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를 기다리며
이틀 전, 자기를 소개하는 글을 쓰라는 요구(?)를 받았다.
나를 소개하라니.
대학교를 졸업한 지도 어언 8년이 훌쩍 넘어가는 이 시점에 자기소개란을 또 채우고 있을 줄이야.
낮잠에 빠진 아이 옆에 드러누워 애꿎은 폰 화면만 노려보았다.
지금의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보려는데 아이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깨기 전에 얼른 마무리해야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칸을 채웠다.
하루 온종일을 만 11개월된 아들과 보내고 있는 엄마이자,
꽉 채운 서른 초반을 넘어서고 있는 30대 청춘이면서,
틈나는 대로 생각을 글로 옮겨보려 애쓰는 나홀로 작가.
대강 이런 느낌이었던 것같다.
신청 완료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깼고, 그 날은 여느 날과 같이 지나갔다.
그리고 이틀 뒤 오늘, 비슷한 시간에 잠든 아이 옆에 누웠는데 문득 자기소개글이 떠올랐다.
엄마, 30대, 나홀로.
급하게 추려낸 만큼 투박한 덩어리들이었다. 그러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맞춤옷같은 설명이다 싶었다.
세 단어를 하나씩 속으로 짚어보다 문득 그것들이 되기 전의 내가 생각났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뜬금없이 영화홍보를 해보겠다며 월급 80만 원에 열정을 바쳤던 나.
그 이전에 휩쓸리듯 시작한 고시공부에 하루 17시간을 가열차게 쏟아붓던 나,
조금 더 이전에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양 학교 안팎을 겁없이 종횡무진하는 신입생이었던 나.
더 이전의 나들도 떠오르려던 찰나, 아이가 끄응 소리를 내며 몸을 뒤집었다.
살짝이 등을 토닥이자 다시 잠이 들기에 생각을 멈췄던 곳으로 돌아가 지난 날의 나와 오늘의 나를 나란히 세워보았다.
세상이 나를 위해 돌아가는 줄로 알았던 지난 시절의 내가 빛바랜 사진 속에 있는 듯 아스라하게 느껴졌다.
나만 빼고 세상이 다 변하는 것같아 때로 조급해지는 지금의 나는 왠지 동동거리며 서있는 듯했다.
글을 쓰다보니 이렇게 나와 내가 마주하는 순간이 오는구나 하며 뜻밖의 만족감이 차올랐다.
수박을 먹다가,
비오는 날 창밖을 내다보다가,
잠든 아이 얼굴을 바라보다가,
늦은 오전 식빵을 구워먹다가,
가까운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다가,
지나간 어느 날을 떠올리다가 등등.
글자가 모여 생각을 그려내는 것이 퍽 즐거웠다. 나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성취감이 안도감으로 이어지기도 했겠다. 이런 생각 끝에 불현듯 글쓰기를 시작한 건 참 잘한 일이라고,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해본 것은 더욱 더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어졌다. 이어 혹여 탈락하더라도 글쓰기만은 멈추지 말아보자며 스스로에게서 다짐을 받아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먼저 깬 아이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거짓말같이 그와 동시에 알림이 왔다.
그렇게 오늘,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