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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현 May 01. 2021

파타고니아, 지구를 지키다

소중한 삶의 터전

친환경 브랜드의 대표주자 파타고니아.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들의 철학은 한결같다.


바로,

지구를 지키는 것


그들이 이런 목적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지구를 위해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무엇일까?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와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브랜드 철학이 독특하다. 어떤 계기라도 있나.


1960년대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는 암벽 등반을 즐겼다. 사용했던 장비들의 품질이 아쉬워 직접 좋은 제품을 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인들과 등반 장비 사업을 설립했다. 판매 제품 중에 '피톤(바위틈 사이에 끼워 넣어 발 지지대로 사용하는 물건)'이 유명했다. 다른 브랜드 피톤보다 내구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등반가들이 암벽 틈에 피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니까 바위 곳곳에 보기 흉한 구멍이 생긴 것이다. 암벽을 타며 수려한 바위 산의 절경을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됐다. 그것도 우리가 만든 물건에 의해서 말이다. 그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Yvon Chouinard in 1960's. Image source - oreilly



그때부터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어떻게 하면 자연에 대한 해를 최소화시키며 제품 생산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수많은 서적을 읽었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를 운영해야 할지 조금씩 길이 보였다. 그리하여 나는 1973년 미국 벤투라에서 '지구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를 설립했다.



파타고니아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하는 일이 궁금하다.


먼저 우리가 자연에 해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패션 브랜드다. 등산, 서핑, 트래킹 등 다양한 야외 스포츠 의류와 관련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패션업은 필연적으로 제조 과정에서 수많은 물, 직물, 부자재, 전기 에너지 등을 사용한다.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상상을 초월한다. 파타고니아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사실을 브랜드 전 구성원이 인정해야 그다음을 논할 수 있다.



그다음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유기농업'을 선택 것이다. 파타고니아에서 생산하는 면 의류는 전부 유기농으로 재배된 목화만 사용한다. 유기농 재배법은 농약을 치지 않는다. 그래서 토양에 이로운 미생물과 균이 살아있다. 이들은 대기에 있는 탄소를 흡수한다. 흡수된 탄소는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된다. 성장한 식물은 토양과 함께 대기 중 탄소를 빨아들인다.


그러나 이 방식은 비용도 많이 들고 재배까지 리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하지만 만약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농지와 목축지가 유기농으로 관리되면 탄소 흡수율이 100%에 달할 수 있다.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있어선 가장 효과적인 농업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린 농업 전문과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유기농업을 발전시키고 널리 전파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제조 과정에 신경 쓰는 듯 하다.


그렇다. 패션 브랜드가 자연에 가장 많은 해를 입기는 구간이 바로 제조 과정이다. 원단을 염색하고 가공하는데만 수백에서 수천 L의 물이 사용되고, 옷 한 벌 만드는데도 가구 수십 곳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전력이 사용된다. 그런데 기업은 한 벌만 만들지 않는다. 시즌별로 천 벌이 넘는 옷만든다.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만 톤 단위로 발생한다. 모두 대기로 흘러가며 이는 지구 온난화를 악화시킨다.


의류뿐만 아니라 다른 물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물건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기타 오염물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파타고니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기농업을 선택했다. 또한 재활용 합성 소재(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 폐수 및 오물 정화 장치 등을 공장에 설치했다. 특히 정화 장치는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더 효율이 좋은 장치가 있으면  교체한다.


물건을 만들 때 발생하는 탄소를 100%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노력하면 80~90%까지는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파타고니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 브랜드, 환경 단체, 개인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하는 일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Worn Wear. Image source - wyckoff green team



그렇다. 파타고니아는 2017년에 '원 웨어(Worn Wear)' 서비스를 론칭했다. 'Better than New(새것보다 고쳐 쓰는 것이 더 낫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캠페인이다.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첫째, '수거'이다. 고객이 더 이상 입지 않는 파타고니아 제품을 수거하여 재활용한다. 수거된 의류를 깨끗하게 세탁한 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원단이나 부자재를 따로 분리하여 새 제품을 제작할 때 사용한다.


둘째, '수선'이다. 망가져서 입을 수 없는 옷을 수선한다. 파타고니아 옷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 옷도 수선한다. 대부분 무료이며 특정 원단이나 부자재가 필요한 경우 소정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셋째, '중고 거래'이다. 고객은 자신의 파타고니아 제품을 파타고니아에 위탁해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 새 옷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상태 좋은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환경도 지킬 수 있다.


망가진 옷을 고쳐 입거나 중고 옷 거래가 활성화되면 의류 수명이 2년 이상 연장되는 것은 물론, 탄소 배출률을 약 82% 이상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고객과 기업 모두 소비와 생산에 있어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게 된다.



남이 입던 옷을 선뜻 구매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공감한다. 세탁과 품질 검수를 하고 판매를 진행해도 '중고'라는 사실에 달갑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중고품 거래가 어떠한 혜택을 주는지'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파타고니아는 전 세계 '풀뿌리 환경 단체'와 협력하며 사회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지구 환경을 다룬 다큐멘터리, 기사, 인터뷰, 책 등을 제작하여 배포한다.


4년의 시간이 흘렀고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파타고니아의 원 웨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환경'이란 공통 관심사로 거대한 연대를 만들었다. 국가, 인종, 종교가 다르지만 지구라는 행성을 지키겠다는 마음은 모두 같다. 덕분에 파타고니아는 작년 2020년까지 120,000벌이 넘는 옷을 고치고 나눴다.


수선 해 입고 안 쓰는 물건을 교환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니다.


탄소를 줄여 동식물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후손들에게 '소중한 지구'라는 삶의 터전을 물려줄 수 있는.


'성숙한 문화'이다.



환경 이슈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관심이 많아도 일시적이거나 산발적인 환경 운동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자 노력한다. 일회용 제품 사용을 지양하고, 물과 전기도 아껴 쓰며, 불필요한 소비도 줄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세제 하나 고를 때도 고심하고, 물건을 버릴 때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행위 등이 '피곤하다'라고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귀찮음으로 인해 예전 습관으로 돌아간다. 환경 단체도 소리 소문 없이 해체되는 일이 많다.



Patagonia's social activity. Image source - Forbes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환경 보호'라는 것이 부담 없어야 한다. 오염된 지구가 회복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결국 시간이 더해져야 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모든 라이프 스타일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면 스트레스가 가중될 뿐이다. 따라서 본인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조금씩 해나가야 '지속 가능한 지구 보호'를 실천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구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숨 쉬는 이 순간에도 지구는 오염되고 있다. 끝없이 배출되는 탄소와 폐수 그리고 각종 미세 플라스틱 등으로 하늘과 땅은 검게 그을리고 있다. 이로 인해 식물은 잎사귀를 떨구고, 동물은 고통스러워하며, 인간은 미래를 잃고 있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으로 환경에 관심을 게을리하는 순간,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마주하게 될 현실은 너무나 가혹할 것이다. 그러니 작게라도 노력해야 한다. 거창한 게 필요하지 않다.


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구매하지 않고

텀블러를 이용하여 커피를 사 마시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 스위치는 끄고

안 쓰는 물건은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지구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일 때 우리의 삶의 터전은 태초에 존재했던 깨끗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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