소개를 해야 소비자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러, 슬로건, 어투, 말투, 서비스 방식, 철학, 사업 아이템 선정, 이벤트 성격, 광고 톤, 폰트 크기, 로고 디자인, 운영 채널 등.


끝도 없는 요소들을 점검하고 또 점검하여 'A 브랜드답다'라는 느낌을 주려고 엄청나게 노력한다. 오늘날 온갖 브랜드가 시장에서 활동한다. 비슷한 서비스와 제품을 파는 곳도 많고 기상 천외 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곳도 많다. 규모가 큰 기업이면 큰 기업끼리, 작은 개인 브랜드면 개인 브랜드끼리. 심지어 다윗과 골리앗처럼 대기업 vs 인플루언서의 대결 구도도 볼 수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박터지는 현실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보여줄 자기소개, 즉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없으면 망할 확률이 '매우' 높다. 반대로 매력적인 브랜드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래 기억된다. 그리고 사랑받는다. 대표적인 곳이 어디 있을까. 브랜딩 하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 '애플'이 그렇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


애플 = 스티브 잡스


이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스타플레이어'를 활용하여 모범적인 브랜딩을 했다. 잡스가 늘 입었던 미니멀한 룩, 그의 깔끔한 프레젠테이션, 한눈에 들어오는 제품 라인업, 엣지있는 광고.


무엇보다 '늘 새롭게 선보이는 혁신'을 앞세워 사람들의 마음을 완전히 뺏었다. 고객들은 열광했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면 내가 뭔가 혁신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 된 것 같고, 잡스처럼 깔끔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이 된 것 같고, 효율 좋은 제품으로 일을 하는 프로 워커처럼 보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러한 애플의 행보가 이어지면서 속된 말로 '애플빠'가 형성됐다. 애플이 뭘 하든 항상 옆에서 응원하고 애플을 비난하는 사람을 비난했다. 신제품이 론칭될 때는 몇 날 며칠 매장 앞에 노숙을 하면서까지 기다리며 구매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팬덤을 구축한 것이다.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조건 없이 브랜드를 사랑하며
자신의 지갑을 기꺼이 여는
강한 팬층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마케팅 : "길동이 스타인가 봐. 유튜브,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그램, 심지어 뉴스 기사에도 나오던데!"


그렇다면 마케팅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밀기'이다.


브랜드면 브랜드, 개인이면 개인, 제품이면 제품.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여 사람들에게 밀어붙이듯 알리는 행위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그것이 매출이 될 수도 있고, 인지도가 될 수도 있고, 팔로워나 구독자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케팅은 '효율'을 중시하는 편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잘 알릴 수 있을까?

어떤 채널에 콘텐츠를 올려야 사람들이 볼까?

어떤 방식으로 광고를 해야 사람들의 유입이 늘까?

언제 광고를 해야 사람들이 더 많이 볼까? 아침? 점심? 저녁? 밤?

매출 극대화를 위해 A와 B 방식 중 어떤 것을 먼저 도입해야 할까?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서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늘 보는 광고가 대표적인 마케팅 활동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ppl, SNS 인플루언서 협찬,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유튜브에 자신을 알리기 위해 규모가 큰 채널과 콜라보 영상을 찍는 것, 웹 사이트 배너 광고, 문자 수신,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메시지 등 모두 마케팅이다.


예전에는 알리는 것에 급급했다. 그래서 속된 말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고나 어그로성 멘트로 사람들의 관심을 낚는 일도 비일비재했다(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수준이 날로 높아지는 오늘날. 격이 없는 마케팅이나 유행 따라 공장 찍어내듯 만들어진 마케팅은 외면당하기 쉽다.


그래서 광고지만 광고 아닌 광고 같은 콘텐츠를 만들거나,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영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고, 혹은 잠재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예를 들어 퀴즈 풀기, 댓글 달기, 응모하기 등) 이벤트를 만들기도 한다.


나의 수준 높은 마케팅을 받아라!


이때 똑똑한 기업이나 개인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전문 프로그램(ex - 구글 애널리틱스)으로 데이터화 해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다양한 전략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하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고자 노력한다. 그 모습이 마치 펀치를 쉴 새 없이 몰아붙이며 날리는 복싱 선수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서 마케팅을 '밀기'라고 비유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브랜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인지시키는 것






어떻게 보면 둘 다 비슷해 보인다.


브랜딩이나 마케팅이나 '알리는 것'이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이 조금 다르다.


브랜딩은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아오게 만들고

마케팅은 수단을 통해 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중요할까?


둘 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까?


브랜딩이다.



스마트 스토어 열풍이 불면서 판매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더 이상 고객 유입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같은 제품을 비슷한 가격으로 여기저기서 파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만 선택하겠는가. 그렇다고 무작정 페이스북 광고, 인스타그램 광고, 네이버 키워드 광고만 주구 장창 할 순 없다. 벌면 광고비로 다시 태워야 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무한 루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철학으로 사업을 하는지. 이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이 지식을 통해서 당신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것을 자신의 SNS 채널에 차분하게 기록해야 한다.


난 이런 사람이고요.

이런 이유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조사해보니 이 상품이 참 좋더라고요.

근데 전 이 상품을 팔면서 이러한 철학으로 운영하려고 해요.

단순히 파는 게 아니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도 공유할게요.

우리 자주 만나요.


보다 인간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왜 사람들이 파타고니아를 좋아할까. 창업자의 철학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을 소중하게 여긴다. 물건 파는 것보다 자연 보호를 우선으로 여긴다.


미국의 거대 세일 이벤트인 블랙 프라이데이때 '파타고니아가 필요 없는 사람은 사지 말라'라고 까지 했다. 옷을 만들려면 섬유를 가공해야 하는데 이때 물도 사용되고 탄소도 배출되기 때문이란다. 대단하지 않은가. 굉장히 인간적인 창업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이 만든 브랜드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이든 그림이든 영상이든 콘텐츠로 만들어서 계속 기록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이 대뜸 찾아와서 '1억만 빌려줘'라고 하는 것과.

신뢰 빼면 시체인 친구가 '1억만 빌려줘'라고 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무작정 론칭부터 하고 온갖 마케팅으로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매출은 오른다. 그런데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비슷한 브랜드가 가격을 무기 삼아 견제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때문이다.


이익에 눈멀어 브랜딩을 소홀히 하면 그냥저냥 근근이 버티는 브랜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브랜드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브랜딩을 안한다. 공식 사이트 소개란을 보면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설명을 하더라도 있어 보이는 표현들로 버무려놔서 읽기도 힘들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우리 브랜드는 아방가르드 한 무드를 통해 고객에게 일상의 순간들을 유머 있게 비틀어 변함없는 가치를 전합니다. 미너멀한 에티튜트에 주목하고 클리셰는 지양하며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래요. 당신 영어 잘해요.


일단 사보세요!!!


브랜드가 어떠한 곳인지를 먼저 깔끔하게 정의하고 브랜딩을 하면서 마케팅을 곁들여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가 크다. 밀당의 비율을 잘 지켜야 상대방이 좋아하지 밀기만 하거나 당기기만 하면 질려서 나가떨어진다.


내가 누군지 나 자신도 모르는데 '사세요 사세요 두 번 사세요'를 외쳐봤자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말은 쉽지만 브랜딩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브랜드의 심연 속 깊은 곳까지 내려가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 따지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생스러운 작업이지만 브랜드 성격을 한번 멋지게 완성시키면 그다음은 좀 더 수월해진다. 브랜드 성격에 맞게 마케팅 전략도 짜면 되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브랜딩이라면 마케팅도 고급스럽게. B급 감성의 브랜딩이라면 마케팅도 가볍고 즐겁게.


다만 브랜딩은 당장 매출을 끌어올려 주진 못한다. 사람이 가진 고유한 이미지도 시간이 지나면서 형성되는데 브랜드는 오죽할까. 주식으로 치면 가치주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라서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것을 이겨내는 곳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훌륭한 브랜딩을 영위한다. 그리고 진성 팬들을 모아간다.



브랜딩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천천히 그리고 여유있게.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


멋진 밀당을 해보자.

양 떼를 몰고 오는 피리 부는 소년처럼 사람들이 우릴 좋아하게 만들자.


그 시작은.


브랜딩(Brand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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