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통찰을 더한 리스크관리가 핵심
금융회사에서 리스크를 담당하는 실무자의 유능함은 의외로 '정확한 반복'에서 시작됩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과거의 업무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 현 상황에 맞춰 똑같이 재현하고, 유관부서 사람들과 막힘없이 소통하며, 예상치 못한 이상치가 발생했을 때 과거 사례로부터 그 원인과 해법을 집요하게 찾아내는 것. 그것이 실무의 기본기입니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든 이런 기본을 해내는 것은 노력과 경험 축적의 결과물입니다. 기본을 해내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하지만 관리자의 영역으로 넘어서면 차원은 또 달라집니다. 이때부터 필요한 것은 '통찰'입니다. 지금 이 업무가 회사 전체에서 어떤 맥락을 갖는지, 영업 부서와의 피할 수 없는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기존 보고 체계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선례 없는 거래가 발생했을 때 규정 너머의 '업무적 실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중요거래에서 재무나 법률 실사가 모든 리스크를 막아줄 것이라 믿는 것은 오산입니다. 훗날 감독당국은 단순한 규정 위반 여부만을 따지지 않습니다. 그 위험의 실질에 걸맞은 보고 체계를 갖추었는지, 관련된 리스크관리 규정은 잘 준비되어 있는지까지 묻기 때문입니다. 관리자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커버해야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매일 주어진 일상을 묵묵히 소화해 내는 능력, 가족과 막힘없이 대화하는 요령, 삶에 던져진 새로운 이벤트를 적절히 해결하는 기술은 인생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본 방법입니다. 기본이고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역시 가장 어려운 평생의 과제입니다. 지혜를 발휘하기는커녕 기본적인 실수와 자책을 반복합니다.
만약 내가 내 인생의 관리자가 되어 더 고차원적인 관리를 꿈꾼다면, 질문은 더 깊어져야 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이 행위들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것은 나에게 어떤 즐거움과 고통을 주는가? 그리고 이 문제는 내 삶의 어느 수준에서 다루어야 하는가?"
정답도 없는 이 문제를 스스로 파악하고 적절한 선택을 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늘 후회와 아쉬움을 남깁니다. 금융회사의 리스크 업무도, 내 인생의 리스크 관리도 고난도의 연속인 셈입니다.
다만 금융 업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내 인생의 선택에 대한 적정성은 상급자/주주/감독당국이 평가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롯이 내가 선택의 결과를 평가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나에게, 그리고 내 가족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나를 평가하는 주체가 나라는 사실은 안도감을 주기도 하지만, 더 냉엄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길 위에서 걷고 사색하며, 금융회사와 내 인생의 리스크와 본질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정답은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둘 다 없습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착실하게 해 나갈 뿐입니다. 제 경험상 오래 걸리지만 본질에 가까워지는 우직한 방법입니다.